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2012년 20-50클럽에, 2018년 30-50클럽에 가입했다. 30-50클럽은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이면서 인구 5천만명이 넘는 국가를 의미한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까지 6개국이었는데 우리나라가 7번째로 들어가게 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식민지를 착취해 자본을 축적했던 6개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피식민지였으며 원조를 받던 최빈국에서 경제발전을 이룩한 결과라는 점이다. 또한 G20 회원국이기도 하다. G20은 선진 7개국과 유럽 연합의 의장국, 신흥 공업 경제 지역에 속하는 12개국을 합한 20개국이 속해있다. 우리나라는 2010년 11월 서울에서 제5차 G20 정상 회의를 개최했다. 아시아에서 최초의 G20 정상 회의이며 국제적으로 우리나라 위상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2019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은 수출 6위, 수입은 9위이며, IMF 무역통계 발표에 의하면 2018년 세계 209개국에서 대한민국은 7번째로 무역규모가 큰 나라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8년 기준 GDP순위는 세계 12위인데 2009년~2013년 14위에서 2014년 13위, 2015~2016년 11위까지 올랐다가 한 계단 내려왔으며 1인당 GDP는 세계 27위이다. 위의 통계에서 보이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기적이라고 부를 만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경제성장 뿐만 아니라 스포츠 분야에서도 대한민국 발전은 기적에 가깝다. 역대 동계올림픽 메달순위를 집계한 IOC의 통계로는 한국이 세계 15위이고 아시아권에서는 중국과 일본은 제치고 1위이다. 중국은 16위, 일본이 18위에 그친다. 역대 동계올림픽 메달순위에서도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올림픽 10위를 시작으로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의 9위까지 거의 10위 안에 들고 있다. 하계 올림픽 또한 1988년 서울올림픽 4위를 시작으로 2016년 리우올림픽 8위까지 평균 7.75위이다.
대중문화의 경우 2002년 '겨울연가'를 시작으로 '사랑이 뭐길래', '대장금' 등과 같은 한국드라마가 아시아 시장에서 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어 2010년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빅뱅', '원더걸스' 등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K-POP이 한류를 이끌었으며 '엑소'를 지나 '방탄소년단'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0년은 한류 열풍에 방점을 찍는 듯하다. 봉준호 감독은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극영화상까지 4개상을 수상하고 전 세계 주요 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총 174개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홍상수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영화 '도망친 여자'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배우 심은경은 일본에서 열린 제 43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신문기자'로 최우수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시인 김지하는 한류가 "결코 일회적인 것도 아니고 이제 엔간히 해둬야 한다는 따위 비판을 가할 수 있는 들뜬 유행도 아닌 것"이라며 "한반도가 사상과 문화에서 참으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았다. 한류는 한국에서 발원해 아시아를 거쳐 거침없이 서구로 퍼져 나가는 매력적인 문화현상이다. 한류는 한국의 영화, 드라마, 온라인 게임, 음악, 심지어 한국식 요리법을 통칭하며 기존과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는 문화적, 경제적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우리는 경제와 문화, 스포츠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서 다른 나라가 부러워 할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국민 대부분은 행복해하지 않는다.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이 우리 현실이다. 왜 그럴까? 주관적 기준뿐만 아니라 객관적 지표에서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행복하지 않음을 나타내는 통계는 많다.
국내총생산 등 경제적 가치 뿐 아니라 삶의 만족도, 미래에 대한 기대, 실업률, 자부심, 희망, 사랑 등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을 포괄적으로 고려해서 측정하는 지표를 행복지수라고 하는데,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가 공개한 '2019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 156개국 중 54위이다. 한국의 최근 5년간 순위 변동은 47위-58위-56위-57위-54위로 대체로 50위권이다.
2018년도 OECD 보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률은 10만 명당 25.8명으로 압도적 1위다. OECD 35개국 평균이 11.6명인데 두 배가 넘는다. 자살률이 제일 낮은 터키에 비하면 무려 23배에 달한다. 2위와도 엄청난 차이가 난다. 자살률은 지금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부끄러운 수치다. 경제 수준에서는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이 정도면 먹고 살만큼은 되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삶이 고달픈 사람이 많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살다 죽는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행복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공부를 강요받는다. 좋은 대학을 가야한다는 강박 속으로, 본인이 원하건 그렇지 않건 대학입시의 경쟁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학생이라는 죄로 학교라는 교도소에서 교실이라는 감옥에 갇혀 교복이라는 죄수복을 입고 공부라는 사역을 한다. 우리는 졸업이라는 석방의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것이다. 학생의 본분을 공부로 규정하고 오랜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게 하지만 학생들 대부분은 공부를 가장 싫어하며 노는 것을 가장 즐거워하고 있다. 그러니 학생 신분으로 보내는 청춘시기가 행복할 수 없다. 모르는 지식을 배우는 기쁨보다 수치로 환산되는 성적에 대한 압박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경쟁이 우선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에게 가끔씩 묻는다. 졸업이라는 석방의 그날이 오면 그대들은 어디로 가는지 아느냐고. 직장이라는 새로운 교도소로 이감되어 일이라는 새로운 사역을 하게 된다고.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통해 직장인으로 사회인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기간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개략 30~40년 쯤 된다. 직장인을 만나 상담하다 보면 학생이 공부를 사역으로 생각하듯 출근해서 일하는 것을 사역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많은 직장인들은 퇴직 후 일이라는 사역에서 벗어나 학창시절과 직장인으로 막연히 꿈꿔온 여가를 즐기고 싶어한다. 가장으로 하기 싫은 일을 생계를 위해 했으니 퇴직 후 편안히 여생을 즐기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퇴직자들을 만나 보면 그 생각이 크게 잘못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토록 평생 꿈꿔왔던 노는 삶은 공부하는 것이나 일하는 것보다 더 힘들도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평생토록 하기 싫은 일만 하기 때문에 행복할 수 없고 행복하기 어렵다. 경제적으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수준이지만 행복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19 세계행복보고서 세부 항목 중 우리나라가 가장 취약하게 나타난 지표는 '인생선택 자유도'이다. 이 항목은 '당신은 당신 인생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선택하는 자유 정도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이다. 다음세대 정책실험실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일반인들 불안의 상당 부분은 대한민국 사회 특유의 경직성에서 나온다"며 "태어난 가정의 상황과 성별에 따라 생의 많은 것들이 결정되고, 대학 입시를 통해 또 커다란 부분이 정해지며, 첫 취업과 결혼 시점을 지나고 나면 되돌릴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선택의 자유'가 거의 없는 채로, 정해진 경로를 따라 살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하듯 자기 진로에 대한 자유로움과 유연성이 부족하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공부나 일을 하든지, 아니면 하고 있는 공부나 일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