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달 팔아서 얼마나 남았을까요? 우리 가게는 치킨과 맥주를 파는 곳으로 매장의 조건은 나눠드린 자료를 전제로 합니다. 단순히 경상이익만 따져 보는 것입니다. 준비된 음식은 전부 판매하고 식재료는 남질 않는다는 조건으로 하며 단식부기방식으로 손익만 판단하는 것입니다. 매출과 원가, 비용은 추정 조건 자료와 같습니다. 단, 투입한 자금에 대한 최소한의 이자는 매달 벌어야 하고 집기나 비품은 5년동안 가치가 하락하는 조건을 드리겠습니다. 이러한 전제로 한 달 경상이익을 산출하세요. 시간은 10분 드립니다. 팀단위로 답을 주세요.”
“내 가게의 수익을 계산하라”
지난 주에 지방의 어느 도시에서 대학생을 포함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창업교육을 했다. 수강생들은 이미 1개월여 전부터 창업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의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은 교육 효과와 실제적인 수익성을 따지는 계산이 가능한지를 점검하고 싶어 시뮬레이션(Simulation) 게임방식으로 진행하였다. 5시간의 강의에 들어가며 제일 먼저 던진 질문이었다.
제출한 답은 “100만원, 102만원, 200만원, 286만원, 351만원, 600만원” 등으로 다양하다.
총 20여명의 수강생을 3-4명, 6개팀으로 나누어 서로 협의하여 10분 동안 계산해서 나온 답이다. 확인도 하기도 전에 이렇게 큰 폭의 차이를 보이는 것 만으로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부 수강생은 지금 사업체나 작은 점포를 경영하고 있다고 하니 더 놀랍다.
그런데 정작 답은 15만원이었다.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단순한 계산임에 그랬다. 많은 창업교육이 사업계획서까지만 공부하는 맹점(盲點)이 있었다. 필자가 15년여 전에 아동의류 브랜드 회사의 체인점(프랜차이저)를 모집하고 전국의 점포를 다니며 경영지도를 할 때 느꼈던 문제였는데 개선되지 않았다. 교육과정이나 강좌를 개설하는 담당자조차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였던 것이다.
내 가게 창업의 기본 – 손익 계산
미리 주어진 조건을 바탕으로 정리, 계산해 보겠다.
먼저, 매출액은 총 1,720만원이다.
세부 내역은 평일(22일)에 15테이블, 한 테이블당 평균 40,000원으로 1,320만원이다. 토일요일(8일)은 10테이블, 한 테이블당 50,000원으로 400만원이다.
둘째, 매출원가는 총 1,05만원이다. 변동비 614만원, 고정비 1,091만원의 합니다.
변동비(매출에 연동되어 원가를 적용)는 원재료비 32%로 전제하니 550만원(1,720만원X32%), 카드수수료는 소상공인 매출의 0.8%이니 14만원(1,720만원X0.008), 부가가치세는 매출에서 매입액을 공제한 원가의 10%와 나머지 매출액의 부가율을 감안하여 50만원(매 3개월마다 납부)로 계산되어 총 614만원이다. 그 중 부가세는 3개월 단위로 부과되는 세금이다. 당장은 내 수중에 있으며 이익으로 착각할 공산이 크다.
고정비(매출에 상관없이 매달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비용)는 전제 조건에 제시된 2명의 정직원과 1명의 알바 급여로 600만원, 그리고 4대보험과 퇴직급여 충담금 등 법정부담금이 전체 인건비의 20%수준으로 100만원이 나왔다. 월세 165만원, 관리비(수도광열비 포함) 월 50만원, 화재보험료 월 3만원, 통신비 월 5만원, 협회.상인회 회비 월 5만원을 계산하였다. 그리고, 잊어버리기 쉬운 투자비(1억4천만원)에 대한 이자(연리 6%)의 월할금액 70만원, 집기비품(5천만원)의 5년간 상각 비용의 월할금액 83만원을 대입하였다.
그리고도 챙기지 못한 비용이 무엇인가 따져보니 장부를 세무사에게 맡겨서 대리하게 하는 기장료이다. 정액제로 계약하여 월 10만으로 책정하였다. 이래서 고정비는 1,091만원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수익은 15만원이었다. 매출액 1,720만원에서 매출원가 1,705만원의 차액이었다. 그런데, 팀별로 추정한 수익은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다. 차이가 무척이나 크다.
“그렇게 따지다가는 창업 못합니다”
그랬더니, 이미 사업을 하고 계신 한 분의 말이다. “맨날 그렇게 따지다가는 창업 못합니다” 언뜻 보기에는 그래 보인다. 실제 결산을 하고나면 내 손에 훨씬 많은 현금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자, 감가상각비, 부가세, 법정 인건비 등 303만원을 합친 318만원이 수중에 있기에 착각을 하는 것이다. 그런 중에 빠른 시간에 가게가 자리를 잡고 장사가 잘 되면 살아남는다. 그래도 여전히 제대로 계산도 못하며 평생의 장사를 이어간다. 좋은 세무사를 만나 충분한 경영지도를 받으면 다행이지만 현실은 그렇질 못하다.
계산하자고만 하면 귀찮은 얼굴들…
그리고, 아직도 수강생의 표정이 뇌리에 남는다. 거의 모두가 힘들어하고 심지어는 귀찮은 표정이 읽히는 경우도 많다. 해마다 이런 강의를 몇 차례 진행할 때마다 느끼는 생각이다. 기본 손익을 따지고 경영을 개선하는 시뮬레이션이 계속 이어갔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현금흐름이다. 다음 칼럼에서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