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장도 드리고, 자신감도 드립니다!" 열린옷장 김소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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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장도 드리고, 자신감도 드립니다!" 열린옷장 김소령 대표
  • 홍예원 기자
  • 승인 2020.06.26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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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멋질 권리가 있다'는 캐치프레이즈로 모두에게 열린옷장을 지향하는 비영리단체 열린옷장의 김소령 대표를 만났다. 

극심한 취업난 속, 취업준비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면접 복장을 대여해 주는 곳이 있다. 각각의 정장마다 사회 선배들의 이야기와 응원이 담긴 옷장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열린옷장의 김소령 대표를 만났다.

건대입구역 1번 출구를 나와 조금만 걷다 보면 노란색의 열린 옷장 간판을 볼 수 있다. 면접을 준비하기도 바쁜 취준생들에게 면접 정장 비용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 옷장의 면접 정장 대여 서비스는 취준생들 사이에서 ‘면접 꿀팁’으로 통한다.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을 정확히 헤아린 열린옷장의 시작이 궁금해졌다.

“2011년, 희망제작소에서 사회적 기업, 사회 공헌사업에 관심 있는 직장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들었어요. 그곳에서 카피라이터였던 저와 기획자 친구, 프로그래머 친구 이렇게 세 명이 모여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해보자’라는 취지로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에 옮기게 됐죠"

-취업 준비에는 여러 가지 비용이 많이 드는데, 특히 취업준비생들에게 정장은 큰 부담으로 느껴집니다.

"사업을 계획하던 2012년 당시 정장 구매에 평균 35만 7천 원 정도가 들었어요. 매일 정장을 입는다면 상관없겠지만 대부분 면접을 위해 입는 옷이다 보니 한번 입고 옷장 속에 잠들어 있는 경우가 많았죠. 이런 이유로 ‘취업한 선배들의 옷장에 있는 정장을 같이 입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청년과 후배들을 위한 옷장을 만들어보자고 시작한 게 오늘의 열린옷장이 됐어요”

 

열린옷장 사무실에 보관돼 있는 대여편지. 손글씨로 빼곡히 적힌 편지들에는 기증자와 대여자들 저마다의 사연이 담겨 있다.

열린옷장 사무실의 책장 한쪽에는 정장 기증자가 옷을 기증하며 남긴 응원의 메세지와 정장 대여자의 감사 편지가 빼곡히 보관돼 있었다. 저마다의 사연이 담긴 편지를 읽다 보니 그동안 열린옷장을 방문했던 수많은 이들의 설렘과 긴장이 느껴지는 듯했다.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이 기증한 정장에는 각각의 히스토리와 경험이 담겨 있어요. 대여편지로 기증자는 후배에게 응원을 전달하고, 대여자는 기증자에 대한 감사를 전달하는 식으로 옷과 이야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열린옷장은 청년 응원 단체이기 때문에 사회 선배들의 이야기와 응원이 담긴 옷을 기증받아 대여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에요”

 

열린옷장에서는 정장을 대여하고 '나의 정장대여 이야기'를 남길 수 있다. 기증자의 응원 메세지와 대여자의 감사 인사에서 서로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열린옷장은 서울시와 경기도 등 여러 지자체의 청년정책에 면접 정장 무료 대여 서비스로 함께 하고 있다.

“2016년부터 서울시에서 청년 일자리 정책의 하나로 면접 정장 대여비를 지원하고 있어요. 다른 지자체들도 예산 일부를 청년 정책으로 사용해 지금은 총 12군데의 지자체와 함께하고 있죠"

-정부, 지자체와 협력하면서 더 많은 청년들이 정장 대여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네요.

"이렇게 전국적으로 퍼져 나갈 거라는 생각은 못 했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좋아하시더라고요. 열린옷장을 통해 정장을 대여하는 분들이 작은 비용으로 큰 혜택을 받으시는 것 같아서 저희도 좋습니다."

-서울시 거주 청년의 경우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네, 맞아요. 서울에 거주하는 만 34세 이하 청년이라면 1년에 10회까지 무료로 대여할 수 있어요. 정장 비용을 들이지 않고 취업 준비를 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는 분들이 많아요”

 

열린옷장은 정장 대여 뿐만 아니라 '열린 사진관', '열린 법률 상담', '자신감 컨설팅', '내공 식탁' 등 청년들을 응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청년을 응원하는 취지로 시작된 열린옷장은 단순히 옷을 대여하는 곳이 아닌, 청년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응원하기 위한 공간이다. 열린옷장에서는 취업준비생과 청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마다 비영리단체 스튜디오와 함께 단돈 5,000원으로 취업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열린 사진관’을 열고 있어요. 그리고 청년들이 겪는 법률 고민을 변호사에게 상담받을 수 있는 ‘열린 법률 상담’, 자신감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전문적인 컨설팅과 함께 본인에게 맞는 스타일링을 해드리는 ‘자신감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의 취업 고민을 들어주는 프로그램도 있나요?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는 6천여 명의 정장 기증자분들 중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후배들에게 직무 내공을 나눠주는 ‘내공 식탁’을 운영합니다. 6명 남짓 소수의 취업준비생과 현직자가 함께 식사하며 살아있는 경험과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시간으로, 한 분이라도 제대로 도움받고 갈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열린옷장에는 누구나 원하는 스타일의 정장을 대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이즈와 컬러의 정장이 구비돼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면접이 증가하고, 기업들의 채용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면접 방식에 대한 변화에 열린옷장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면접 복장 트렌드가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면접 정장의 기본은 모나미 룩(블랙 앤 화이트)이지만, 최근에는 비즈니스 캐주얼을 원하거나 정장을 금지하는 기업도 많아졌어요. 개방적인 문화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복장에 대한 취업준비생들의 고민이 더 늘어나게 된 거죠. 그런 부분에 대해 저희도 같이 고민하고 있어요"

-비대면 면접을 위한 면접 복장 팁이 있을까요?

"코로나19로 비대면 면접에 입을 정장을 빌리러 오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분들에게는 가능한 블랙보다는 컬러감이 드러나는 정장을 추천해 드려요. 특히, 화상 면접은 화면에 잘 나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더 갖춰 입고, 대면 면접과 비슷하게 준비를 완벽히 하라고 말씀드리는 편이에요”

열린옷장 김소령 대표는 "옷과 이야기가 공유되는 열린옷장에서 취업 준비로 어려운 후배들에게 응원의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2013년 시작한 비영리단체 열린옷장은 이제 7년 차를 맞고 있다. 초반에는 정장이 없어 진땀 흘린 적도 있지만, 이제는 열린옷장에 옷을 기증하고 대여한 사람들이 14만 명이나 될 정도로 정장이 필요한 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공간이 됐다. 열린옷장의 성장을 함께 해온 김소령 대표에게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창업은 책임질 게 많은 일이에요. 창업을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지금 하려는 아이템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건지 아니면 본인이 좋아서 하는 건지’ 생각해보시라고 해요. 내가 좋아서 시작하는 거라면 창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창업 후에도 수익 창출까지 대부분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려서, 근력과 체력이 뒷받침돼 있는지 점검할 필요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 시절에 창업을 시작하는 게 어쩌면 가장 행복한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나마 책임져야 할 것이 적고, 실패해도 괜찮은, 어쩌면 실패가 당연한 나이니까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회 선배들의 경험과 응원이 담긴 정장을 입고 면접을 본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오늘도 열린옷장의 정장은 각각의 이야기를 담고 면접장으로 향하는 취업준비생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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