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반복적인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 고작 2개월 만에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인턴 청년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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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반복적인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 고작 2개월 만에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인턴 청년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24)
  • 뉴스앤잡
  • 승인 2022.10.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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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있는 한 호텔에서 마지막 인턴십을 하고 있다는 청년 H가 상담 요청 이메일을 보내왔다. 리셉션 파트에서 일하고 싶었으나 자리가 없어 레스토랑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겨우 2개월 일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6개월 계약을 채우기 전에 지금이라도 그만둘까 고민이란다. 그사이 병원에도 두 번이나 실려 갔을 정도라고 한다. 음식 메뉴와 와인 이름 등도 외워야 하건만, 원치 않는 업무를 맡다 보니 도저히 하기가 싫다는 것도 이유였다. 무엇보다 단순한 업무가 반복되니 무뇌아가 된 느낌이라며 당장 그만두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한다.

어떻게 답해줄까 고민하다가 위로의 말 대신 따끔한 독설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으면 2개월 사이에 두 번이나 병원에 실려 갔을까 싶어 인간적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호텔 측 입장에서 보면 다를 수 있다는 관점의 차이를 알려줘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관점을 전환하면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선 호텔 측이 H의 약한 체력을 문제 삼아 더 이상 근무하는 건 무리 라고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 얘기해줬다. 게다가 음식 메뉴와 와인 이름조차 외우지 못하면서 외울 의욕도 없고 일할 의욕도 없다는 걸, 지켜보는 입장에선 이미 파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도 했다. 어쩌면 호텔 측이 H에게 먼저 퇴직을 요구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위로받으려고 상담을 의뢰해온 청년에게 위로의 말은커녕 오히려 꾸지람만 심하게 늘어놓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제 사회 경력을 쌓아가기 시작하는 인턴사원인 만큼 남다른 각오가 필요하다고 느꼈기에 계속해서 조금은 따끔하게 일침을 가했다.

누구라도 하기 싫은 업무를 맡게 되면 도저히 계속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한 번쯤 들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그때마다 일을 그만두진 않는다. 그래서도 안 된다. 막상 취업해보면 알겠지만, 자기가 원하는 업무와 전혀 다른 업무를 진행하는 부서에 배치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마다 그만둘 것인가.

일단 H는 남은 4개월간의 인턴 과정을 마무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것 같은 지금의 경험도 지나고 나면 분명 하나의 자양분이 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대로 그만둔다면 호텔측에서는 쉽게 포기하는 사람으로 간주할 것이다. 물론 다른 기업들이 면접을 볼 때 H에게 호텔 레스토랑 인턴십 경험까지 일일이 따져 묻지는 않을 테니 직접적 영향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보다 큰 위험성이 있다. H가 스스로를 끈기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어버리면 나중에 그 어떤 일도 쉽게 포기하기 십상이라는 거다. 한편 H가 리셉션 파트에서 일하기를 원했다고 하지만, 현재 마음 자세로는 리셉션 파트로 옮겨본들 시간 지나면 마찬가지로 재미없고 힘든 일이라 여길 것 같다는 우려감이 들었다.

사실 대다수의 일은 어떤 면에서 반복적인 패턴이 있다. 리셉션 파트의 일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다. 하다 보면 반복되는 업무가 있을 것이고, 지금처럼 자신을 바보로 만드 는 단순 반복적 일이라 여겨 의욕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두뇌를 쓰는 일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어쩌면 일 자체의 성격보다 업무에 임하는 태도가 더 많이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H의 경우 지금 당장 음식과 와인 이름을 외우는 것이 이후 정식 직업을 가졌을 때 전혀 도움이 안 될 거라는 생각이 클 것이다. 레스토랑에서 계속 일하지 않는 이상 그런 정보와 지식은 살아가는 데 전혀 필요 없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만약 이런 추측이 사실이라면,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청년들을 보며 내가 안타까워하는 것 중 하나가 이해타산적 사고방식이다. ‘현재 내게 즉각 이득이 되는 일이 아니라면 굳이 애써 노력할 필 요가 없다’는 태도 말이다.

하지만 이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그 어떤 경험과 경력도 무의미한 것은 없다.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도움이 된다. H는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호텔에서 계속 근무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현재 호텔 레스토랑에서의 인턴십 경험, 특히 음식과 와인 이름을 외우는 건 앞으로 어떤 부서에서 일하든 작으나마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현장 경험은 직급 상관없이 필요하다. 더구나 호텔 취업준비생 입장으로 본다면 와인에 대한 정보나 지식은 어쩌면 돈 주고 먼저 배워 둬야 하는 중요한 부분일 수도 있다.

실무에 직접 필요한 공부를 돈 받고 경험을 쌓으면서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현재 맡고 있는 업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당장 그만둘 생각부터 하지는 말자. H처럼 고작 6개월 과정인 일조차 견디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다면 앞으로의 일들은 그보다 더 험난할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도 묵묵히 성실히 해내다 보면 여러 가지 일하는 방식과 태도, 근성, 하기 싫은 일을 견디는 인내심,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 방식, 비즈니스 방식 등을 배우게 된다. 사회생활 시작부터 빡세게 일을 배우면 이후의 일들이 한결 쉽게 느껴진다. 나중에 전혀 모르는 다른 분야의 일을 맡게 되더라도 겁이 덜 난다.

이건 내 경험이기도 하다. 사회 경력 초기에 하루 평균 15~16시간 일하는 직장을 1년 정도 다녔는데, 그 이후로는 어떤 일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고,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소위 ‘일 체력’이 붙은 것이다. 이것이 내 경력 성장의 밑거름이 됐음은 두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살면서 어떤 일이 벌어질 때마다 불쑥불쑥 치솟는 ‘힘들다.’ ‘못 하겠다.’라는 마인드를 ‘그래, 한번 해보자!’라는 긍정 마인드로 바꾸는 연습을 지금부터 시작하길 바란다. 그런 마인드로 당면 과제를 하나씩 견디며 풀어가다 보면 전혀 상관없는 듯 보이는 일에서 생각지도 못한 진가를 발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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