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책은행에 지원했다가 실패하고 재도전하는 취준생을 컨설팅한 적이 있다. 그 학생은 토론면접에서 실패했는데 이유를 알 수 없다면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토론 시, 하고 싶은 말을 만족스럽게 했고 동료 면접자들에게는 ‘어떻게 말을 그렇게 잘하세요?’라는 칭찬까지 들었다고 한다. ‘말을 너무 잘했던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좋은 토론자가 될 수 있을까?
❚ 논리로 압도하자는 생각을 내려놓자
토론 면접의 주된 목적은 사고력과 함께 소통 태도를 평가하는 데 있다. 당연하다. 면접 전형 중에 동료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유일한 전형이 바로 토론 면접이기 때문이다. 조직의 업무를 연주로 비교한다면 독주(獨奏)가 아니라 합주(合奏)이다. 입사 후 동료들과 소통하고 함께 의사결정 태도를 평가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이 토론면접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논리로 상대를 압도해야 한다는 생각은 내려놓자.
❚말하는 습관을 점검하자.
말의 내용은 마음의 틀, 즉 태도에서 나오는데, 평소에 말하던 습관이 때로는 태도를 넘어서기도 한다. 위에 언급했던 학생의 경우, 말솜씨가 탁월하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목소리의 톤이 높았고 강조 내용을 말할 때는 표정과 제스처가 다소 과하게 병행되었다. 그런 모습에서 듣는 자세를 엿보기는 어렵다. ‘입사하게 되면 자기 주장은 정말 잘하겠구나!’ 당신의 말하는 모습이 이런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면 말하는 습관을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암묵적으로 시간을 배분하자
토론면접이 6명으로 진행되며 시간이 30분으로 주어졌다면 한 사람당 말하는데 주어지는 시간은 5분이 채 안 된다. 그 정도 시간이 주어진다고 생각할 때 토론에 개입하는 횟수는 몇 번 정도가 적합할까? 최소 세 번은 개입하는 것이 좋고 다섯 번은 넘지 않는 것이 적당하다. 그러나 횟수를 채우기 상대방의 말을 끊고 끼어드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자신의 말을 계속 이어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 번 정도 토론에 개입했다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 자세가 좋다. 굳이 횟수를 맞추기 위해 긴장할 필요도 없다. 토론에 좀 적은 횟수로 개입하고 있다고 생각되면 논지가 명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화술의 임팩트를 줄 필요가 있다. 반면 다른 동료의 말수가 적어서 좀 많은 횟수로 개입하게 될 상황이 된다면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해 보며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배려심을 발휘해 보는 것도 좋다. 논지만으로 개입 횟수를 늘리는 것은 다소 주장이 강한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협상 전략을 준비하자
토론에서는 반드시 대립 구도에 부딪히게 된다. 다른 두 면접자끼리 논쟁이 강해지는 분위기가 될 때, 구경만 하는 자세가 아니라 중재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는 것이 좋다. 극렬한 대화가 오고 갈 때 가만히 있으면 강 건너 불구경하듯, 은근히 즐기는 듯한 인상으로 보일 수 있다. 반면 자신과 대립 구도가 강해질 때는 “나는 서로의 다른 입장을 동등한 위치에서 풀어나가길 원합니다”라는 식으로 주장의 근거를 개인이 아니라 토론 그룹 전체의 입장에서 밝히는 것이 좋다.
❚팔로워십을 발휘하자
신입사원에게 있어서 중요한 리더십은 팔로워십이다. 토론할 때 메모하자! 상대방의 생각을 정확하게 이해할 때 팔로워십이 발현된다. 상대방이 말할 때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 적는 태도는 좋은 팔로워의 모습이다. 그런데 의외로 상대의 말하는 내용을 적기보다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적느라 듣는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흐름에서 벗어난 엉뚱한 이야기를 펼치는 실수까지 범하게 된다. 입사하게 된다면 회의를 통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할 일이 많을 텐데 경청과 발언의 상호작용은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기억하자
면접관 입장에서 토론면접은 지원자들의 소통 기술을 관찰하고 비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원자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전체와 개인을 평가하는 것이 토론면접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그룹이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까?’ 지원자가 이런 관점으로 토론에 임할 때 win-win하는 토론 면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