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직업 창조 방법, 유희화[정철상의 따뜻한 독설](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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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직업 창조 방법, 유희화[정철상의 따뜻한 독설](23)
  • 뉴스앤잡
  • 승인 2022.10.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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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해 ‘유희화’는 새로운 직업을 창조하는 방법은 아니다.

기존 직업에 종사하면서 그 직업을 즐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일이라도 누구보다 즐겁게 임한다면 새로운 직업만큼이나 창조적이고 새로운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게 포인트다. 일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하자는 취지다.

누군가는 이 시대를 ‘감탄의 시대’라고 했다.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기쁨과 즐거움을 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단순히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까지 선사해야 한다. 이것이 요즘 기업들의 당면 과제다.

대표적으로 성공한 기업은 ‘미국의 3대 항공사’ 중 하나로 불리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이다. 이 기업은 일차적으로 모든 직원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고, 그것을 토대로 직원들이 완전 새로운 방식으로 고객에게 접근하도록 해서 성공했다. 직원 채용의 절대적 조건이자 강조하는 역량 중 하나가 ‘유머’일 정도다. 재미가 없는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다. 그게 뭐 대수냐고 할 수 있겠지만, 1971년 창립 이래 단 한 번도 적자를 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이들의 성공을 증명한다.

이 항공사 직원들의 유머 는 여러 가지가 알려져 있지만, 그중 나는 이 멘트를 듣고 배꼽을 잡으며 웃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실 때는 가지고 타신 모든 물건을 챙기셨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남겨진 물건은 승무원들이 공평하게 나눠 가지게 됩니다. 다른 물건은 놓고 가셔도 좋으나, 제발 아이들과 배우자를 놓고 가지는 마세요.”

기내 서비스는 다른 항공사에 비해 부족하지만 이런 소소한 재미가 있어 승객들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을 즐겨 찾는다고 한다. 즐거움을 더해 성공한 사례는 비단 특정 기업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개인의 일상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언젠가 30대 중반의 백만 장자 청년을 한 여성에게 소개해준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여성은 무려 백만장자를 뻥 차버렸다. 이유는 단순했다. “돈도 좋지만, 재미가 없다”는 거였다.

사람마다 가치가 다를 순 있겠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은 피부 깊숙이 본능적으로 재미를 원한다. 재미있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지금 하는 일이 어떤 일이든, 일단 재미있게 해보는 거다. 대다수의 사람은 ‘일은 재미없는 것’이라 여기지만, 유희화에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어도 즐겁게 일한다.

중국집 철가방을 들고 “행복한 짜장면 배달왔어요~” 라고 외치던 어떤 청년의 모습이 떠오른다. 30대 초반에 직장을 다닐 때였다. 그 중국집에 음식을 시키면 그는 언제나 콧노래를 부르며 사무실로 들어섰다. 만나는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해맑은 청년이었다. 그런 사람을 보면서 어떻게 반가운 미소를 띠지 않을 수 있겠는가.

버스기사 아저씨의 멘트에 감동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아무 생각 없이 버스에 올랐는데, “오늘도 행복 버스에 오르신 당신을 환영합니다!”라는 인사를 건네셨다. 그분은 운전하면서 헤드마이크를 끼고 즉석 방송도 했다. 추억의 음악다방 DJ 같았다. 어찌나 구수하게 말씀하는지, 얼굴 찌푸리고 있는 승객이 아무도 없었다. 나처럼 다른 승객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목적지까지 갔을 것이다.

부산에서 ‘화초버스’로 널리 알려진 42번 버스를 운행하는 이상득 기사의 일화도 유명하다. 그는 승객들을 기쁘게 하려고 자기 돈을 들여 버스를 화초로 꾸몄다. 그 덕분에 10년째 ‘친절 버스기사’로 선정됐다. 그는 버스 안에 우산도 별도로 마련해뒀다. 비 오는 날 승객들에게 빌려주기 위해서다. 특히 어르신들을 언제나 배려하는데, 천천히 타고 내리라며 기다려주고, 자리가 없을 경우는 직접 나서서 자리 양보해줄 사람을 찾는다. 누군가 자리를 내어주면 자리에 앉은 손님을 대신해 “감사합니다!” 하고 큰 소리로 인사까지 건넨다. 그는 자리를 서로 양보하려는 학생들이 아직까지 많다면서 우리 사회에 아직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대학교 앞에서 우르르 내리는 학생들에게는 웃으며 이렇게 얘기한다. “학생 여러분, 학교 가서 졸면 안 돼요. 버스에서 많이 졸았잖아요. 등록금 내어준 부모님 생각하면서 열심히 공부하세요. 지금은 힘들겠지만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분명히 최고가 될 수 있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어쩌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재미없을 수도 있다. 일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오직 스스로 마음먹기 에 달려 있지 않을까 싶다. 조금만 더 즐겁고 재미있게 일해보자. 필요한 것은 긍정성, 낙천성, 적극적 마인드, 가치와 보람 추구, 독립성, 공익성, 유머 감각, 스피치 능력 등이다. 이런 것들이 바탕이 되면 어떤 일이 든 만족스럽게 할 수 있다. 일자리 창출 방법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오로지 각자 마음먹기에 달렸다.

아무리 유망한 직업도 결국 한시적이다. 긴 안목으로 자기만의 직업을 창출하는 것,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현명한 진로 설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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