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원칙과 융통성 사이에서 팀원의 신뢰를 얻는 법 [유경철의 자기경영](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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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원칙과 융통성 사이에서 팀원의 신뢰를 얻는 법 [유경철의 자기경영](55)
  • 뉴스앤잡
  • 승인 2022.09.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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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이 진상 고객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팀원은 규정에 따라 일 처리를 하려고 하지만 고객은 막무가내입니다. 점점 언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장에서 원칙과 융통성의 경계선에 선 팀장. 그는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지시를 해야 할까요?

 

<실제 사례 연구>

박 팀장은 매장관리 경력 15년 차인 베테랑이자, 5년 차 팀장입니다. 그리고 담당자인 최 팀원은 이제 매장관리 업무를 시작한 지 1년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입사원입니다.

어느 날 백화점 매장을 방문한 한 고객이 누가 보더라도 분명히 입고 다녔던 티가 나는 옷을 가져와서 ‘본인은 한 번도 안 입었고,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라며 환불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다림질로 펴려 했던 흔적이 보였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인지라 정중하게 ‘환불이 불가’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본 매장이 아닌 이벤트 매장에서 구매한 상품이라 일주일 내에만 환불이 된다는 것이 영수증에 기재되어 있었고, 결제 시 해당 내용을 분명하게 공지하게 되어 있어 그 부분에 빨간색으로 밑줄 치며 설명까지 했던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고객은 계속해서 환불을 요구하며 고집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재고 정리를 하고 있던 박 팀장이 시끌벅적한 소리에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매장 뒷문에서 나타났습니다. 팀장은 팀원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상황을 전달받은 다음에는 “이번 한 번만 환불해드려요.”라고 고객 앞에서 팀원에게 지시했습니다.

규정상 환불 불가한 것을 아는 최 팀원은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팀장에게 한 번 더 문의했습니다. 그렇지만 팀장이 ‘그냥 해드리라’고 지시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환불을 해주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그러자 그 고객은 당당하다는 듯이 오히려 소리를 더 질렀고, 몇 번이고 안 된다고 말했던 최 팀원을 가끔 째려보았습니다. “이래서 윗사람과 얘기해야지 일반 사원에게 말하면 답도 안 나오고, 내 목만 아프다니까.” 라면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듯 억지를 부렸습니다. 

 

<이럴 땐 이렇게 해보세요>

최 팀원은 온 힘을 다해서 업무 진행의 원칙대로 ‘환불이 안 된다’라는 규정에 대해 매너 있게 설명하며 응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박 팀장은 그 당시 매장 현황 파악이 부족하여 일의 우선순위를 간과한채 고객 응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팀장이 고객과 팀원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팀원의 참여(업무 진행)입니다. 고객 응대 현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수없이 벌어집니다. 너무 큰 소리를 많이 내고, 바쁜 시간대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오히려 환불해주고 일을 완료한 후 다른 일반 고객에게 하나라도 더 판매하는 것이 매장 전체 매출에는 더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팀장은 규정상 불가능하지만 때로는 더 큰 목적을 위해 이런 규정을 한번쯤 어기더라도 환불을 진행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규정대로 ‘열심히 환불이 안 된다’고 얘기했던 팀원의 노력을 무시한 채 고객과 매장 수익만을 위해서 환불을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일방적으로 팀장이 환불해주라고 지시한다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음에 다시 이러한 상황이 생기면 팀원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기보다는 바로 팀장에게 ‘어떻게 하면 되는 지’를 묻는 수동적인 업무 태도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칙대로 행동했다가는 지난 번과 같이 본인만 고객 앞에서 자격지심을 느끼게 될 수 있습니다. 팀장이 본인이 왜 그런 지시를 했는지 그 이유에 대해 납득할만한 이유를 설명조차 해주지 않고 팀장의 명령에 따르라는 듯한 태도는 부하 직원과 팀장의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현명한 팀장이라면 그 고객이 떠난 후 팀원에게 ‘아까 팀장인 자신이 매장에 없었다면 어떻게 해결하려고 했었는지’에 대해 먼저 물어봅니다. 그리고 팀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은 후 그 상황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듯 원칙에 어긋나는 상황에 대해서 특별한 대응을 하였다면 팀원의 의견을 묻고, 그에 대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대화를 해갑니다.

 

다음으로 팀장의 설명(의사결정과 설득)입니다. 팀원이 충분히 매너 있게 원칙과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을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팀장은 고객의 말만 듣고 환불을 진행시켰습니다. 팀장은 오늘 업무 마무리 전에 팀원의 행동과 본인 결정에 대한 면담 및 코칭을 진행해서 상황을 이해시키거나 같은 상황이 벌어질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팀장의 기대와 결정 의도입니다. 원칙을 지키며 매너 있게 안 된다는 내용을 전달한 팀원에게 현실적으로 실적과 판매도 많은 날이라서 바쁜 시간대에 1명의 고객 때문에 매장에서 큰 소리를 내는 것보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내린 결정이었다는 의미 전달이 필요합니다. 또한, ‘원칙적인 관점에서 성실하게 일해주어서 고맙다’는 인정과 지지의 표현도 해야 합니다. 불편하고 힘든 상황으로 인해 팀원이 상처받거나,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하는 단계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 중 ‘공정한 프로세스(Fair Process)’ By W. Chan Kim and Renee Mauborgne (2003)〉에서 제시한 공정한 업무 처리 절차(Managing in Knowledge Economy)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팀원의 참여(Engagement)를 유도합니다. 그런 다음 내려진 결정에 대해 충분히 설명(Explanation)합니다. 바로 이 일을 통해 무엇을 기대하며 그런 결정을 했는지(Expectation Clarity)에 대해 상세히 얘기합니다.

이와 같은 상황의 대화는 경험이 부족한 팀원이라면 완벽하게 이해가 안 되고, 가슴 속에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팀원이라면 더더욱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씨, 아까 막무가내 환불을 요청하는 고객님 응대하고 나서 마음 많이 상했죠? 응대하느라고 애썼어요(상황을 처리하느라 애쓴 팀원에 대한 인정과 격려). 환불 규칙이나 기간이 지나서 안 된다고 여러 번 말씀드렸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얘기하는 분들 응대하느라 고생이 많지요? 게다가 다른 고객님들도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당황했을 거예요. 고객이 그렇게 소리 지르면 머릿속이 하얘질 때가 많은데 아까 차분하게 응대를 잘 하더라고요. 만약 오늘 같은 상황에서 내가 현장에 없었다면 ○○ 씨는 어떻게 일 처리를 하려고 했어요? ○○ 씨가 생각했던 방법이 있나요(팀원의 생각을 대화 초반부에 물어보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게 하거나,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까지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좋음)?”

다음으로 팀장의 내려진 결정에 관해 설명(Explanation, 의사결정과 설득)합니다.

앞서 팀원의 이야기를 다 들어본 후, 특히 이때 놓치는 내용 없이 선택적 경청이 아니라 반드시 적극적 경청을 합니다. 질문만 던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내용을 잘 듣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이 팀원과 팀장이 신뢰를 쌓는데 좋은 태도입니다.

“당연히 ○○ 씨의 응대 방법이 맞았어요. 하지만 제가 환불을 해드렸던 건 거시적인 관점에서 생각했을 때는 환불이 더 현명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아까 고객님도 앞에 계시고, 가신 후에도 ○○ 씨에게 바빠서 얘기를 못 했어요. 그래서 지금 퇴근하기 전에 얘기하는 거니까 이해해 주세요.”

세 번째, 팀장의 기대와 결정 의도(무엇을 기대하며 그런 결정을 했는지 Expectation Clarity)를 전달합니다.

“저는 다른 고객님들께 방해가 되는 상황이라면 빨리 환불해드리고 보내는 게 좋다고 봅니다. 그래야 우리로서도 에너지 낭비가 덜 하고 다른 고객에게 집중하면서 판매를 높일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환불하라고 한 겁니다. 이런 상황이 이해도 안 가고, 원칙도 지켜지지 않아서 고객 앞에서 속상했죠? 고생했어요! 현장이 우리 마음처럼 움직여지지 않지만, 오늘 ○○ 씨가 할 수 있는 만큼 매너 있게 온 힘을 다해 응대했으니 고생 많았고, 힘냅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핵심은 팀장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하루가 지나기 전에 대화로 언급해서 얘기해준다는 것입니다. 팀장의 결정이 ‘공정함’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상황별 융통성’ 측면에서 본다면 ‘아, 내가 아직 보지 못하는 것까지 팀장님은 보면서 일 처리를 하시는구나.’ 하고 이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팀원은 문제에 대한 상황인식과 이해가 높아지며 역량이 향상될 것입니다.

게다가 자신이 그 고객으로 인해 속상했던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그 한마디가 무엇보다 고맙게 느껴질 것입니다. 이것이 인정과 격려이기 때문입니다. 팀장의 이런 공정성을 기반으로 한 프로세스(Fair Process)는 수많은 업무현장에서 반복되면서 신뢰를 쌓을 수 있으며, 현장에서 상황별 융통성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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