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맡은 진로설계 교과목을 듣고 있던 대학 1학년생이 찾아왔다. “취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듣다 보니 남은 대학 생활 동안 취업 준비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다. 그는 부모님에게 물었더니 “네가 알아서 잘해보라” 하고, 지도교수에게 물었더니 “전공만 열심히 하면 된다” 하는데, 뾰족한 해답이 없는 것 같아 고민이라고 한다. “그저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라는 말을 듣긴 많이 듣는데, 과연 무엇을 어떻게 열심히 공부하라는 건지 애매모호하다며 명쾌한 답을 요청했다.
취업을 준비한다는 건 삶의 폭넓은 문제들과 연결되어 있기에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고민을 털어놓은 학생처럼 취업을 준비하는 청춘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대학 생활 중 취업 준비 5단계를조언한다. 비단 대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므로,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을 꼭 짚어보길 바란다.
취업 준비 1단계, 비전 수립
대학 졸업생에게 취업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인생 설계부터 올바르게 되어있어야 한다.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꿈이다. 그러니까 비전이 있어야 한다(꿈과 비전은 세부적으로 따지면 의미가 다르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동의어라고 봐도 좋다. 나는 이 두 단어를 혼용하는 편이다. 꿈 없이 인생을 제대로 설계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사실 이 꿈을 찾기가 쉽지 않다. 헛된 꿈이라도 품고 있는 친구를 보면 부러운 마음마저 든다는 청춘들도 있다.
그런데 그런 청춘들의 꿈을 들어보면 꿈이 아니라 목표인 경우가 많다.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다든지, 공무원이 되고 싶다든지, 정치인이 되고 싶다든지, 연예인이 되고 싶다든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든지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좋은 직업이나 직장을 가지고 싶다는 거다.
대개 이런 소망은 작은 목표가 될지언정 진정한 의미의 큰 꿈, 그러니까 비전이 될 수는 없다. 목표와 비전만큼은 구분해야 한다. 목표는 이루지 못해도 괜찮지만, 비전은 온 힘을 기울여 달성해야 한다. 말하자면 목표로 삼은 직업을 갖지 못하더라도 얼마든지 훌륭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목표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대기업에 못 들어갔다고 해서, 공무원이 못 되었다고 해서 실패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인생이 실패한 거라고 생각하는 청춘들이 많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삶의 비전부터 먼저 세워야 한다.
나의 비전은 ‘나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타인의 가치를 높이고, 세상의 가치를 높인다!’라는 것이다. 세부 목표로는 전문 경영인, 유명 강사, 토크 방송 진행자, 베스트셀러 작가, 교육장 건립, 직업진로지도 학과 개설 등이 있다. 비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런 목표들을 이룰 수도 있겠지만, 내 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타인의 가치까지 높일 수만 있다면 세부목표들은 꼭 이루지 못하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세부 목표보다 궁극적 비전이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그런 믿음 덕분에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오히려 생각지 못한 더 많은 목표를 성취했다.
그러니 눈앞의 세부 목표보다 삶의 방향을 이끌어줄 큰 비전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어떤 청춘들은 “누군가 나에게 ‘너의 꿈은 이것’이라고 지정해주면 좋겠다”며 푸념하듯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도 당신에게 비전을 심어줄 수 없다. 비전은 스스로 찾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빛나는 보석이다. 일부 정신의학자들은 “꿈이 없는 사람은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까지 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비전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추구하고 싶은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어떤 신념과 철학으로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등을 보다 진지하게 생각해보며 삶의 방향성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보다 더 큰 삶의 목적을 찾아야 한다. 자기 심장이 고동칠 정도로 가슴 뛰는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인생 전반을 아우름과 동시에 기둥이 될 수 있는 궁극적 비전을 수립하면 취업 문제를 보다 큰 국면에서 바라볼 수 있기에 작은 문제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취업 준비 2단계, 자기 탐색
생명력 있는 비전을 찾는다는 건 분명 어려운 삶의 과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선행 작업 중 하나가 자기 탐색이다. 자신을 탐색하려면 세상을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의 삶도 엿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자기 내면부터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어떤 것을 잘하고 어떤 것을 못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만족하고 어떤 일을 할 때 힘들어하는지, 왜 어떤 유형의 사람은 좋아하고 어떤 유형의 사람은 싫어하는지 등에 대해 알아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의 기질, 성향, 성격, 적성, 흥미, 강점, 약점, 재능, 역량, 가치관 등을 탐색하고 인간 내면의 심리와 마음을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 다양한 심리 검사 도구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책을 통해 배움을 구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자신을 찾아갈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탐색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의 해답을 스스로 제시해보려는 자기 탐구 기법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내관법(內觀法)이라고 한다. 조용하게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는 것이다.
인생은 자신을 찾아가는 삶의 여정이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인생에서 어떤 의미 있는 것들을 추구하고 싶은지 등의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아내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자기 탐색은 각자의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주춧돌과 기둥이 된다. 아무리 학업성취도가 높고, 사회적 성취도가 높아도 삶의 시작과 끝에 대한 기준이 없다면 혼란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올바로 나아가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삶의 목적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려 노력해야 한다. 이는 자신의 내면을 깊숙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용기와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다.
취업 준비 3단계, 직업 및 업종 탐색
삶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직업이다. 자신이 흥미도 있고 가치와 보람도 느끼며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면 금상첨화다. 그러려면 자신에게 적합한 직업을 찾기 위한 정보 탐색 작업을 꾸준히 해야 한다. 물론 목표로 삼을 직업부터 정해야 정보 탐색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어떤 직업이든 좋다는 긍정적인 자세도 좋지만, 그런 생각만으로는 산탄총으로 목표물을 무작위로 쏘는 것처럼 명중률이 낮아진다.
취업준비생은 특정 직업 하나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조금은 더 거시적인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도 있다. 산업 환경과 사회, 경제 트렌드를 읽고 기업 조직이나 사회 조직이 어떤 것인지 비즈니스 시스템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떤 업종에 들어갈 것인지 선택한 다음, 해당 분야의 업종을 분석하고 해당 업종에 있는 입사 희망 기업 몇곳을 선택해서 준비하면 된다. 업종 및 기업 탐색 방법을 알아보자.
대부분의 학생들은 직업이나 기업에 대한 생각은 해도, 업종 공부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업종에 대한 이해가 높을수록 취업률이 높다. 인사 담당자는 업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지원자를 선호한다. 그만큼 사전에 충분히 준비를 해왔으며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있다고 바라보는 것이다.
업종에 대해 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첫째, 목표 업종부터 정한다. 그런 다음 업종의 역사와 흐름, 특징을 이해한다. 둘째, 지원할 업종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본다. 셋째, 업종의 대표 기업은 어디인지, 중견 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어떤 회사들인지, 그 회사들의 전략은 무엇인지 파악한다. 넷째, 이 중에 끌리는 목표 기업 한두 군데를 선정해 정보를 보다 상세하게 찾아본다. 마지막 다섯째, 최근에 지원한 업종에서 떠오르는 기업은 어디인지, 떠오르는 상품이나 기술, 서비스는 무엇인지, 가장 큰 핫 이슈는 무엇인지 조사해본다. 이때 분야 상위권 기업으로 들어갈 것인지, 중위권 기업으로 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하위권 기업으로 들어갈 것인지도 정한다. 그런 다음 해당 기업에서 할 일, 그러니까 세부 직무를 정한다.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찾아서 그에게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직접 조언을 구하면 가장 좋다. 대학교수나 선배, 주변 지인, SNS 등을 총동원해서 만나려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지원할 직무에서 요구하는 역량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그 역량을 갖추기 위한 작업을 대학 생활 동안 차근차근 해나가면 분명 좋은 결과가 펼쳐질 것이다.
취업 준비 4단계, 스펙 구축
입사하고 싶은 업종과 기업을 정하고 희망하는 직종을 2 ~3개 정도로 압축했다면, 압축한 직종에서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조건이 무엇인지 알아봐야 한다. 만일 대기업이나 공기업처럼 규모 있는 기업에 들어가려면 그곳에서 요구하는 취업 자격 요건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 .
분명 스펙이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현재로서는 공개 채용 과정에서 달리 구분할 방법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물론 이런 편중된 스펙 경향은 서서히 역량 중심의 채용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래도 이 말을 ‘스펙이 전혀 없어도 된다’는 뜻으로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우선 입사하고 싶은 기업에서 요구하는 최소 자격 조건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한다. 무조건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위안 삼으면 안 된다. 귀찮아도 적극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입사하고 싶은 기업이나 희망하는 직업이 있는데 거기서 요구하는 조건조차 모르고 도서관에 내내 있어봐야 헛다리 짚는 격이다. 실제로 입사 지원 자격인 학점 3.5점을 못 넘겨서, 토익 600점을 못 넘겨서, 심지어 그 흔한 운전면허증 하나가 없어서 서류 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한 청춘들이 있다. 이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지나치게 스펙에 몰두해서 고스펙을 쌓으려는 것도 문제지만, 최소한의 기본 자격 요건도 모른 채 도전하는 건 승부를 낼 기회를 스스로 없애버리는 일이라는 걸 유념해야 한다.
취업 준비 5단계, 경험 쌓기
마지막으로 기업에서 요구하는 스펙을 갖췄다 하더라도 그건 표면적 조건만 갖춘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서류 전형에는 통과할 수 있겠
지만, 그 이상을 성취하려면 더 많은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려면 대학을 다니는 동안 누구보다 폭넓은 경험을 쌓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경험은 도서관이나 집 안에 가만히 박혀 있는다고 늘어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양한 모임에 참석해 여러 사람과 어울리며 활동도 해보고, 자기 힘으로 돈을 버는 경제적 활동도 해보고, 가족을 떠나 혼자 힘으로 살아도 봐야 생기는 것이다.
다양한 경험이 도움이 되지만, 그중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기 어려울 정도로 특별한 경험을 한다거나, 특별하지는 않지만 지원한 업무성격과 유관한 경험일수록 더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꿈 멘토 김수영은 전 세계 여행하기, 킬리만자로 등반하기, 인도에서 영화배우 되기, 뮤지컬 무대에 서보기 등 다소 황당해 보이는 도전적인 꿈을 꿨고, 실제로 그런 경험을 차례대로 했다. 그 덕분에 외국계 글로벌 기업 입사에 성공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지금은 베스트셀러 도서 저자로, 동기부여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진정 유용한 경험을 쌓고 싶다면 삶의 편안한 울타리부터 벗어나야 한다.
취업 준비 5단계
1단계 비전 수립 -가슴 뛰는 비전부터 수립하라.
2단계 자기 탐색 -나 자신을 찾아가는 삶의 여정을 시작하라.
3단계 직업 탐색 -다양한 직업 정보와 업종 정보를 직접 탐색하라.
4단계 스펙 구축 -최소한의 스펙은 구축해둬라.
5단계 경험 쌓기 -안락한 울타리를 벗어나 다양한 경험을 쌓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