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3년전에 약속한 TOBO303제도로 시작한 3개의 자(子)회사가 오늘 합격선을 통과하였습니다. 당시 사내 창업으로 투자했던 자산 10억원을 자(子)회사 CEO들에게 전액 무상으로 양도합니다. 증여세 5억원도 회사가 부담을 합니다.”

3년전에 직원들의 미래를 위해 제도화한 인센티브 제도의 결실을 전직원에게 발표하는 순간이다. 당사자 3명은 물론이고 같이 있던 한국인 직원 20여명도 환호성을 울렸다. 오늘을 기화로 인도네시아 현지인 직원에게도 작은 규모로 승진과 창업 기회를 주는 제도를 공개할 예정이다.

취업해서 18년 일했던 회사의 공장을 인수, 사업의 길 27년의 회고

오늘은 2028년 6월, 내가 베트남을 거쳐 인도네시아에 자리잡은 지 31년이 되는 날이다. 1996년 베트남에 부임하여 근무하던 중에 1997년 한국의 IMF외환위기로 급히 인도네시아 공장에 구원투수로 투입이 되었다. 2001년에 구조조정 차원에서 해외 공장을 매각하던 시기에 같이 일했던 후배 두 명과 같이 퇴직금과 일부 돈을 모아 이 공장을 인수하며 사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올해로 31년이 된 우리 회사 ‘㈜서울자카섬유(가칭)’는 1997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자카르타 공장에 6개 라인, 2005년에 추가로 세운 스마랑 2공장에 15개의 생산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한국인 직원 30명과 현지 채용인 2,200명이 일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의 바이어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남성 정장, 여성 블라우스, 드레스, 슬립 웨어 등의 의류를 수주하여 생산,납품하여 연간 2,500억원 정도의 매출을 해내며 제법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공장을 인수하며 ‘내 사업’이 되는 것이 순탄하지만 않았다. 초기 영업을 키울 때의 자금난이 가장 큰 고비였다. 인도네시아에 정치적 소용돌이가 생기면 신변 안전의 위협도 겪어야 했고, 2006년에는 외주협력업체의 화재로 인한 생산 차질로 납기를 맞추지 못해 바이어가 끊길 뻔한 위기도 있었다. 2007년에 인도네시아 대홍수로 공장이 무려 2주간 물에 잠기기도 했고 2021년의 코로나 팬데믹 때는 늘어난 주문량보다 직원들의 생사를 책임지는 순간도 있었다.

아들과 며느리에게 승계보다 더 중요한 것 – 직원에게 기회 제공

사업을 하고 난 이후 가장 맥빠지는 때가 있었다. 콜레라 팬데믹이 시작될 때 2020년 초반에 결혼한 지 1년 정도 지난 아들과 며느리를 공장에서 근무하게 만들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와서 한국의 대기업에 취직은 했으나 도통 정착을 못했다. 아들은 월 4,000불, 며느리에게 월 3,000불을 급여로 주는 조건으로 인도네시아에 데리고 와서 생산과 마케팅을 가르쳐 나갔다. 생활비도 상당 부분이 회사에서 지원되고 개인적으로 돈쓸 일이 많질 않아 매월 800만원 정도를 저축해 나가기를 내심 기대했다.

그런데, 그 때 한국에 들어갔다가 대학에서 명예교수로 있던 친구에게서 들었던 소리가 뇌리에 선명히 남았다. “천사장! 요즘 세대에게 저축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소. 아빠 사업을 그대로 물려 받으면 모든 재산이 자기 것이 되는 것이 아니요? 상속세를 내고도 남는 돈이 얼만데…” 우연히 들었던 말이지만 맥이 풀리는 기분은 표현할 길이 없었다. 거기다가 제자들끼리 주고받는 말에 “결혼하여 양가 부모님 세상을 떠나면 가만히 있어도 집 두 채가 거저 생기고 또 집값이 보통이냐”며 즐기더라는 것이었다.

‘나 때는 말이야’에서 배운다

지금 이 나이에 안정적으로 일하고 있는 것은 분명 큰 행운이다. 지난 50여년간은 무언가 홀린 듯이 죽기살기로 일했던 시절을 돌이켜본다. 58년 개띠! 성장 시대를 살아왔던 행운의 세대라고도 한다. 그러나 단군이래 처음으로 출생인구 100만을 넘어서는 인구 폭발로 치열한 경쟁의 시대를 살아왔다. 40세를 갓 넘기며 제대로 직장생활 할만한 나이에 IMF 외환위기를 맞았고, 금융위기, 대통령 탄핵 등을 정점을 하는 정치적 소용돌이, 코로나 팬데믹 등 듣도보도 못한 일들을 겪어왔다. 그나마 이렇게 내 회사를 키우며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더구나 일본이나 중국과 대등한 위치에 서며 위상이 높아진 것은 고국의 성장으로 받은 선물이었다. 이제 그 엔진이 식어가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내 아들 며느리부터…

살아온 세월 40년을 돌이켜 보면 직장생활을 할 때 가장 강력한 인센티브이자 동기 부여의 회사 정책 두 가지가 떠 올랐다. 장기근무 우수직원에게 주는 판매 대리점권과 회사내 벤처기업 창업 기회제공이다.

첫째, 장기근무 우수직원에게 나눠주는 판매 대리점권이었다. 인구가 늘고 기술이 발달하며 우리 회사 제품인 양복이나 남녀캐주얼 복장 붐이 일었을 때이다. 새로 출시되는 브랜드 제품의 매출이 눈에 띄게 성장하며 판매망을 확충할 때 회사가 내걸었던 복리후생이자 인센티브였다. 많은 선배들이 해마다 40-50명씩 퇴직금을 밑천으로 매장을 개설하면 회사가 좋은 조건으로 대리점을 열어 주었다. 열심히 해서 이런 기회를 잡으려고 애를 썼고, 퇴직이후에 큰 돈을 벌고 승승장구했던 기억이 새롭다. 회사와 직원이 동시에 커나가는 제도였다.

둘째는, 2000년대 초반에 시행되던 회사내 벤처 창업 제도였다. 회사도 새로운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빈약한 시절에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기회를 주었다. 그 때 창업하여 성장한 회사들이 지금 한국 재계의 30%가 될 정도로 큰 힘이 된 것이다. 많은 대기업들이 제도로 시행했다. 삼성의 경우만 해도 레인콤 등의 회사가 새롭게 시작하였다.

김우중 회장의 자극, 2022년에 사내벤처 창업 도전 제도 도입

2022년 코로나가 어느 정도 잦아들었으나 회사의 발전이 무디어지고 협력업체들의 긴장도가 확연히 떨어지는 것이 걱정되었다. 80여개의 자재 납품 회사와 20여개의 내부 업무에 대한 혁신이 무엇보다 필요하던 때였었다. 그때 마침 우리 공장에는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께서 만들어 한국의 청년들을 동남아에서 교육시켜 글로벌 인재로 키운다는 교육 과정을 마친 인원들이 해마다 1~2명이 입사하여 지금은 무려 5명이나 근무하고 있었다. 한국인 직원 30여명 중 50세 전후의 기술자를 제외하면 20여명이 되는 직원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어 새로운 도전 주제를 주었다.

‘사내 벤처 창업도전 제도! TOBO 303 Project (Top & Bottom 30%, 3년)’

복리후생과 교육, 경영혁신 모두를 결합한 신제도를 만들어 2022년 6월에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매 3년이 되는 시점인 2025년 6월부터 직원에게 ‘사내 벤처 창업 도전’의 기회를 해마다 공모하도록 하였다. 회사와 연계된 벤처로 원자재, 부자재, 포장자재 그리고 내부 업무의 분사화 등 4개 영역에 3개 회사에 도전하는 것이다. 기준을 통과한 직원에게 5억에서 10억원의 투자금을 현물 또는 현금으로 지원한다. 이후 3년간 우리 회사 납품을 보장하고 추가 영업과 확장은 각각 회사의 책임이다. 2026년 6월까지 3년간 매년 30%이상 성장한 회사는 투자한 금액 모두를 주식으로 증여한다. 만일 합격선에 들지 못하면 우리 회사에 근속했던 기간만큼의 퇴직금만 주고 그 회사는 환수한다. 즉, ‘3년간 연속 매년 TOP & BOTTOM 30% 성장’이 조건이다.

김우중 회장에게서 받은 자극으로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던 마음의 결실이었다.

창업회사 성공 조건 ‘TOP & BOTTOM 30% 성장’

경영자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며 영업과 이익을 보완적으로 키우고 내부 혁신도 일으킬 가장 단순한 메시지였다. 손익계산서 TOP(매출)과 BOTTOM(세후이익) 성장의 합이 30%이상이 되는 조건이다. 매출을 키우는 과정에서 수익을 유보하고, 수익성을 키우기 위해 매출의 성장은 조금 줄이고 절약하는 내부관리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하는 경영의 방침이었다.

장수(長壽)와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이다. 3년동안 해마다 30%성장이면 2배로 성장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다행히 도전한 회사 모두가 합격하였다. GYBM 출신 2명과 고등학교 때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성장한 교민 자녀 출신으로 취업했던 1명이 낸 성과이다. 우리 회사의 고정 매출을 바탕으로 미얀마, 베트남은 물론이고 중남미 국가와 중국에 있는 회사도 개척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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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느 정도 성공한 모델로 확신이 섰다. 연간 매출 20억원 규모로 시작한 회사가 50억원을 넘겼다. 사내 창업으로 사업가의 위치에 오르며 5년내에 300억원 규모로 성장이 가능하리라 기염을 토한다. 애당초 동남아 진출을 꿈꾸며 제대로 현지어와 경영을 공부했고 우리 회사에서 어려운 시절의 고비를 넘긴 덕분에 일을 잘 배웠다는 확신이 든다. 내가 지내왔던 세월을 30년이나 당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