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미치는 음악의 힘 [심혜련의 한국형 정서코칭](31)
상태바
삶에 미치는 음악의 힘 [심혜련의 한국형 정서코칭](31)
  • 뉴스앤잡
  • 승인 2023.08.15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의 처음부터 끝을 관통하는 청각을 기반으로 하는 소리와 소리의 정연한 연결인 음악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몇 가지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음악을 통해 에너지를 조절할 수 있다. 모든 음악은 듣는 이를 자극하거나 진정시키는 스펙트럼 사이에 존재한다. 음악에 에너지를 부여하는 것은 리듬이다. 리듬의 중요한 특성은 빠르기이며, 기분 반응에 영향을 주는 1차적 요소다. 리듬의 특성을 통해 에너지를 조절하는 것이다. 에너지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템포가 빠르며, 타악적이고 명확하며, 반복적인 리듬을 가진 곡을 선택하여 감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격렬한 운동을 할 때, 각성하기 위해 빠른 템포의 음악을 들으며 근육에 에너지를 부여하여 움직임을 북돋울 수 있다. 반대 상황에서는 행동을 진정시키며 안정된 상태를 만들기 위해 음악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때는 비타악적이며 멜로디 진행이 지속적이고 음의 간격이 크지 않은 곡을 선택하는 게 도움이 된다. 겉으로 명확하게 드러나는 박을 가지지 않고 차분하게 깔리면서 단조롭고 일정하게 지속되는 내재 박을 가진 음악이 이완하게 하는 특성을 가진다. 우리가 어렸을 때 듣던 자장가를 떠올리면 안정시키는 음악의 특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음악은 상업적인 현장에서 매출 향상을 도울 수 있다. 광고에서의 음악, 영화에서의 음악, 매장에서의 음악, 생산 현장에서의 음악 등 음악을 상업적으로 사용할 때는 ‘기능 음악’으로 분류한다. 주의를 집중하게 한다거나, 메시지를 강화하고, 분위기를 유도하는 등 음악의 기능을 활용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에서 시간대별로 다른 음악을 세팅하여 배경음악을 들려주는데, 손님이 많은 시간대에는 빠른 템포의 음악을 틀어주어 빠르게 순환하여 매출을 돕는 한편, 손님이 적은 시간대에는 느린 템포의 음악을 틀어주어 여유 있는 쇼핑으로 객단가를 높이는 전략을 취한다.

이러한 인식으로 몇몇 기업에서는 음악치료사에게 기능 음악의 세팅을 의뢰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예로, 단순 반복 작업을 하는 생산라인에서 일정한 박의 배경음악을 틀어주었을 때 생산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을 많은 연구에서 밝히고 있다. 집안일을 할 때 나만의 노동요를 배경음악으로 틀어놓고 일하는 사람들은 이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셋째, 다양한 음악활동은 치유적 경험을 줄 수 있다. 이를 전문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음악치료다. 함께 노래 부르기를 한다면 서로 간의 연대를 느끼고, 악기연주를 통해 성취감과 자기효능감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작사, 작곡을 통해 감정을 재경험하고 자기표현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음악 감상을 통한 정서 이완 및 해소는 많은 사람이 느끼는 음악의 대표적 치유 경험이다.

원하면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을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므로, 음악은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손쉬운 수단이 되었다. 몇몇 사람이 음악치료사인 내게 묻는다. “상황에 따라 어떤 곡을 선곡하는 것이 셀프치유에 도움이 될까요?” 답은 간단하다. 우선, 선호곡이다. 남이 좋다고 하는유명한 곡을 무조건 따라 듣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곡을 듣는 것.

무조건 음원차트의 상위에 랭크된 곡을 다운받아 들을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곡의 목록을 만들어놓는 것이 좋다. 에너지가 떨어지고 힘들 때 선호곡을 듣는 것은 나만의 위안이자 환기가 될 것이다. 음악치료에서 사용하는 곡도 대체로 대상자의 선호곡에 맞춰져 있다. 고상한 클래식만 사용할 거라는 편견과 달리 어린이는 애니메이션 주제가, 어르신은 트로트가 주가 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선호곡은 자신의 에너지 레벨과 자신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담아낼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없이 우울하고 가라앉을 때는 어떤 곡을 들어야 할까? 음악으로 위안을 받고 싶어서 어떤 곡을 들었는지 경험을 떠올려보라. 활력을 주겠다는 의도로 리드미컬하고 에너지가 높은 음악을 듣는 게 좋은 선택일까? 정답은 없겠지만, 대체로 에너지가 높은 음악보다는 낮은 음악을 듣는 것이 좋다. 음악치료에서는 이를 ‘동질성의 원리’로 설명하는데, 나의 감정과 같은 감정을 담은 곡을 듣는 것을 말한다. 활력 있는 음악을 듣는다면, 오히려 가라앉은 내 감정 사이의 괴리를 넓혀서 역기능적으로 더 가라앉을 수 있다. 이럴 때는 나의 감정과 비슷하여 안정시키는 음악을 선곡한다. 리듬이 두드러지지 않으며, 멜로디의 변화가 크지 않고, 템포가 느린 음악으로부터 시작하여 충분히 기분과 공감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그 이후 에너지를 서서히 올려 활력 있는 음악으로 옮겨 듣는 것이 좋다. 이처럼 음악이 치유적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음악이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뇌과학 측면에서 소리의 전달은 해부학적으로 분명한 경로를 가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청각세포를 통해 전달된 소리는 청신경을 따라 뇌에 도착하고, 청각 통로는 뇌의 조직과 풍성하게 연결되어 있다. 음악은 대뇌피질과 더불어 특히 림빅시스템의 변연계를 자극한다.

이 변연계는 바로 인간의 정서 반응에 관여하는 부분이다. 청각과 감정을 주관하는 뇌가 같은 영역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소리와 음악 자극은 감정의 촉발 및 심화를 경험하게 한다. 따라서 음악은 더욱 생리적이고, 즉각적이며, 본능적인 수준에서 정서와 만나게 된다. 다음 절에서는 본격적으로 음악치료에서의 정서카드 적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