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보시는 게 전자책인가요?”
대기업 CEO인 김 대표가 내 휴대폰을 보더니 물었다.
“네. 맞아요.”
내가 답했다.
“그건 어떻게 하는 건가요? 무료로 보는 건가요?”
“무료도 있고 유료도 있어요. 보통은 유료책이 많죠. 보는 건 종이책과 똑같아요. 전자책서점에서 책을 구매하고 이렇게 휴대폰 앱에 다운받아서 보는 거예요.”
간략히 설명하면서도 사실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전자책은 젊은 사람들도 대부분 보기 어렵다느니 사용하기 불편하다느니 하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서, 이렇게 설명해줘도 진짜 시도해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 대표는 달랐다.
“어떤 앱을 설치하는 거죠?”
“구매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나요?”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요? 그럼 이제 책이 다운된 건가요?”
계속 질문을 해오는 것이다. 덕분에 그 자리에서 한참 설명하며 김 대표의 휴대폰에 전자책 앱 설치와 몇 권의 책 다운로드까지 완료해줬다.
“아! 되네요. 고맙습니다. 잘 볼게요.”
김 대표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내게 인사했다.
얼마 후 다른 자리에서 다시 김 대표를 만났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하며 다가오더니 대뜸 휴대폰을 내밀었다.
“저, 그날 이후로 전자책 매니아가 됐습니다. 읽어보니까 아주 좋더라고요. 이동 중 자투리 시간에도 볼 수 있고, 침대에 누워서도 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 굉장히 유용해서 요즘은 주변에 적극 추천중입니다.”
자랑스럽게 웃는 임 대표를 보며 놀라움이 느껴졌다. 보통 좀 지위 있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잘한 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비행기표 예약, 장소 예약, 정보 검색 등 모든 일들을 다 주변에 맡기다 보니 실제로는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기업체 임원들이 은퇴하면 지하철도 제대로 못 탄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그런데 김 대표는 달랐다. 이 전자책 사례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누가 좀 신기한 것, 새로운 것을 들고 오면 깊은 관심을 표하면서 그걸 배웠다. 그래서 김 대표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다방면으로 유능해졌다.
“제가 원래 이것저것 관심이 많아서요.”
씩 웃으며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얘기하지만, 어쩌면 김 대표의 성공 원동력은 이런 소년과 같은 호기심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고 한 조직에 머물면서 서서히 호기심을 잃어간다. 재미없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없어 하는 순간부터 성과도 떨어지기 시작한다. 필연적인 일이다. 그래서 일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힘, 성과를 내게 하는 힘은 호기심이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계속 그런 호기심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당연히 필요한 것이다.
호기심은 생기를 선물해준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70대라도 생생히 빛나고, 호기심이 없는 사람은 20대라도 노인 같다. 시몬느 드 보부아르도 ‘호기심이 사라지는 순간 노년이 시작된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성공하는 남자는 호기심이 많고 직접 배운다.
관심을 잃고 남에게 맡길수록 빠르게 늙어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시키지 말고 직접 배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