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되려면 엘리트 코스를 밟아야겠죠?”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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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되려면 엘리트 코스를 밟아야겠죠?”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50)
  • 뉴스앤잡
  • 승인 2023.11.1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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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가 되고 싶다는 3교대 생산직 청년

3교대 생산직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청년이 상담 요청 이메일을 보내왔다. 어릴 때부터 유독 사진을 좋아해 자연스럽게 사진작가의 꿈을 키웠고 수도권 상위 대학의 사진학과에 진학하고 싶었으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 입학 대신 대기업 생산직 공장에 취직했다고 했다. 직장에 다니면서 출사라도 나가면 나름 행복할 것도 같은데, 퇴근하면 몸이 녹초가 되는지라 카메라를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며 속상하단다. 몸도 마음도 시간도, 어떤 것에도 여유를 부릴 수 없는 자기의 현실이 너무 팍팍해 사는 것도 재미가 없다고 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혼자서라도 사진 공부를 할까 생각 중인데, 그건 또 아닌 것 같단다. 최소한 대학에서 관련 학과의 학위라도 취득해야 성공할 수 있지 않느냐고 내게 동의를 구했다.


많은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정해진 엘리트 코스를 밟는 것만이 꿈을 이루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현재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경우가 종종 있다. 사례 속 청년처럼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졸이라는 학력 핸디캡을 갖고 힘들게 3D 업무를 하고 있거나, 2년제 대학을 겨우 졸업하고 구멍가게처럼 조그만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거나, 4년제 대학을 졸업했지만 사이버대학 출신이라 인턴과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근근이 유지하고 있는 경우 등이다. 그들은 한결같 
이 이렇게 질문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원하는 분야에서 전문가의 길을 걷고 싶은데, 지금 제 상황에서 도전해도 괜찮을까요? 그런데 꼭 엘리트 코스를 밟아야 할까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상담 의뢰자들이 이처럼 오랜 꿈을 이야기하며 고민을 토로할 때, 나는 주로 격려와 지지를 표명한다. 어려운 현실 상황에서도 자기 성장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이 장해 보이고, 이럴 때일수록 격려와 지지가 필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들의 꿈을 응원하면서 조금만 더 현실을 견디며 역량을 키워보라고 따뜻하게 조언하는 편이다. 

 

하지만 때로는 비평을 쏟아내기도 한다. 무작정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니다.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있거나 마음가짐 또는 태도가 흐트러져 바로잡아야 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만 그렇다. 냉혹한 현실을 어느 정도 직시하고 견뎌내야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어려운 상황도 견디지 못하면 다른 일도 헤쳐나가지 못할 거라는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 영원히 견디라는 말이 아니다.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1년이라도, 아니 최소 1~2개월이라도 인내심을 더 발휘해보자는 거다. 자기 인내심의 극한까지 견뎌보는 힘이 스스로를 더 강하게 만드니까 말이다.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청춘들의 계획은 멋지다. 하지만 생각만큼 멋지게 모든 일이 술술 풀려나갈까? 미안하지만 아닐 가능성이 크다. 왜 그런 악담을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젊은 날은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고통과 아픔에 몸부림치면서 삶의 고됨과 절박함을 느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주어진 조건 범위 안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스스로 풀어나가야 하는 시기라고. 그렇게 아픔을 하나씩 겪을 때마다 ‘삶의 행복’이라는 퍼즐의 조각이 하나씩 맞춰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실패와 고통이 클수록 좀 더 큰 행복 퍼즐을 맞 추고 있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이자. 아픔만큼 성숙해지게 마련이다.


전문가가 되기 위한 엘리트 코스를 선택하기 전에 고려할 것들 

어떤 분야든 전문가가 되는 엘리트 코스가 있다. 어떤 대학에서 어떤 전공으로 학위를 받고, 어떤 기관에서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자격증을 취득하고, 어떤 조직에서 어떤 경험을 쌓고, 누구에게 가르침을 받고, 어떤 어떤 코스를 밟아야만 성공한다는 식이다.
직업도 마찬가지다. 앞에서 언급한 ‘전문가’라는 단어에 의사, 작가, 화가, 음악가, 사진작가, 변호사, 엔지니어, 디자이너, 건축가, 심리상담가, 커리어코치, 정치인, 경영인, 대학교수, 모델, 가수, 연예인, 영화감독, 운동선수 등을 대입해 다시 읽어보라.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대학에서 학위를 받는다고, 자격증을 취득한다고 모두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많은 사람이 특정 정규 교육 과정을 밟으면 전문가로서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맹신하는데, 이건 착각이다. 어쩌면 남들이 많이 선택하는 가장 무난한 길을 특별한 노력 없이 편하게 따라가려는 의도가 그 뒤에 숨어 있는 게 아닐까.


물론 일정 경로는 필요하다. 하지만 남들이 가는 경로를 따라 가기만 해서는 앞서나간 전문가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 엘리트 코스에서는 같은 코스를 밟은 사람들끼리 피 터지게 싸워서 이긴, 그러니까 재능 있는 단 1%의 승자만이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된다. 거기서 살아남지 못한 나머지 사람들은 들러리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특히 탁월한 재능 없이 전문가가 되려는 사람들은 엘리트 코스로 들어서는 게 더 위험하다. 일단 그 안에서의 경쟁이 쉽지 않고,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들을 따라잡기는 더더욱 어렵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성공하기는커녕 제대로 시작도 못 하고 나가떨어질 수 있다. 어설프게 따라 했다가는 가랑이만 찢어질 수도 있는 길이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 가면 다리가 찢어진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대신 조급함만 버리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면 뛰어나 보이는 황새도 평범한 재능으로 따라잡을 수 있다.


만화가 이현세 작가의 ‘천재론’도 생각해볼 만하다. 앞서 가는 천재가 있다면 그를 따라잡으려 애쓰지 말고 먼저 보내주라는 거다. 대신 자기 몫의 일을 미칠 정도로 즐기면서 하면 어느 순간 그 천재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우리는 재능 있는 수재들의 몰락을 수없이 지켜봐왔다. 그들에게 재능은 축복이기도 하지만 때로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그들의 이른 성공에 너무 배 아파할 필요는 없다. 당신은 당신이 해낼 수 있는 삶의 소명만 다 하면 된다.

사실상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들만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엘리트 코스를 밟지는 못했지만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전문가가 우리 주변엔 더 많다. 대개 자신의 일을 순수하게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엘리트 코스로 앞서간 사람이나, 그쪽으로 갈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사람들을 부러워만 하며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진짜 실력 있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오히려 자기가 몸담고 싶은 분야의 맨 밑바닥 잡일부터 차근차근 배울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바닥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고, 용기도 필요하다. 자신이 목표로 삼은 꿈을 진정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만 가질 수 있는 태도와 마음가짐이다.

 

당신은 어떤가? 지금까지의 안정된 생활을 뒤로하고 원하는 분야의 맨 밑바닥 잡일에 뛰어들 수 있겠는가?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엘리트 코스 외에 보통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문가의 길, 그 이면의 밑바닥 현실이라는 것이 대개 단순 조잡하고, 환경은 추저분하고, 박봉이면서 대우는 엉망이고, 하는 업무는 해당 분야와는 거리가 한참 멀게 느껴질 정도로 엉뚱한 것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이루길 원한다면 견뎌야 한다. 경우에 따라 당신이 그런 대우를 받는 게 스스로 당연하다고 여겨질 만큼 준비가 미흡하다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도 있다. 몹시 불리한 대우를 계속 받고 싶지 않다면 두 눈 부릅뜨고 성공한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을 지켜보면서 치열하게 배우고 익혀야 한다. 적어도 5년에서 10년간은 열악한 조건도 받아들일 각오로 임해야 한다. 그러면 분명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그런 면에서 남들이 다 가는 엘리트 코스 대신 스스로 개척한 길을 묵묵히 걸어나가는 일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한 전략으로 분명 유효하다.


스스로 개척하는 전문가의 길, 그 조건과 방법 

최근에는 과거와 달리 여러 가지 경로와 다양한 방식을 거쳐 전문가가 되는 사람이 많아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간이나 비용, 경험이나 역량이 더 많이 요구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본질을 놓고 봤을 때 그리 큰 장애물은 아니다.
전문가로서의 삶을 선택한 후 실수를 줄이고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막으려면 자신에게 필요한 자질과 재능이 있는지부터 냉정하게 평가해봐야 한다. 그런 다음 전문가의 길로 나아갈 투지와 열정, 헌신적 태도가 자신에게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그저 ‘현실(회사, 학교, 가정 등)만 박차고 나오면 무조건 잘될 거야.’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자문해봐야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혹평을 듣고 꿈을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다. 대신 그런 혹평을 가뿐히 받아들일 만큼의 마음가짐과 태도는 갖춰야 한다. 그런 것도 없이 “그래도 누군가는 되잖아!”라고 외치는 건 로또를 사면서 “그래도 누군가는 매주 되잖아!”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일반화의 오류다. 지나친 낙관성은 자칫 화를 부를 수 있다.
하던 일을 접고 전문가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겠다면 재능 이외에 중요한 요소가 또 있다. 경제적인 부분이다. 경제적 기반이 어느 정도 마련되어야 마음의 여유가 생겨 그 분야에 매진할 수 있다. 그러니 시작을 마음먹었다면 최소한의 종잣돈은 모아야 한다.

그렇게 현실을 충실히 살아가는 한편,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전문가로서 갖춰야 할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강사나 소설가나 컨설턴트 같은 직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특히 더 그렇다. 커리어코치나 상담가를 꿈꾸는 사람을 예로 들면 주변 사람들이 어떤 문제로 아파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과 함께 고민하며 아파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어떤 분야든 경험만으로는 전문가가 될 수 없다. 부지런히 관련 학습을 해야 한다. 말하자면 살아나가는 현재 상황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한 학습을 부지런히 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뜻이다. 학사나 석·박사 학위가 필요하다면 생업을 하는 동안 학위 취득도 병행해야 한다. 그러려면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 힘들긴 하겠지만, 그 정도 시간 투자로 전문가가 될 수 있다면 도전해볼 만하지 않는가. 

지금 당장은 고졸 생산직이라든지, 전문대졸의 보잘것없는 중소기업 직원이라든지, 대졸 백수라든지, 계약직 직원이라든지 하는 등의 처지가 부끄럽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중에 전문가로 성공한다면 불행하다고만 생각했던 당시 환경이 오히려 드라마틱한 성공 요인이 될 것이다.

짧은 준비 기간조차 견디지 못하고 곧장 뛰쳐나온다면 매력적인 스토리를 구성하기 어렵다. 그러니 먼 미래를 내다보고 하나하나 준비해나가자.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계속 다지면서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행동을 바로잡아야 한다. 만일 당신이 인턴 혹은 아르바이트생이거나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평소 업무 시간을 제외하고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시간을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에 투자해야 한다. 스마트폰이나 만지작거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조차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결국 가장 높은 곳에서 
고귀하게 일할 자격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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