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학생이 블랙 컨슈머로, 봄날은 간다 [박창욱의 텐.퍼.취.미](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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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학생이 블랙 컨슈머로, 봄날은 간다 [박창욱의 텐.퍼.취.미](46)
  • 뉴스앤잡
  • 승인 2021.04.1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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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의장의 기막힌 현실

“재료와 시간, 돈과 노력을 투입해서 제품을 만들었는데 의도한대로 나오지 않은 것을 뭐라고 합니까?”
“불량품요.”
“학교에 배우러 온 학생이 배운대로 하지 않는 학생을 뭐라고 합니까?
‘불량 학생요.”
이렇게 강의 중에 문답식으로 학생들과 주고 받았다.
“네 맞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와 같이 학교에서 일진을 하거나 주먹을 쓰거나 폭력을 쓰는 경우만 불량학생이 아니고, 배운대로 하지 않는 학생을 우리는 불량 학생이라고 하지요”
“불량품은 어떻게 해야 됩니까?”
“버리든지 태우든지 해서 다시 못 쓰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불량 학생은요?”
“? ? % $ #”
잘 따라오던 학생들이 이 대목에서는 멈춘다. 물론 이 문답에 전원이 참여한 것은 아니다. 수업 시간임에도 30%정도는 쳐다만 보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순간에는 머리를 들고 쳐다본다. 본인도 알고 있었다. 뭔가를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불량품과 불량 학생, 불량 직원
“학기 시작할 때 말했지만, 오늘 이 수업, 이 강의는 여러분의 취업 가능성을 높이고자 개설된 과목이고 여러분이 선택했습니다. 전공 시간이 아닙니다. 책에 있는 것을 공부하면 최대한 양보해서 강의 시간에 조금 미루고 조금 게으르게 공부한들 어떻겠습니까? 지식 공부는 이 시간에 할 수가 없습니다. 여기 50명의 학생들의 가고 싶어하는 직업이나 회사가 다 다릅니다. 여러분에게 계속 나하고 눈 마주치고 고개 끄덕거리고 크게 답하면서 진행하자고 하는 것은 내가 여러분의 관심이나 받고자 하는 ‘관종’이라 그런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현저하게 부족한 어른과 대화하는 능력이 부족해 이 시간에 강의 내용을 매개로 대화법을 몸에 익히고자 하는 것입니다. 태도, 자세 등을 집중적으로 보는 면접에 대비하는 것을 습관화하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왜 학생들은 문제가 있는 줄 알고도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취업 준비 차원에서는 심각한 문제다.
기업에서 불가피하게 인원을 줄이는 데 예전에는 정년 임박한 경우만 대상자로 삼는데, 요즘은 40세의 젊은 나이도 대상이 되는 경우도 많다. ‘불량 직원’을 찾아 정리하는 것이다. 본인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상사(上司)나 인사부는 예리하게 보고 있다. 조직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하는 것을… 불량 직원인 것을…
이 사람은 왜 이런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결국 당사자는 지식이나 머리로는 잘잘못을 잘 안다. 그런데, 아는 대로 행동을 하지 않아서 이런 상황에 이른 것이다. 대학생 때, 직장 생활 중에 배운대로 하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그 부분의 잘못을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알고도 행동은 전혀 다르게 한 것이다. 
추가로 일갈(一喝)한다. 
“그런데, 여러분 중 일부는 지금 그런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강의 시간에 졸고, 다른 강의 시험 준비하고, 중간중간에 핸드폰 찾아보고, 심지어는 옆사람과 장난치고…
이 시간은 취업준비 시켜주라고 학교에서 나에게 수업을 맡겼고, 여러분은 그렇게 해달라고 이 수업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니 나는 조는 사람은 깨우고, 다른 과목 시험준비 뭇 하게 하고, 중간에 핸드폰 못 보게 하고 잡담 못 하게 해야 하는 선생이니 그걸 그냥 두고 보는 것은 업무 태만이요, 비겁한 선생이 되는 것이니 강사료를 받을 자격이 없는 것입니다.”
조금 더 나가본다.
“그리고, 자리에 똑바르게 앉고 질문하면 손들고 대답도 해야 합니다. 면접에서 그렇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강제로 일일이 답을 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답하고 싶은 사람’하고 질문하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그 때 먼저 손들고 대답하면 ‘도전하는 인재, 배려하는 인재, 적극적인 인재로 무한 긍정 평가를 받으며 당락이 갈라지는 부분입니다.”
이런 전제로 50명 강의장, 가끔씩은 300명 강의장을 누비며 강의를 진행한다. 마이크도 제껴두고 육성으로 강의하며 누비는 것이다. 그들에게 가까이 가야 긴장하니 졸림을 떨치고 긴장하고 집중하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러고 끝나면 나는 아웃이 되었다. 소리 소문없이… 그나마 알려주는 담당 교직원이 계셨다. “교수님,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모르지만 너무 잔소리만 하고 수업을 안하는 꼰대라며 강의 평가를 E등급을 주었습니다.” 자기가 게으름을 피우고 싶었는 데 방해가 되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멀쩡한 강사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었다. 그런데, 300명 중에 200명 이상으로부터 A,B등급을 받았다. 소심한 교직원이 300명 중 2, 3명의 강의 평가를 보고 그 강사를 날려 버렸다. 강의장의 블랙 컨슈머이다. 
그렇게 늦은 봄날, 늦은 가을을 맞이한 날이 제법 많았다. 
“선생님, 너무 야단치지 마세요. 요즘 애들 싫어합니다”는 말이 귓전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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