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중독에 자살시도 하던 노숙자, 취업 성공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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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중독에 자살시도 하던 노숙자, 취업 성공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탐방]
  • 서설화 기자
  • 승인 2022.09.08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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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동부지부 - 건물의 주인은 법무보호대상자!
기업 - 출소자를 포용해주길 바래요! 
직업상담 - 자기낙인에서 벗어나게 하는 일부터!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동부지부의 직원들은 법무보호대상자들을 나날이 성장시키는 일을 돕고 있다.

간판 없는 건물, 맞게 찾아온 걸까. 잠깐 헤매다가 빌딩 안쪽을 들어가니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라는 안내문구가 쓰여 있었다.

지난 9월 6일 2층 사무실로 들어서자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동부지부의 한순옥 지부장과 이승경 과장이 취재진을 맞이해 주었다. 한 지부장은 “서울동부지부는 여성 법무보호대상자들이 실제로 생활하고 있는 공간이라,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간판을 부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출소자를 향한 배려심이 엿보였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은 보호대상자의 사회복귀를 지원하고 있는 기관이다. 취창업지원, 주거지원, 심리상담 및 치료 등을 제공하며, 전국 각지에 19개 지부와 7개의 지소가 있다.

서울동부지부는 2021년 2월 22일 개소하여 지하 2층, 지상 5층으로 설립된 건물이다. 한켠에는 여성 보호대상자들을 위한 생활관의 역사를 한 눈에 엿볼 수 있는 전시공간이 있다.

한순옥 지부장이 여성보호대상자 지원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했다.

1990년 기준, 전국 12곳에 운영되던 생활관 중 여성을 위한 시설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여성 출소자의 수가 남성 출소자의 수의 10%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여성 출소자들은 범죄자를 향한 사회의 냉담한 시선에 더해 여성이라는 소수집단을 향한 편견까지 고스란히 짊어져야 했다. 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지거나 혹은 피해자로서 범죄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쉬웠다. 여성 출소자들은 깊은 우울감, 소외감, 박탈감을 견뎌야만 했다.

1991년이후부터 기부자와 기업의 도움을 받아 송파, 수원, 안양 등에 여성을 위한 숙식공간을 마련했다. 아쉬운 점은 이들의 숙식은 이루어지지만, 취업교육을 한곳에서 연계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작년 초 개소한 서울동부지부는 “여성들의 생활공간을 확보하고, 취업교육도 같은 곳에서 실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한순옥 지부장은 설명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동부지부는 여성 보호대상자를 위한 생활관의 역사를 전시해 두었다. 

 

 ♥ 자기낙인에서 벗어나게 하는 일부터 - 직업상담 

출소자가 취업하는 일, 얼마나 힘들까. 자기 스스로 낙인을 찍어서 삶의 의욕이 없는 상태다. 출소자를 취업시키는 일, 말할 수 없는 고충이 따르리라 짐작된다. 한순옥 지부장에게 출소자들의 취업 사례를 들어보았다.

- 기억에 남는 보호대상자가 있나요?

“남의 핸드백에서 돈을 훔쳐서, 6개월 형을 받고 출소한 40대 여성이 있었어요. 자살시도로 머리카락은 다 빠지고 이도 없었어요. 노숙생활을 오래해서 지붕이 있고 담이 있는 데서 생활하는 걸 힘들어 했어요.”

그녀는 5살에 엄마가 재혼하며 보육원에 버려졌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다. 성년이 되어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가출해서 10여 년 노숙자로 지냈다. 노숙하는 동안 자살을 시도하고, 약물 부작용으로 머리카락도 치아도 전혀 없었다.

- 공단에서 그분에게 어떤 지원을 해주었나요?

“예산을 지원받아 틀니를 하게 하고, 허그일자리지원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했어요. 인근 화장품 제조업체에 취업도 알선하고요. 현재 경기도에 있는 장기임대아파트에 입주해서 잘 살고 있어요.”

출소자를 대상으로 하는 허그일자리지원프로그램은 취업설계, 직업능력개발, 취업성공, 사후관리로 구성된다. 출소자들을 전문상담가의 1:1 단계별 지원을 받도록 하여 취업의 길로 이끌고 있다. 허그일자리지원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을 채용한 사업주에게는 고용촉진장려금으로 연간 720만원이 지급된다.

- 여성 보호대상자들을 취업시키기 참 어려울 듯해요.

“여성 보호대상자들은 심리적으로 취약해요. 수감생활이후에,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려고 하면 불안도가 너무 높아요. 불안이 높은 여성들에게 직업 훈련을 시키고 취업을 시켜야 되기 때문에 남성보다 더욱 힘든 측면이 있어요. 또 여성은 직업훈련만 받고, 출소자라는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워서 취업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많아요.”

- 여성 보호대상자의 취업을 방해하는 요인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문제는 자기 스스로 낙인을 찍는 거예요. 수감생활을 했으니, 사회생활은 어렵다고 스스로 낙인을 찍어요. 그것에서 벗어나게 하는 역할이 제일 중요해요. 일단 심리치료부터 이루어져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어요.”

- 보호대상자를 취업시키는 특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하는 일이 밥을 다해서 ‘여기 숟가락 있으니 먹어라’가 아니라, 직접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에요. 그러니까 힘을 길러주는 게 중요해요. 동기부여해 주고 힘을 길러주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출소자를 채용해본 기업들은 ‘사람 참 괜찮네.’라는 반응을 보이며 또 다른 출소자를 선발하곤 한다고 한순옥 지부장은 전했다.

 ♥ 한 번 포용해주길 바래요! - 기업 

기업체에서 출소자를 뽑는 일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출소자를 채용해본 기업들은 ‘사람 참 괜찮네, 괜한 걱정을 했네.’, ‘외국인 노동자보다 낫네.’ 이런 반응을 보이며 또 다른 출소자를 선발하곤 한다고 한순옥 지부장은 전했다.

- 기업체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기업체 대표님들은 보호대상자를 향한 편견을 버렸으면 해요. 가뜩이나 자기 낙인으로 주눅 들어 있는 대상자들이 사회적인 편견과 맞닥뜨리면 더 힘들어하니까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셨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공단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재범을 하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아니거든요. 수감 생활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사회에 온전히 살아남고 싶다.’라는 그런 의지로 오는 분들이기 때문이죠.”

- 보호대상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따뜻한 시선으로 포용해 주는 자세로 대상자들을 봐줬으면 해요. 이분들을 적대시하거나 외면한다면, 피해자는 선량한 시민이 될 수밖에 없어요. 폭력적이든 극단적이든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 보호대상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한 편이죠.

“네, 맞아요. 한 번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멸시만 할 게 아니라, 한 번 포용해주길 바래요. 반성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니 포용을 해 주고 인정을 해 주고 다시 한 번 정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시민들의 역할이 아닐까 해요. 같이 잘 살아가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시민들 모두가 그러한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순옥 지부장은 ‘한 번’이라는 단어를 은연 중 자주 사용했다. 한 번의 따스함이 보호대상자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고, 한 번의 차가움이 보호대상자를 범죄의 길로 다시 들어서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보호서비스 수혜자 16,364명 중에 재범자수는 42명으로 0.3%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들이 온전하게 사회에서 자립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공단에서 실시하는 일자리사업의 취업률은 2,480명이 수료하여 2,032명이 취업하여 81.9%의 취업률을 나타내고 있다. 또 기업에서 보호대상자를 직원으로 받아들였을 때, 다른 직원들과 동일하게 성과를 내고 더욱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고 한 지부장은 전했다.

- 보호대상자들의 취업과 관련해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가요?

“우리 대상자들을 채용해 주실 수 있는 기업체 확보가 우선과제라고 생각해요. 일자리 사업에 안정이 되려면 종착지는 취업인데요. 교육생들이 취업할 곳이 없으면 안 되는 거죠. 다양한 기업을 선정해서 직종별로 규모별로 취업처를 확보해 나갈 계획이에요. 앞으로 취업위원회를 구성하려고 합니다. 우리 대상자들을 이해하고 마음으로 받아줄 수 있는 업체 대표님들을 중심으로 구성하려고 해요. 취업위원회에 속한 회사는 대상자를 믿고 받아주시는 거니까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마음으로 품고, 상담해 주시는 분들이잖아요.”

 

 ♥ 건물의 주인은 법무보호대상자!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동부지부 

여성 보호대상자들이 새로운 삶을 설계하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동부지부, 생활관과 식당, 교육시설 등을 한순옥 지부장과 이승경 과장의 안내로 둘러보았다.

서울동부지부의 생활관은 1인 1실로 개인의 자율권이 보장된  안락한 공간이다.

 ★ 서울동부지부 생활관 

- 현재 생활관에는 몇 명이 거주하고 있나요?

“여성 대상자 26명이 살고 있어요. 최대 40명이 수용 가능한데, 지금처럼 30명 미만으로 운영하는 게 적절하다고 봐요. 생활관에 창문이 없는 방이 여러 개 있는데, 비어두었어요. 그 방은 책을 보거나, 운동을 하거나 여가시설을 할 수 있도록 개조하려고 해요. 그래야 대상자들의 공간을 넓혀주고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울동부지부의 생활관은 1인 1실로 식사도 제공된다. 식당에는 보호대상자들을 위해 마련된 따스한 밥, 정갈하게 만들어진 다양한 반찬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또 출출할 때 먹으라고 준비된 간편식들도 빼곡하게 쌓여 있었다. 여성 보호대상자들이 자기 집처럼 마음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준비한 흔적이 보였다.

생활관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공간으로, 최대 2년간 생활할 수 있다. 서울동부지부에서는 숙식 이외에도 문화 체험, 심리상담, 교육 지원 등 사회 적응과 자립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동부지부 기술교육원은 교육에 필요한 기자재들이 잘 구비되어 있다.

★ 서울동부지부 기술교육원 

기술교육원의 미용 교육실, 조리 조육실, 카페 및 바리스타 교육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교육실마다 개별 학습공간이 널찍하게 확보되고, 해당 교육에 적합한 기자재들이 잘 구비되어 있으며, 가지런히 정리정돈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기술교육원에서는 조리(한식, 양식, 중식, 일식, 복어), 미용(헤어, 두피관리, 업스타일), 카페 및 베이커리(바리스타, 제과제빵) 분야에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진다. 교육은 성별과 무관하며 남녀 보호대상자가 신청가능하다.

- 어떤 교육과정이 있나요?

“보호대상자들을 위해 조리, 미용, 카페, 베이커리 과정 등이 운영되고 있어요. 특히 조리와 미용의 경우에는 상주하는 선생님이 있어서 수시로 교육과 상담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에요.”

서울동부지부 기술교육원에서는 미용, 조리, 카페 및 베이커리 분야에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진다.

- 어떻게 교육을 진행하고 있나요?

“도제 교육으로 이뤄져요. 교육과정이 끝나도 자격증을 딸 때까지 일대일로 배울 수 있어요. 선생님이 항상 있으니까 보수교육을 원하면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교육생의 수준은 학력, 나이, 기초 능력 등의 개인차가 심하다. 따라서 체계적인 교육 커리큘럼으로 1:1 맞춤식 교육으로 진행된다. 교육물품도 무상으로 지원된다.

특히 한순옥 지부장도 한식조리사 자격증, 제과 제빵 자격증 등을 취득하기도 했다. 이는 보호대상자 교육에 대해 이해하고, 각 과정에 필요한 물품과 도구들을 파악하여 구매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전했다.

- 교육생의 경우 자격증은 잘 취득하는 편인가요?

“국가에서 인정하는 기능사만 고집을 하는 건 아니에요. 기능사 자격 과정을 우리 대상자가 따기에는 좀 힘들어요. 주로 민간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도와줘요.”

이승경 과장은 교육생들이 민간 자격증 취득을 통해 자신감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많은 기부자들이 교육 시설이나 기구들을 기증하여 보호대상자들을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전했다.

한순옥 지부장은 보호대상자들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 서울동부지부의 미래 

- 공단 직원들 이외에 자원봉사로 참여하시는 분들도 많은가요?

“공단의 역사가 직원들만의 역사를 갖고 여기까지 성과를 못 내거든요. 자원봉사자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1942년 사법부에 있을 때는 사법보호위원이 있었고, 1961년 갱생보호회는 갱생보호위원이 있었어요. 현재는 법무보호위원들이 있어요. 자원봉사자들이 관심을 가져준다면, 그분들의 역량이나 재능으로 법무보호위원들이 활성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 공단 직원으로 어떤 사람이 잘 맞을까요?

“직업상담사와 똑같이 사람을 좋아해야 합니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해요. 오래 근무하게 되는 원동력은 사람에 대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거예요. 그러니까 대상자들의 변화된 모습에서 보람을 느끼고 동기를 갖게 되는 거예요.”

- 공단에 입사하고 싶은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우리 직원들의 선한 의지와 공단의 공식적인 프로그램이 접목돼서 보호대상자들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요. 긍정적인 변화가 가정이나 사회로 돌아가서 회복이 되는 모습들을 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여기에 가치를 둔다면, 이곳은 정말 좋은 직장입니다.”

 

가장 취약한 계층이자 소외된 집단인 보호대상자, 그들의 성장을 위해 도움을 주는 손길들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사진 =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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