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삼킨 일자리 : 1000명의 일을 혼자하는 AI시대 [최준형의 직무 종말 시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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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삼킨 일자리 : 1000명의 일을 혼자하는 AI시대 [최준형의 직무 종말 시대](19)
  • 뉴스앤잡
  • 승인 2024.12.2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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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채용 플랫폼 원티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콘텐츠 제작·글쓰기·통·번역 등 미디어 직군 채용공고가 2022년 1분기 대비 23% 감소했습니다. 디자인 직군 역시 같은 기간 18%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취업자는 오히려 5.3% 증가했는데도 특정 직군의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버드 비즈니스리뷰(HBR) 보고서에 따르면, 챗GPT(ChatGPT)가 등장한 뒤 1년 만에 글쓰기 직무 관련 채용공고가 30% 줄었다고 합니다. 이미지 생성형 AI가 대중화된 이후에는 그래픽 디자인이나 3D 모델링 분야의 프리랜서 수요 역시 17%나 줄었습니다.

채용공고가 사라지고 있는 직군들

특히 사람의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여겨졌던 마케팅이나 디자인 직군에서 채용공고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수십 명에서 많게는 1000명 가까운 인력이 달라붙어야 가능했던 업무가, AI 솔루션 하나로 해결되는 사례가 잇달아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AI 스타트업 파이온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브이캣(V-cat)’은 인터넷 주소(URL)에서 제품 설명과 이미지를 추출해 바로 광고 영상이나 배너를 만들어냅니다. 한 달에 50만 개에 달하는 광고 콘텐츠가 소수 인력으로 생산되는 시대가 열렸다는 얘기입니다.

이미지 생성형 AI인 ‘미드저니(Midjourney)’, ‘달리2(DALL·E 2)’,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역시 출시 직후부터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기업들은 이들 도구를 사용해 빠르고 저렴하게 시안이나 완성된 결과물을 얻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현장에서는 “사람이 다수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고, 실제로 디자이너 인력 축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실제 사례

기업들은 마케터와 디자이너, 작가 등 창의성이 요구되는 직군까지 과감히 구조조정하고 있습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대체 불가능하다”는 인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AI에 적절한 텍스트 지시어만 넣어주면, 몇 분 만에 수준 높은 이미지를 생성하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도 고객 응대나 통·번역, 음악 제작 등의 영역에 AI가 침투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예컨대,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애슐리 앱에 적용된 채널코퍼레이션의 AI 상담 에이전트 ‘알프(Alp)’는 지난달 기준 45% 수준의 채팅 상담을 해결했습니다. 이는 경력이 짧은 상담원과 비슷한 성능으로, 이미 고객센터 업무 일부가 자동화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고용시장을 파고든 AI: 우리의 선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보고서에서 “OECD 가입국 전체 근로자의 25%가 생성형 AI 서비스 영향권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에서는 한 연구 결과가 “국내 일자리 중 38%가 AI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ICT·금융·교육 등 지식집약적 산업이 발달한 국가일수록 대체 속도가 더 빠를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룩셈부르크와 영국은 수년 내 ‘대체 가능 일자리’가 6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AI가 로봇 기술과 결합하면 파급력은 한층 커집니다. 위험하거나 힘든 작업 환경에 투입될 가능성이 크고, 이론적으로는 소수 인력만으로도 대규모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말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물론 AI가 새롭게 만들어내는 고용 기회도 있습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AI 모델링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은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성을 갖춰야 하므로, 기존 인력이 쉽게 전환하기에는 장벽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찾고, 그 역량을 강화하는 일입니다. AI가 대량 생산한 결과물을 감별·보완하고, 더 나은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인간 특유의 감성과 통찰을 결합하는 능력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정부와 기업은 이러한 인재를 발굴하고, 재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급격한 기술 변화를 완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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