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스 게임 : 배려와 권리, 존중과 호구 그리고 겸손과 무시 [박준우의 인재경영](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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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 게임 : 배려와 권리, 존중과 호구 그리고 겸손과 무시 [박준우의 인재경영](20)
  • 뉴스앤잡
  • 승인 2023.12.1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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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 게임은 쉽게 고를 수 없는 두 가지 상황을 제시하고, 뭐가 더 나은지 선택하게 하는 게임을 말한다. SNL이라는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주기자가 간다'라는 코너에서 주현영 기자가 유력 정치인들에게 ‘도박하는 아들’과 ‘서류 조작하는 딸’ 중 키우고 싶은 자녀는 등과 같이 풍자와 해악이 담긴 하지만 선택하기 난처한 질문을 하는 코너가 가장 대표적인 밸런스 게임이다.

조직에서도 이러한 밸런스 게임이 벌어진다. 당신이 관리자라면 다음 중 어떤 부하직원을 선택할 것인가. 창의성과 개성은 강하지만 조직의 규율을 무시하는 부하 직원 A와 개성과 창의성은 떨어지지만 조직의 규율을 잘 따르는 부하직원 B 중 누구와 일하고 싶은지. 당신이 사장이라면 능력은 뛰어나지만 뭔가 같이 일하기 불편한 부장 A와 능력은 그저 그렇지만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로얄티가 강한 부장 B 중에서 누구를 임원으로 승진시킬 것인지 등과 같은 밸런스 게임이 조직에서는 수시로 발생하고 벌어지고 있다.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가장 대표적인 밸런스 게임이 배려와 권리다. 예를 들어 칼퇴라고 하는 정시 퇴근은 과거에는 팀장 등 상사의 배려로 가능했다면 이제는 근로자의 권리로 인식되고 행사된다. 참고로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시업 시간과 종업 시간을 명기하도록 되어 있다.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아니라 시업 시간과 종업 시간이다. 둘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회사 로비에 도착한 시간은 출근은 한 것이지만 시업을 한 것은 아니다. 로비에 도착해서 사무실로 이동하고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부팅하고 나야 비로소 업무시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업을 위해서는 출근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출근을 9시에 하면 시업을 9시에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9시보다 1초라도 먼저 근무지에 도착해야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18시에 업무를 종료하면 근무지를 떠나는 시간은 18시보다 1초라도 늦게 된다. 법대로 하면 18시 정각에 칼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팀장 등 관리자가 18시 이전에 업무를 종료하고 18시에 바로 근무지를 나가게 하는 배려가 있어야 현실적으로 칼퇴가 가능하다.

이처럼 배려와 권리는 상반된 게 아니라 보완적이다. 하지만, 18시 칼퇴근이 권리라고만 주장하는 부하직원들로 인해 오늘날 관리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부하직원들에 대한 관리자들의 존중도 비슷하다. 조직 구성원들간 상호존중은 기본이다. 하지만, 관리자들이 부하직원들에게 존중을 보이면 이를 선의로 받아들이지 않고 관리자들을 무시하는 등 소위 호구로 보는 직원들이 있다. 이 때문에 관리자들은 부하직원들에게 존중을 보이는 것을 꺼려하고 오히려 반대로 행동하는 경우도 있다.

관리자들이 자신을 앞세우지 않고 권위를 내려놓고 겸손한 행동을 하면, 오히려 관리자들을 무시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관리자들이 권위를 지나치게 내서우는 것도 문제지만 탈권위주의 행동을 보이는 관리자들을 무시하는 부하직원들도 문제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관리자들은 권위를 내려놓지 못하거나 오히려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VUCA로 불리는 혼돈의 시대에서 관리자들은 밸런스 게임처럼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하지만, 관리자에게 그리고 조직과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고 하나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둘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혹자는 이를 줄타기라고 폄하할 수도 있지만, 위험한 줄타기 보다는 중도를 걷는 것이다. 우리시대 관리자들에게는 이도저도 아닌 중도의 균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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