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통의 어려움, 세대 차이 때문일까?
[Case Study]
오 팀장의 팀에는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팀원들이 있 다. 그래서인지 1대1 면담에서는 서로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김 책임 : 유 사원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네요. 출근하면 인사도 제대로 안 하고요. 업무지시를 하면 ‘제가요? 이걸요? 왜요?’라지 않나, 회식도 자주 빠지고, 팀원들 상황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눈치 없이 휴가를 쓰고, 정말 밉상이에요.
유 사원 : 김 책임님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법이 절대 없으시고요, 당연한 듯 업무도 저에게 떠넘기세요. 왜 그렇게 제 사생활에 관심이 많으신지 ‘패션이 왜 그러냐’ ‘연애는 안 하냐’며 참견합니다. 회식에 서는 계속 술을 권하시고, 다음 날 몸이 안 좋아서 반차를 내려고 하면 ‘MZ는 다르구나. 나 때는 안 그랬는데’라고 빈정거리세요. 김 책임님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오 팀장은 차라리 윗사람을 모시는 게 더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수록 여러 세대 팀원들을 관리하는 것이 더욱 어렵게만 느껴진다.
[HBR 리더십 솔루션]
세대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소통하는 방법
여러 세대가 섞여 있는 조직에서는 세대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기 쉽다. X세대는 무관심하고 냉소적이고, Y세대(또는 밀레니얼세대)는 뻔뻔하며, Z세대는 자기만 알고 일에 대한 열정이 없다는 식이다. 이처럼 세대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선입견을 가지게 되면, 이로 인해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직장 내 역학관계 전문가 에이미 갤로(Amy Gallo)는 조직 내 협업에 활용하고자 동료들과 함께 가이드 문서를 작성했다. 여기에는 구성원들의 근무시간, 식사 성향, 효율성을 중시하는 정도까지 기록되어 있어 동료들과 소통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데 유용한 자료가 되었다. 에이미 갤로가 제시하는 사용자 가이드를 통해 세대에 대한 선입견을 타파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1) 한 걸음 물러서서 다른 각도의 질문 던져보기
- 내 해석이 틀릴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 현재의 상황에 대해 내가 가정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 동료와 나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는 어떤 원인을 제공했는가?
- 나이나 세대를 제외하고 동료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요인은 없는가?(가장 중요한 질문)
2) 차이점 인정하기
관점의 차이로 인한 긴장감을 받아들이면 충돌의 상황을 객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컨대 혁신과 현상 유지, 진보와 전통, 가치와 돈 등에 대해 사람들이 저마다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특히 관점의 차이는 공동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3) 편견에 이의 제기하고 문제 다루기
짜증을 유발하는 동료의 행동을 세대 차이로 돌리지 말자. 세대 차이로 접근하면 사람들은 즉시 방어 태세를 취할 수 있다. 세대 탓을 하지 말고, 개인 성향에 따른 문제로 다루자.
4) 유사성에 주목하고 공동의 목표에 집중하기
타인과 나의 차이점이 아닌 유사점에 주목하자. 젊은 동료라면 일을 시작하는 기분이 어떤지, 그리고 어떤 도전이 기대되는지 묻는다. 연배가 있는 동료라면 업계에서 처음 일했을 때의 기분이나 조직에서 어려움을 극복한 일에 대해 질문한다. 또한 새로운 관점과 조언을 요청할 수도 있다. 공동의 목표에 집중하면서 협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다
[리더십 인사이트]
1995년 이후에 태어난 Z세대는 디지털 기술과 다양성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랐다. 위계질서를 거부하고 권위적인 리더보다 팀을 돕는 리더를 선호하며, 개인의 가치를 우선시하고 진정성과 일의 의미,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특히 1980년대 초반에서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밀레니얼세대(Y세대)와 1990년 중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를 묶어 지칭하는 ‘MZ세대’라는 용어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신입사원부터 중간관리자까지 20년이 넘는 구간의 사람들을 MZ라는 하나의 그룹으로 묶는 것은 세대를 이해하는 데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게다가 ‘요즘 애들은 MZ, 관리자는 꼰대’라고 편을 갈라버리는 것은 조직 내 편견과 갈등을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대 연구 전문가인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공공정책학 교수 바비 더피(Bobby Duffy)는 “직장에서 세대 간의 차이를 증명할 뚜렷한 증거는 없다. 겉으로 나타나는 차이는 세대별 특성이 아니라 인생의 어느 시점에 있느냐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지금의 리더도 신입사원이었을 때는 그렇게 행동하는 것으로 보였을 수 있다. 그들과 같은 환경과 상황이라면 비슷하게 행동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리더는 세대에 대한 편견에 묶여 잘못된 가정을 하기보다, 구성원들의 상황과 배경을 심도 깊게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원이라면 단순히 ‘MZ세대’라서 책임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집안 문제나 경제적 어려움 또는 커리어에 대한 혼란 때문일 수 있다. 업무지시에 꼬박꼬박 말대답한다면 ‘MZ세대’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기존의 방식에 불만이 있거나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물론 이해는 상호적인 것이므로 신입사원도 다른 구성원들의 환경과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리더는 편견에 맞서는 안목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세대별 특징을 참고할 수는 있으나, 리더가 진정으로 알아야 할 것은 구성원 개개인의 환경과 상황이다. 소통의 어려움을 세대 차이로 퉁치는 것은 서술형 답지에 ‘MZ세대’라고 적어버리는 것과 같다. 이러한 방식은 구성원에 따라 개별화된 리더십을 요구하는 지금의 시대에 갈등을 악화시키는 잘못된 처방전이 될 수 있음을 주의하자.
리더가 세대 차이라는 편견에 맞서고 구성원 개개인의 상황과 배경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MZ세대’라는 선입견이 사라지고 비로소 한 사람 한 사람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