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관리자가 되면 수많은 회의와 보고와 지시를 마주치게 된다. 일반적으로 한주의 시작인 월요일은 주간 팀장 회의로 출발해서, 팀회의 등이 이어진다. 월말이나 월초면 월례회의가 기다리고 있다. 하루를 회의하다가 다 보낸다고 한다. 공식적인 회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시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업무협의도 있다. 이처럼 회의는 조직에서 가장 강력하고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회의에서 주로 일어나는 커뮤니케이션의 형태는 바로 보고와 지시다. 회의 좌장(대개 대표이사나 본부장과 같은 임원이다)에게 소속 조직의 장들이 자신들이 책임지고 있는 팀과 같은 조직이 한주 또는 한달 동안 어떤 일을 했으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등 실적과 계획을 보고한다. 그리고 회의의 좌장은 이러한 보고를 듣고 한두가지 지시 사항을 내리거나 맘에 들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나 질책을 쏟아내기도 한다.

분명 회의가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임에도 불구하고, 회의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인 양방향 소통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회의에서는 일방적인 보고와 일방적인 지시만 난무하기 일쑤다.

팀장과 같은 조직의 관리자들은 이러한 회의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배워왔다. 양방향의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와 지시를 보고 배운 것이다. 그러다 보니 팀에 와서 부하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실수를 한다. 팀장은 자신이 참석한 회의에서는 회의의 좌장인 대표이사나 본부장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들어야만 한다. 그것이 아랫사람의 도리요 미덕이요 능력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부하직원들에게는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찰떡같이 말해야 부하직원들이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즉, 정확하게 지시하고 꼼꼼하게 보고를 받아야 한다.

조직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과 사람을 모아놓은 곳이다. 모든 지시는 조직의 목표달성을 위한 것이다. 이러한 지시가 애매하거나 모호하면 제대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어렵다. 지시는 일의 방향과 나아갈 바를 가르쳐주는 것이다.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나아간다면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다. 올바른 지시, 명확한 업무지시가 필요한 이유다.

보고도 마찬가지다. 업무지시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혹은 수행했는지를 확인받는 것이 바로 보고다. 일종의 숙제 검사다. 업무보고를 제대로 해야 일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다. 잘못된 업무보고나 허술한 업무보고는 일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방해가 된다. 결국 제대로 업무보고를 받지 못한 팀장은 업무에 대해 제대로 지시를 내리지 못하게 된다. 업무보고 방법의 문제가 아니다.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전자결제든 이메일이든, 메신저든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다. 업무보고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 것들, 즉 내용이 중요한 것이다.

일부 관리자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업무보고를 생략하거나 대충 형식적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업무지시도 업무 배경이나 목적, 결과물 등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는다. 이른바 ‘까라면 까라는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SSKK)’의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곤 한다.

업무지시가 명확하고 업무보고를 보다 꼼꼼하게 받는다면 재택근무를 한다고 해서 생산성이 떨어지거나 효율성이 저하되지 않는다. 업무지시와 보고가 형식적이고 제대로 안되고 있기 때문에 눈앞에서 안보이는 재택근무나 외근시에 업무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조직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대해 많은 솔루션과 해법들이 난무하고 있다. 위계적인 호칭을 파괴하거나 직급체계를 단순화하여 수평적인 조직에 걸맞는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노력들도 나오고 있다. 조직관리에서 가장 기본적인 업무적 커뮤니케이션인 업무지시와 업무보고가 제대로 안되는 상황에서 조직내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는 사상누각이거나 말장난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조직의 관리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은 다름이 아니라 조직내 커뮤니케이션 중 기본인 업무상 소통인 업무보고와 업무 지시부터 제대로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