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동주의’라고 하면 대부분 ‘주주 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를 떠올린다. 주주 행동주의는 ‘주주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즉, 주주들이 배당금이나 시세차익에만 주력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부실 책임 추궁, 구조조정, 경영투명성 제고 등 경영에 적극 개입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행위 등이 이에 속하며, 주주 행동주의자(shareholder activist)들은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러한 주주 행동주의 대신 최근에는 ‘직원 행동주의(Employee Activism)’가 확산되고 있다.
직원 행동주의는 구성원 행동주의라고도 하는데 한마디로 조직에 대해서 할 말을 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 대중들이 집단적으로 행동하는 양식이 기업 등 조직 내부 이슈에 대해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행동이 이른바 ‘트럭 시위’다. L그룹 계열사의 일부 직원들이 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며 직원 1,700여명이 익명의 모금을 통해 마련한 3.5t 트럭 및 스피커를 이용해서 본사에서 1인 시위를 연 것이다. 트럭에는 '경영 목표 명확하게 성과 보상 공정하게', '피와 땀에 부합하는 성과체계 공개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고 한다. 트럭시위가 이 회사가 처음은 아니다. 몇해전에는 별다방 직원들이 트럭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회사의 불합리나 문제점에 대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집단적으로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을 직원 행동주의하고 한다.
물론 과거에도 조직의 문제에 대해서 직원들이 목소리를 낸 경우가 없지 않다. 그 방법은 다름 아닌 노동조합을 조직하여 노동조합을 통해 단체 행동으로 나타났다. 노조를 통한 단체행동과 직원 행동주의는 직원들이 연대를 하고, 집단으로 공동 행동을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 내지는 유사점이 있지만, 주체나 주제, 행동방식 등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가장 구분되는 차이는 주체라고 할 것이다. 노동조합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상 노동조합이 주체가 된다. 즉, 노동조합의 집행부나 대의원 등이 주체가 되며, 이들은 회사에 대한 불만과 문제의식, 심할 경우에는 적대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반면 직원 행동주의는 개인자격의 일반 직원들이 주체며 이들은 대개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회사를 적이나 갈등의 대상으로 보는 주체와 회사를 사랑하고 회사에 대해 우호적인 주체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행동방식 역시 차이가 있다. 노동조합의 단체행동, 그중에서도 쟁의행위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상 조정 등 법상 절차를 활용한다. 반면 직원 행동주의의 행동방식은 여론 및 미디어를 활용한 집단적 의견표출 방식으로 노조법상 절차 등과 무관하게 이루어진다.
가장 뚜렷한 차이는 주제에 대한 것이다. 노조는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과 관련된 경제적 문제 중심이며, 여기에 사용자의 노동법 위반이나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문제가 더해지기도 한다. 반면 직원 행동주의의 주제는 윤리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 기후 등 ESG경영 등 문제와 경영진의 부적절한 언행이나 갑질, 불공정한 인사, 불합리한 제도 등에 대한 문제제기 등이 이슈가 된다.
최근 눈에 띄는 변화는 이러한 직원 행동주의가 노조 조직화와 연계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SNS로 무장한 MZ세대는 적극적 사회 참여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노조에 대한 거부감도 적다는 점과 함께 기업에 대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런 취지에서 경영진에 대한 견제도구로 노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직원 행동주의와 노조 조직화의 연계는 IT, 게임회사 등에 잇따라 노조가 설립되고 있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불합리와 불공정에 대해서 침묵하거나 못 본 척하지 않고 할 말을 참지 않고 행동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직원들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서 기업들의 보다 효과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자칫 잘못 대응하거나 직원 행동주의를 부정적으로 인식하여 접근할 경우 기업 이미지 저하, 우수 인재 이탈 등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직원 행동주의를 기업의 조직문화를 바꾸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참고로 2019년 미국 주요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이 이윤 창출과 주주 이익 실현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의 존재가치에 대한 성명(Business Round Table)을 발표한 바 있다. 한마디로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직원 행동주의는 이러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강력한 변화라는 점에서 기업들의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