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수준 높이기 [유경철의 인재경영](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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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수준 높이기 [유경철의 인재경영](109)
  • 뉴스앤잡
  • 승인 2025.01.29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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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코치로서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질문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 팀장은 자신이 평소에 질문을 잘하는 편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자신감이 있었다.

박 팀장 : 권 대리, 이번에 거래처와 협상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는데,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요?

권 대리 : 죄, 죄송합니다, 팀장님!

박 팀장 : 아니, 죄송하다는 얘기를 들으려는 게 아니라, 왜 계획대로 안 되었냐고 묻잖아요. 내가 키맨을 먼저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지요? 거래처의 구매 과정은 확인했나요? 이런 부분을 놓친 것 아닌가요? 제가 말한 방향이 맞지 않나요?

권 대리 : 아…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박 팀장은 나름대로 질문을 위주로 대화한다고 했지만 권 대리의 표정은 갈수록 어두워졌다. 박 팀장은 자신의 질문이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HBR 리더십 솔루션]

신(新) 소크라테스식 문답법

AI 기반 스타트업 공(Gong.io)이 50만 개 기업 영업사원의 통화 및 제안 내용을 분석한 결과, 가장 높은 실적 의 영업사원은 남다른 질문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문의 수와 대화율(다음 미팅 확정 및 거래 성사율) 사이에는 큰 상관관계가 있었는데, 질문이 11~14개일 때 가장 효과적이었고, 질문이 14개를 넘어가자 대화율이 떨어졌다. 특히 최고의 영업사원은 판촉 전화를 할 때 중간중간 나눠서 질문한 반면, 저성과 사원은 통화하자 마자 질문을 몰아서 취조하는 느낌을 주었다. 이처럼 질문을 많이 한다고 대화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며, 대화 형태, 톤, 순서, 프레임 등이 중요하다.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앨리슨 브룩스(Alison Wood Brooks)와 레슬리 존(Leslie K. John)이 제시한 신(新)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을 참고하여 리더의 질문을 다듬어보자.

1)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 질문

① 협조적인 논의일 경우(친분을 쌓거나 함께 완수할 일이 있을 때) : 친한 동료와는 갈등이나 나쁜 소식에 대한 논의를 피하고 싶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부러 반대 의견을 낸다면 뭐라고 할거야?’와 같은 열린 질문을 통해 난감한 사안도 협조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 덜 민감한 질문을 먼저 하고 분위기가 무르익은 뒤에 서서히 질문의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② 경쟁을 전제로 한 대화일 경우(상대에게 민감한 정보를 얻거나 이익과 관련이 있을 때) : 상대가 정보 공유를 망설이거나 거짓을 말하는 상황을 막고 싶다면 ‘예/아니요’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을 먼저 한 뒤에 후속 질문으로 정보를 캐낸다. 예를 들어 ‘실적 부진의 요소가 상당히 많네?’와 같이 가장 난감한 질문을 먼저 하면, 뒤따른 질문이 덜 공격적이라고 느껴져 솔직한 답변을 끌어낼 수 있다.

2) 후속 질문

후속 질문을 받으면 질문자가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 하고 자신을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3) 열린 질문 vs 닫힌 질문

심문받는 듯한 질문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예/아니요’로 답하는 식의 궁지로 모는 질문보다 열린 질문을 활용하면 정보 획득이나 학습에 유용하다. 또한 ‘답변을 바꿀 수 있다’는 식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주면 사람들은 더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낸다. 다만, 자신의 의중을 숨기려고 의도적으로 정보를 생략하는 사람에게는 ‘머잖아 이런 조치를 하셔야겠네요?’와 같은 닫힌 질문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4) 질문의 순서

긴장된 분위기에서는 ‘타인에게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상상을 해본 적 있나요?’처럼 난감한 질문을 먼저 하고, ‘아프지 않은데 회사에 병가를 낸 적이 있나요?’처럼 상대적으로 덜 공격적인 질문을 이어서 했을 때 더 솔직하게 답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친분을 쌓기 위해서라면 덜 민감한 질문으로 시작해 강도를 높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앞의 질문은 이후의 질문에도 영향을 준다. 예컨대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묻고 ‘결혼생활에 만족하는지’를 물으면 답변 간의 상관관계가 높다. 반대로 묻는 경우에는 답변 간의 상관관계가 낮다.

그룹 대화에서는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지 않는 사람이 몇 명만 있어도 정보를 얻기 어려운 반면, 한 명이 마음을 열면 모두 여는 경향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코칭 문화로의 전환을 통해 실적을 개선했다. 그의 리더십 멤버인 장 필립 쿠르투와(Jean-Philippe Courtois)는 구성원에게 꼬치꼬치 캐물으며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송곳 질문을 버리고 코칭에 기반하여 접근하기를 장려했다. 예를 들면 “무엇을 하려고 합니까?” “잘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잘 안 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제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와 같은 질문을 활용하는 것이다.

 

[리더십 인사이트]

박 팀장의 질문은 협조가 아닌 경쟁과 질책의 의도가 강해 코칭에 적합하지 않다. ‘왜’라는 질문은 질책으로 느껴져 상대방이 방어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3 Why, 5 Why 등 ‘왜’라는 질문을 활용할 수 있지만, 공격적으로 느껴지는 상황에서는 신중해야 한다. 또한 ‘권 대리도 내가 말한 방향이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나요?’처럼 유도성 질문은 물음표만 붙인 지시와 같다.

자신감이 없고 소극적인 권 대리에게는 난감한 질문을 던져 궁지에 몰아넣기보다 “권 대리, 이번에 협상하느라 고생 많았어요”와 같이 덜 민감한 대화부터 시작하여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필요가 있다. 권 대리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오늘 어떤 점이 잘되었고, 어떤 부분이 어려웠나요?”와 같이 열린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난감한 질문을 던져야 할 때는 “권 대리,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협상해 본다면 어떻게 해볼 수 있을까요?”와 같이 부정적인 추측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자.

이처럼 박 팀장의 질문에서 질책이 느껴지지 않으면 권 대리는 자신의 생각을 편하게 말할 것이다. 이때 박 팀장이 후속 질문을 하면 권 대리는 더 나은 업무 처리를 위한 방향을 스스로 고민하고 말하기 쉬워진다.

조직심리학의 대가 에드거 샤인(Edgar H. Schein)과 피터 샤인(Peter A. Schein)은 “최고의 리더십은 겸손한 질문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여기서 ‘겸손한 질문’은 단언하려는 충동을 억제하고, 먼저 상대방의 취지를 귀담아듣고 이해하고 인정한 뒤 상황을 파악하는 것으로, 신뢰를 쌓는 것이 그 목적이다. 질문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구성원을 배려하는 태도’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리더가 지혜롭게 질문하면 구성원의 학습과 성장에 불이 붙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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