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실리콘밸리에선 어떻게 일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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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실리콘밸리에선 어떻게 일하나요
  • 권수연 기자
  • 승인 2022.10.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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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과 트렌드의 변화 속도는 빠르고, 경제 환경은 역대급 난이도에 부딪힌 요즘, 이 문제들을 해결할 열쇠는 다름 아닌 ‘사람’에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일을 대하는 사고방식과 일터에 기대하는 것들이 과거와 많이 달라져 그들을 관리해야 하는 경영 난이도도 덩달아 높아졌다. MZ세대는 잘 알려진 대로 권위적이거나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꺼리고, 중요한 일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평가의 공정함을 중시한다. 평생 동안 여러 개의 커리어를 관리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 돼가는 만큼 평균 근속연수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바꾸려 고민하는데, 늘상 “어떻게?”라는 구체적인 방법론에서 막힌다. 해외 번역 서적들을 봐도 막상 우리 팀과 조직에 적용하려면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신간 《실리콘밸리에선 어떻게 일하나요?》가 더 반가운 이유다. 저자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메타(전 페이스북)에서 사원부터 팀장, 수석 팀장을 거쳐 신규사업 리더까지 두루 경험하고 성장한 인물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은 많지만, 저자처럼 조직 설계와 운영을 책임지는 관리자까지 모두 경험한 사람은 거의 없다.

저자는 HR 전문가나 CEO의 입장이 아닌, 우리와 같은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또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수많은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온 ‘일잘러’의 시선으로, 아울러 개인이 아닌 조직을 통해 큰 성과를 만들어온 리더의 경험을 살려 구체적인 노하우를 공개한다. 한 개인이 ‘좋은 프로덕트 1개를 어떻게 만드는가’ 하는 방법뿐 아니라, 큰 조직이 ‘좋은 프로덕트 100개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한 힌트까지 책에서 얻을 수 있다.
저자가 정리한 ‘실리콘밸리식 일하는 방법 7가지’는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표현들이다. 하지만 내용을 잘 살펴보면 ‘그저 좋아보이는 방식이나 추상적인 지침’이 아니라,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작동하는 엄격한 프로세스임을 알 수 있다. 가령, ‘보텀업 컬처(Bottom-Up Culture)’는 신입이든 경력자든 일상적으로 그 일을 접하는 실무자가 그 일을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일도 그들이 주도하는 게 맞다는 철학에 기반한다. 하지만 그런 자율과 주도권의 바탕에는 철저한 ‘데이터 증명’이 깔려 있다. 한편, 모두에게 변화와 성과에 기여할 동등한 기회가 주어진다는 ‘플랫 컬처(Falt Culture)’는 일의 시작점에서 동등한 기회와 참여권을 보장하되, 최종적으로는 성과에 직결되는 기여를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냉정함이 있다.
‘매니지업(Manage-Up)’이라는 다소 낯선 문화도 등장한다. 이는 한마디로 ‘내 상사는 내가 관리한다’는 의미로, 자신의 일과 커리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인 만큼, 자신에 대한 최대한 많은 정보들을 상사에게 제공하고, 상사가 자기를 잘 도울 수 있도록 자신이 먼저 상사를 관리한다는 개념이다.

저자는 7개의 실리콘밸리 조직문화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문화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문제나 유의사항들도 꼼꼼히 짚어준다. 어떤 문화나 제도도 장점만 있을 순 없기 때문이다. 또 메타에서 경험한 실제 사례와 에피소드도 생생하게 들려준다. 물론 해당 조직문화를 독자들이 자신의 일터에서 적용할 때 도움이 될 만한 구체적인 팁도 빼놓지 않는다.
‘세련된 돌아이’는 저자 크리스를 유머 있게 잘 설명한 닉네임이다. 곧잘 상식을 깨고 자기주장을 내세우지만 언제나 실력과 진정성이 뒷받침되었기에 동양인 여성 리더로서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한국 조직의 성공과 구성원들의 성장을 연결시키고자 하는” 저자의 바람이 가득 담긴 책에서 그 실력과 진정성을 확인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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