소중한 것들이 가만가만 말을 건다
상태바
소중한 것들이 가만가만 말을 건다
  • 이용준 기자
  • 승인 2020.10.12 1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알게 해주는 책!
사랑하고, 상처받고, 다시 회복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간호사이자 목사, 시인인 김화숙이 딸과 함께 시·수필화집을 냈다. 결핵성 늑막염으로 어머니를 여의고 보육원에 입소한 유년 시절, 주변인의 죽음을 겪은 뒤 42살에는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결코 평탄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없는 저자의 일생은 아픔과 상처로 얼룩져있지만, 사랑으로 충만한 삶을 살고 있다. 저자가 갖은 풍파를 겪었음에도 여전히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저자가 단단하게 삶을 살 수 있었던 원천은 사랑이었다. 그에게 사랑은 삶을 붙들어준 존재다. 슬픔과 외로움이란 불완전한 토양에 사랑의 토대를 단단하게 세우고 나니 어떤 힘든 일도 헤쳐나갈 힘이 생겼다. 유년 시절 받은 상처를 다독여줄 수 있었고 사랑하는 이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암 선고를 받았을 때도 삶을 지탱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저자는 담담한 필체로 서럽고 불안했던 지난날과 사랑으로 삶의 희망을 붙들었던 경험을 풀어냈다.

책의 삽화는 저자의 딸인 이도담 화가가 맡았다. 유년 시절 마음이 자라지 못한 저자는 스스로를 부족한 엄마라고 말한다. 이도담 화가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검정고시로 미대에 수석으로 입학했다. 이도담 화가는 작가의 숙명처럼 한때 깊은 슬픔에 빠지기도 했다. 미대를 졸업한 뒤 암담한 현실에 절망하기도 했지만 그림이 다시 그를 일으켜 세웠다. 이도담 화가는 그의 어머니가 그랬듯 슬픔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결핍을 안고 담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리고 싶다는 그는 그림으로 사람들을 위로한다. 『소중한 것들이 가만가만 말을 건다』는 슬픔을 담담히 받아들인 모녀가 같은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향해 건네는 위로이기 때문에 더욱 특별한 작품이 되었다.

책은 크게 5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빛과 사랑의 비밀을 몰랐습니다’에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보육원에 맡겨진 후 버려졌다는 아픔과 외로움을 담담히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엿보인다. 저자는 어머니를 잃은 뒤 형제들과 함께 보육원에서 자랐다. 그 무렵부터 마음 깊숙이 슬픔이 심어졌기 때문일까. 성장기를 보내면서 몸은 쑥쑥 자랐지만 마음은 자라지 않았다. 슬픔을 양분으로 자라는 마음은 없었다. 어린 시절 상처를 부둥켜않은 채 서른 두 해를 보낸 저자는 슬픔이 묻힌 땅에 사랑이란 싹을 심었다. 그때부터 절망대신 희망이 저자의 마음을 채우기 시작했다.

2부‘바보처럼 착했던 날들에게 묻습니다’와 3부‘당신 잘못이 아닙니다’는 저자의 삶을 붙들어준 사랑을 발판삼아 중심을 잡고 살아가려는 저자의 의지가 돋보인다. 한스러운 마음, 과하게 힘이 들어간 사랑을 풀어주고 스스로의 호흡으로 나의 삶을 살겠다고 말하는 저자에게서 부드럽지만 강인한 의지가 엿보인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삶이 스스로를 고귀하게 만들고 고통을 견딜힘을 주었다고 말한다. 어린 자식들을 두고 떠나는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보기도 하면서 지난 과거 속 아픔의 굴레를 받아들이고 삶의 균형을 잡고자 함이 드러난다.

4부‘그래도 계속 살아보겠습니다’와 5부‘더 사랑하고 반짝이겠습니다’는 소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인생이 버거워져도 한결같이 곁에 있는 사랑과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는 희망이 담겼다. 불완전한 삶에 흔들렸던 저자의 삶은 지천명이 되자 스스로의 호흡으로 삶을 대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저자는 아픈 마음을 비워버리고 슬픔을 토로하는 대신 더 사랑하는 삶을 선택한다. 그에게 사랑은 비장하게 삶의 고동과 마주하는 그는 소중한 가치를 마땅히 지켜내는 것이다. 슬픔과 절망 속에도 사랑이 나를 다시 일으킨다.

저자는 삶에서 사랑이 시작되면서 영혼이 확장되었다고 한다. 채우려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고 삶의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모두가 아프고 어두운 시절을 살고 있다.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면서 희망 대신 절망이 함께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려면 절망으로는 부족하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인생에 쏟아지는 역경의 소나기를 피할 수 있다. 굴곡진 삶 속에서 사랑으로 영혼을 채운 저자의 이야기가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담담하지만 단단한 위로를 전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