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기강(紀綱)의 확립 [천기덕의 천기누설](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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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기강(紀綱)의 확립 [천기덕의 천기누설](38)
  • 뉴스앤잡
  • 승인 2023.02.2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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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에 살고 의(義)에 죽는 신뢰와 책임의식을 더 높이자.

기강은 벼리 기와 벼리 강의 중요한 강령(綱領)이다. 벼리는 사물의 핵심, 뼈대를 의미하는 기본적인 도덕, 규범, 법도와 질서를 말한다. 원래 그물을 잡아당기는 그물의 제일 윗줄을 말하는데 글자의 형상을 보면 실(糸)이 그물을 잡아당길 수 있도록 산등성이 능선(岡)처럼 펼쳐진 끈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끈을 오므렸다 폈다 하는 그물의 중심이다. 그것이 비유적으로 방침, 도덕의 기초가 되는 바탕, 기틀을 뜻하는 말로 사용하게 되었다.

 

삼강오륜과 대학의 3강령(綱領)인 명명덕(明明德), 친민(親民), 지어지선(至於至善)을 보면 각각 관계에서 신뢰가 핵심이고 큰 배움은 덕과 친함, 지극히 선한 행동이 요점이다. 덕과 선은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사회, 인간세계를 질서와 조화의 오케스트라 공연처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유가와 불가를 기반으로 형성되어 온 우리 사회는 경전(經典)과 고전(古典)은 마음과 예(禮)에 관한 인간관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하여 조선 시대 도성을 정할 때 인(仁) • 의(義) • 예(禮) • 지(智) • 신(信)-오상도(五常道)를 인간이 늘 지녀야 할 덕목으로 중요하게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4가지 성품인 어질고, 의롭고, 예의 바르고, 지혜로움이 인간관계와 사회의 신뢰와 직결된다. 이것은 하늘의 명으로 착한 성품을 받았다는 중용의 제1장과 같이 맹자의 성선설과 맥을 같이 한다. 곧 건국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 재세이화(在世理化)」의 이치로 다스리는 것이다.

 

이런 공동체 정신은 향약(community/village code) 4덕목에도 잘 나타나 있다. 좋은 일을 서로 권하고(德業相勸) 허물은 서로 고쳐주고(過失相奎) 예의를 지키며 사귀고(禮俗相交)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는(患難相恤) 긍휼이 그것이다. 인간은 사람 사이에 마땅히 소통, 친애, 협력하는 것이 기본바탕이라 할 수 있다. 협력하는 일은 타고난 소질을 개발하여 상보적으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교환으로 <국부론>처럼 전체의 부를 극대화하는 요체이다.

 

공교롭게도 <국부론>이 발표되던 해, 1776년에 미국은 독립선언을 하였다. 서로의 협력을 통하여 독립된 삶의 질이 향상되는 전기(轉機)가 마련된 것이다. 세상의 변화는 우연의 일치(coincidence)일 수도 있지만 참 오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글로벌 공동체 생활에서 결국 요점은 우리 전통의 3강 5륜과 인성 4덕목, 민화나 문자도(文字圖)에 잘 나타나 있다. 군주와 신하, 아버지와 자식, 남편과 아내 사이에 신뢰(信賴)가 핵심가치이다.(孝悌忠信禮義廉恥)

 

Trust building and Personal responsibility in all relationships.가 필자가 봉직했던 3대 가치 중 하나였으니 신뢰는 지구촌 인간 모두의 중요한 수양덕목이다. 거상 임상옥은 ’신뢰가 사회적 자본’이라고 강조하였다. 진실확인 비용이 제일 크다는 말도 신뢰 부재로 인한 비용 허비가 막대함을 일컫는다. 현금(Cash Equivalent)으로 물건을 구매하면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보다 더 할인을 해주는 것도 '신뢰'의 높은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필자가 봉직했던 기업에서도 글로벌 공통 덕목인 청렴결백과 정직(Integrity)을 가장 중시하는 덕목으로 삼았다. 그것은 세상과 사람들을 위하여 올바르고 떳떳하게 일을 하는 것이다. 마땅(宜)하고 당당(庸)하고 의(義)로운 일을 하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목민심서에서 그토록 중요시한 것도 청렴한 염(廉)이었다. 그 유명한 6 염이다. 재물과 여색, 직권과 권위, 밝고 청렴하고 강직한 것으로 절약과 검용(儉用)이 보호하고 살린다는 덕치(德治)이다.

 

보편적 인간애(人間愛)인 인(仁)에 바탕을 둔 용기와 신념에 의해 구현되는 사회 정의의 길이 곧 義라 할 수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 가장 목마른 것이 신뢰와 마땅한 의로움(宜義)이 아닐까? 인(仁) • 의(義) • 예(禮) • 지(智) 4덕목 가운데서 가장 실현하기 어려운 것이 의(義)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수오지심은 나의 부족함에 대해서는 부끄럽게 여기고 다른 사람의 허물을 미워하지 않는 마음이라니 그 사람됨의 경지에 이해가 간다.

 

영웅 안중근 영화를 보고(1910년 2월 14일, 사형선고일) 2월 21일은 단재 신채호 선생의 옥사 87주년 행사를 다녀왔다. 또 코앞의 기미년 3월 1일 독립선언을 생각하게 되었다. 1932년 12월 19일 일본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한 윤봉길 의사 등 그 젊은 2030 혈기에 강인한 결기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 불의와 맞선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동시에 그 근본 원인을 제공하고 식민의 상태로 내몰아간 리더십의 병폐를 반성하여야 하겠다.

 

다시는 재발하지 않게 끊임없이 재정비하고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과업이 아닐까? 단순히 사과를 받는다고 해결되는 것도 없을 듯하다. 이제 받은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자유와 권리는 그저 주어지지 않는다. 응당의 책임이 따르고 또 그것이 당연한 이치의 인간사다. 최근 기업의 인재상을 보면 책임의식을 가장 중요시하여 67%로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것은 2018년의 44%보다 물경 23%나 대폭 증가한 것이다.

 

그동안 중요시했던 창의성과 전문성을 우선순위에서 압도적으로 앞지르게 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의 현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이 아닐까 싶다. 바람직한 세계시민상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 황금률의 자리이타로 생각된다. 행복한 단체생활은 모든 관계에서의 신뢰와 화합일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기쁘고 가치 있는 일이다. 서로 베푸는 공익, 홍익은 곧 광익의 기본이라 되새기고 높이 살 일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 2월을 지나고 3.1절을 맞으며 의의(宜義)를 명심하고 훌륭한 의지(義志)와 숭고 기개를 기리자.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처절하게 반성하고 실행의 각오를 다질 것을 강력하게 제의하고자 한다. 높은 의식 수준, 뛰어난 과학 문명, 토론 학습의 일상화, 상호 존중의 경연(經筵), 문화, 발명과 화성축조 등 15C 중엽의 수준에 비하면 지금 우리는 창피한 면을 깊이 반성하고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하겠다고 다짐한다.

 

우리의 우수함으로 세계를 이끌어 나갈 잠재력과 역량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승화하지 못하고 나라를 잃고 젊고 유능한 인재가 옥살이를 하거나 순국하는 등의 희생과 핍박받는 화를 자초했다는 점을 통렬히 반성하고 미래로 나아가자. 나라를 잃고 그 형극의 시간을 보낸 근본 원인을 짚어보고 성숙한 자세로 살자. 총체적 협력과 화합의 장을 마련하는 기강을 확립하여 무한 신뢰와 책임의식을 고취할 때이다. 3.1절이다. 참에 살고 의에 죽은 의사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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