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높은 사람은 목표에 한계가 없다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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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높은 사람은 목표에 한계가 없다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34)
  • 뉴스앤잡
  • 승인 2023.03.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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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평가 점수는 누가 매기는 걸까.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다. 누가 뭐라 해도 자기가 스스로를 평가하는 점수가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에 대한 평가를 남에게 쉬이 맡겨버린다. 남들이 알아줄 만한 어떤 성취를 못 하면 자신을 못난 사람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아무리 보잘 것없다고 생각되는 직업을 가졌더라도 자존감 높은 사람은 그 분야에서 장인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내가 만난 평범한 구두닦이 아저씨에게서 그 높은 자존감을 찾아볼 수 있었다.

 

아저씨는 50대 초반에 갑작스레 중풍을 앓게 됐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매일 3~4시간씩 2~3년 동안 걸어 다녔다. 걷다가 힘들면 길목 조그만 구둣방에서 쉬었다 가곤 했는데, 그러다 거기서 일하는 구두닦이 청년과 친해졌다. 어느 날 아저씨는 청년에게 구두 닦는 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건장한 청년도 구두 기술을 배우려면 2~3년 걸리는데, 아저씨는 중풍 환자니 배우려면 10년은 족히 걸릴 거라며 청년은 가르치길 거절했다. 이때 자존감 낮은 사람이었다면 포기했을 거다. 

 

그러나 아저씨는 남들보다 2~3배 노력하면 다소 늦더라도 언젠가는 기술을 터득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청년을 계속 졸랐다. 아저씨의 간청에 청년은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아저씨는 1년도 안 되어 구둣방을 차렸다. 구두 닦는 기술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시작한 터라 전문 기술자를 한 사람 고용했다. 채용한 구두닦이에게 기술을 배우면 되겠다고 생각한 거다. 하지만 직원은 “중풍 걸린 사람이 구두 기술이 되겠느냐”며 핀잔만 쏟아부었다. 그래도 아저씨는 ‘할 수 있다!’라는 믿음을 잃지 않고 혼자서 열심히 연습했다. 그렇게 1년간 기술을 갈고 닦은 뒤 구두 닦는 기술을 처음 가르쳐준 청년을 찾아갔다. 기대와 달리 혹평을 들었다.

“아저씨, 이런 식으로 구두 닦고 손님들한테 돈 받으면 안 돼요. 그러면 구두닦이 전체가 욕먹는 거예요. 아저씨는 과락입니다. 점수를 매긴 다면 100점 만점에 60점이에요.”

 

이때 자존감 낮은 사람이라면 ‘혼자 아무리 노력해도 60점짜리밖에 안되는구나. 이제는 정말 그만둬야겠구나.’라고 생각하며 포기했을 거다. 

그런데 아저씨는 ‘60점이나 받았구나. 앞으로 더 열심히 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자기 가게로 돌아와서는 구두닦이 직원에게 여전히 놀림을 받았지만 괘념치 않고 다시 피나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자기가 닦은 구두를 들고 그 구두닦이 청년을 다시 찾아갔다. 이번에도 한참 멀었다고 욕을 먹었지만, 청년의 마지막 말에서 아저씨는 조금 더 용기를 얻었다.

“아저씨, 이 상태로는 안 돼요. 그래도 지난번보다 좀 늘었네요. 70점 드릴게요.”

이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면 ‘이렇게 열심히 노력했는데 고작 10점 수준밖에 안 늘었구나. 나는 70점짜리 기술자밖에 안 되는구나.’라거나 ‘실망할까 봐 괜히 점수만 높여주는구나. 포기하라는 말을 이렇게 돌려서 하는 거겠지?’라고 생각하며 실망했을 거다.

하지만 아저씨는 뛸 듯이 기뻐했다. ‘노력하면 나도 발전할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90점, 100점도 받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하지만 자신이 고용한 기술자는 혼자 연습하는 아저씨를 보고 여전히 비아냥거리곤 했다. 아저씨는 그런 비평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구두 좀 닦는다 싶은 사람이 있으면 젊은 군인에게조차 매달리면서 배웠다. 소문난 기술자들을 찾아가 자신의 열정을 보여주면서 기술을 가르쳐달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럴수록 자신감은 더욱 붙었고, 다음에 구두닦이 청년을 만나면 또 몇 점을 받을지 기대하게 됐다.

 

그런데 그 이후 아저씨를 구두닦이 기술자로 이끌어줬던 청년과 연락이 끊기는 바람에 실력을 더 이상 평가받을 수 없게 됐다. 아쉬웠지만, 아저씨는 늘 하던 대로 혼자 부지런히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그 덕분에 이제는 자기만의 비법을 완벽하게 터득한 상태가 됐다.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렵게 터득한 그 구두닦이 기술을 가르쳐주기까지 한다. 누구보다 고생하며 얻은 그 비법을 아무한테나 가르쳐줘서야 되겠느냐고 내가 농담조로 말을 건네자 아저씨는 이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각자 구두를 잘 관리해서 오래 잘 신는 게 사회적으로도 훨씬 더 유익한 일이잖아요. 비법이 알려지는 거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아저씨는 그렇게 배운 구두 닦는 기술로 자식들 대학 다 보내고 사회로 진출시켜서 이제는 아무런 걱정이 없다고 한다.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하는데, 이렇게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늘 축복이라 여기며 매일매일 즐겁게 출근한다. 구두닦이라는 직업 덕분에 중풍도 거의 다 나았을 뿐 아니라 자신의 건강과 가정까지 모두 지킬 수 있었다며 이 일에 감사한다고 말한다. 이야기하는 내내 행복해 보이는 아저씨를 보며 나도 행복감에 푹 빠져들었다.

 

비록 ‘장인’이나 ‘명장’ 칭호를 공식적으로 받지는 못했지만, 이런 분이라면 누구라도 기꺼이 ‘구두닦이 분야의 장인’이라 불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주변 사람들의 냉소와 혹평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것들을 발판 삼아 자기가 원하는 길을 오랜 시간 묵묵히 혼자 걸어왔으며, 마침내 승자가 되어 여유 있는 웃음을 짓게 됐으니 말이다. 바로 여기서 우리가 새삼 되새길 것이 있다. 행복한 구두닦이 아저씨의 성공 비결 역시 ‘높은 자존감’이었다는 걸 말이다.

내가 이 구두닦이 아저씨 이야기를 하면 특정 직업의 특정 사례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생산직 직공이든, 평범한 회사원이든, 임원급 직장인이든, 한 기업의 대표든, 대학교수든, 작가든 어떤 직업에라도 이 아저씨의 사례를 적용할 수 있다. 분야만 다를 뿐, 성공을 위해 높은 자존감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유명 배우나 방송인, 연예인, 운동선수 등 소위 잘나가는 멋진 직업을 가진 사람만 성공한다는 생각 역시 환상에 불과하다. 그들이 멋져 보이고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건 단지 대중을 상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자존감은 반드시 필요하다.

 

취업을 앞둔 청년들이여, 학벌 같은 스펙에만 매달리지 말고 우선 자기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며 자기 자신과 대화하길 바란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좀 더 후한 점수를 주자. 거듭 강조하건대, 어떤 직업을 갖든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은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자존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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