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만 뽑으면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 [2023채용트렌드6_경력같은 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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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만 뽑으면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 [2023채용트렌드6_경력같은 신입]
  • 박주현 기자
  • 승인 2023.03.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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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최근 소소하게 화재가 된 채용공고의 일부이다.

 

'월급 200만원

토할 때 까지 일할 신입사원 공개모집합니다.'

 

장난삼아 올린 듯 하지만(게시자는 논란이 일자 장난성 공고라고 밝혔다), 마냥 웃어넘기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정말로 터무니 없는 조건이라면 모를까, 정말로 어딘가 실제로 있을법한 공고라 마음이 더 섬짓하다.

돈은 적게 받으면서 열정은 많고. 신입같은 자세로 조직에 투신하되 일은 경력직처럼 하고. 청년들이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지 말고 그냥 무소가 되어라.  

 

 

취업시장이 선호하는 '경력같은 신입'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3년 상반기 신규채용계획'에 따르면 2022년 대졸 신규 입사자 5명 중 1명은 경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신입직으로 입사한 '중고신입'이었다. 이중에선 1년 이상 2년 미만의 경력자가 40%로 가장 많았다.

 

전경련은 이에 대해서 불안정한 경영환경에 따라 실무형 인재 선호는 어쩔 수 없는 성향이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무형 인재' '직무능력을 탑재한 인재'가 각광받은지도 오래 되었다. 

당연하다. 누군들 기껏 초짜에게 월급 줘가며 업무 가르쳐 놨더니, 몇년 채우지도 못하고 다른 곳으로 도망치는 인재를 좋아하겠는가.

그렇지만 취준생들 입장에서는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용솟음 치는 것을 참기가 힘들다.

다 경력직만 뽑으면 진짜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


지난 2021년 사람인은 취준생들을 대상으로 취업시장의 비정상적 문화에 대한 조사(복수응답)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취준생들은 신입 채용에 경력직 우대(49.1%), 과도한 스펙 쌓기(37.5%), 고학력 구직자 증가(36.1%) 등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다만 비정상인 것을 느껴도 별 다른 수는 없다. 바늘구멍이라도 비집고 들어가야지. 취준기간이 한해두해 늘어가다보면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실제로 많은 취준생들이 경력직을 우대하는 취업 시장에 마음이 꺾이고 있다.

바로 이전 해에 전경련이 전국의 4년제 대학 재학생과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대학생 취업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취준생의 65.8%는 사실상 구직을 포기한 상태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31.8%는 의례적으로 입사 지원서만 넣고 있고, 26.7%는 그조차도 거의 하고 있지 않았다.

이들은 구직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로 '경력직 선호에 따른 신입 채용 기회 감소', '원하는 근로조건에 맞는 좋은 일자리 부족', '체험형 인턴 등 실무경험 기회 확보 어려움' 등을 들었다.

 

각 취업포털에 '신입' '경력'을 키워드로 검색해봤다.

 

단순히 신입과 경력이라는 키워드만 검색하였고, 채용 공고의 특성상 '신입/경력' 과 같이 두 키워드가 혼재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가 힘들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지점을 감안해도 주요 취업포털 모두 경력직 채용 공고가 신입 채용공고에 비해 월등히 많다. 

 

초봉은 어떨까

누군가 그랬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가장 쉬운 문제라고.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 데에는 뭐니뭐니 해도 높은 연봉 만한 게 없다. 신입사원들은 초봉으로 얼마나 받을까?

경력같은 신입, 기라성같은 유능한 인재가 속속들이 모이는 대기업은 역시 연봉도 대단하다.

취업정보 커뮤니티 독취사의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초봉 1위 삼성전자는 7165만원, 2위 SK에너지는 5035만원, 3위 SK텔레콤이 4821만원이다. 최근 채용사이트가 마비될 정도로 열띤 반응을 보인 현대차의 경우 평균 연봉이 2021년 기준 9600만원이라고 한다. 초봉이야 이것보다는 낮겠지만, 그를 감안하더라도 굉장한 수준이다.

 

 2021년 기준 공공기관 신입사원 초봉은 3728만원이다. 일반직 7급 공무원은 2278만원이고, 9급 공무원은 1991만원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2022년 기준 대졸 신입 평균 초봉은 2881만원이다. 모 취업포털 커뮤니티에는 ‘중소기업 초봉 2500 ~2600인데 괜찮나요?’ 하는 질문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대한 댓글 반응도 ‘어느 정도는 감안해야 합니다.’ ‘어쩔 수 없어요.’ 하는 반응이 많다.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물론 불평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성취는 노력을 자양삼아 수확하는 과실이지 않은가. 

'대기업 취업하려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한다 그만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무슨 대업을 도모하려고 하느냐' 라는 일침을 가할 수도 있다

 

다만 노력을 쏟는 데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취직을 하려면 경력을 쌓아야 하고, 경력을 쌓으려면 관련된 경험을 해야하고, 관련된 경험을 하려면 내가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임을 증명해야 한다

근데 그것을 증명하는 단계에서 또 경쟁을 해야한다. 단기 체험형 인턴직만 해도 경쟁률이 치열하다 못해 없어서 못간다. 성공사례를 보고 열정을 불태우려고 해도 땔감 자체를 구하기가 힘들다.

가만히 서있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뛰어야 한다. 다만 걷는 것조차 힘든 이들이 너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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