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의 사회적 기초가 마련된 사회 [박강석의 직업사회학](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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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의 사회적 기초가 마련된 사회 [박강석의 직업사회학](6)
  • 뉴스앤잡
  • 승인 2022.02.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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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롤즈는 그의 저서 <정의론>의 모두에서 ‘정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갈파했다.

「사상체계의 제1덕목을 진리라고 한다면 정의는 사회덕목의 제1덕목이다. 이론이 아무리 정치하고 간명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진리가 아니면 배척되거나 수정되어야 하듯이 법이나 제도가 아무리 효율적이고 정연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정당하지 못하면 개선되거나 폐지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전체사회의 복지라는 명목으로도 유린될 수 없는 정의에 입각한 불가침성을 갖는다. 그러므로 정의는 타인들이 갖게 될 보다 큰 선을 위하여 소수의 자유를 뺏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다수가 누릴 보다 큰 이득을 위해서 소수에게 희생을 강요해도 좋다는 것을 정의는 용납할 수 없다.」

그리고 그는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계층의 복지를 최대화 할 수 있어야 불평등한 배분은 정당화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를 ‘자존의 사회적 기초’라고 불렀다. 이 ‘자존의 사회적 기초’는 ‘먹고사는 문제’의 최소한의 해결을 통한 ‘함께 사는 문제’, 즉 사회구조의 불평등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정의론>을 통해서 자유경제사회의 복지주의적 요구를 통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공정으로서의 정의관은 자유주의적 이념과 사회주의적 이념을 가장 체계적이고도 정합적으로 통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무튼 인간사회는 인간이 집단을 이루어 살면서 부터 계급사회였고, 이후 약육강식의 역사가 지속되면서 계층의 사다리가 형성되었는데, 이것이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해도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 같다.

당연히 이 지구상의 모든 국가사회에는 예외 없이 ‘자력으로는 먹고 살기가 힘든 계층’이 있다. 세계 모든 지성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은 계층사다리의 맨 아래에 속한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을 ‘취약계층’이라고 부르고, 법에서도 이들을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이 ‘취약계층’의 문제는 우리나라가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OECD회원국 중 가장 많고 그 주된 사유가 빈곤이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생애주기에서 평생의 경제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그 동안 저축한 재산과 쌓아온 직무능력으로 스스로의 노후를 책임질 수 있고, 가장 부족한 능력을 가진 사람도 어떠한 형태로든지 최소한의 생계는 유지할 수 있도록 직업사회시스템이 작동된다면, 적어도 빈곤으로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는 일은 이 땅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직업사회의 불평등한 배분이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는 어떤 이념이나 논리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구성원 누구에게나 최소한의 소득이 보장 되는 직업사회운용시스템을 구축하여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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