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고 싶은 사람 - 길이 있고 길을 잇다(道와 路)[천기덕의 천기누설](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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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은 사람 - 길이 있고 길을 잇다(道와 路)[천기덕의 천기누설](57)
  • 뉴스앤잡
  • 승인 2024.03.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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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 보면 기다림은 길고 그리움은 멀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날 때도 1년 가까이 성장 발육이 되어야 한다. 또 수많은 조건과 조합이 맞아야 가능한 기적이다. 사람의 탄생은 단순한 산술적 계산에 의하면 로또복권 당첨확률인 <814만 5,060분의 1>의 49배나 되는 희귀한 확률이다. 얼마나 존귀한 일인가. 조선시대 인간다움의 최고 아동 교과서라 할 수 있는 2가지 인문학 교과서가 있는데 모두 오륜(五倫)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하나는 1543년 박세무(1487~1564)가 펴낸 동몽선습(童文先習)이고 다른 하나는 율곡 선생(1536~1584)이 지은 격몽요결(擊蒙要訣)이다. 신기하게도 비슷한 당대의 사람들이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100년쯤 후에 집필하였다. 기다림이 이만큼 긴 것인가.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 아인슈타인의 말을 증명하듯이 가장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William Blake(1757~1827)의 ‘순진함의 전조 (Auguries of Innocence)’도 200년 후 현실이 되었다.

 

‘무한함을 손바닥에 쥐고(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란 것이 실현된 것이 2007년 Steve Jobs가 출시한 <스마트 폰>의 효시인 아이폰이다. 상상이 현실로 바뀌는 20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 ‘인간이 상상하는 모든 일은 이루어진다. 단지 시간이 걸릴 뿐이다(Everything we imagine is done just by time.)’란 것을 증명한 것이다. 달착륙도 마찬가지다. 숙성된 만큼 고귀하다. 성숙한 뒤 숙성되며 익어가는 인생의 이치와 같다고 생각된다.

 

인간이란 말 자체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의미하는 사회적 동물이란 바탕이 깔려 있다.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밝은 배움, 철학이다. ‘너 자신의 정체성을 알라’는 소크라테스, ‘사회적 동물’이란 관계의 가치를 태곳적에 갈파한 아리스토텔레스, 그 예지는 곰곰이 반추해 볼수록 경이롭다. 그 원천을 우리 선조들의 지혜로 생각해보니 가장 인간다움의 핵심이 오륜(五倫)이다. 인간다움의 도리로 마치 오륜(五輪)의 5대주 세상과 묘하게 오버랩(overlap)이 된다.

 

나 자신을 알면 행해야 할 역할을 깨닫고 인지하게 된다. 알아야 면장을 하듯이 계몽과 계도가 그 어떤 법이나 규제보다 우선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8가지 습관 중 하나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설득력이다. 그래야 공감력이 향상되어 갈등의 소지가 없게 된다. 한양 도성을 정할 때 4 대문(인의예지)을 점지하고 그 한 가운데 신뢰란 보신각을 지었다. 인의예지의 귀결점이고 신뢰가 곧 가장 크고 중요한 중차대한 사회적 자본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민화를 보면 대부분 ‘효제충신예의(孝悌忠信禮義)’를 말하고 있다. 오륜과 밀접한 개념으로 일상의 생각과 행동의 기본이라 때때로 되새겨본다. 우리 고전의 대부분이 예(禮)에 관한 것이다. 예는 그만큼 인간으로서의 비중이 크다. 4서 3경에서 대학이 예기의 42편을, 중용이 예기의 31편을 따로 떼어낸 것을 보면 예의 비중을 알 수 있다. 예란 곧 인간다운 도리라 상호 존중과 배려가 요체이다. 이것이 나의 ‘널뛰기, 시소’의 득심론(得心論)이다.

 

존중하면 존경받고, 짝(상대)을 생각하는 마음이 배려, 곧 파트너십이다. 그 의미와 가치는 각각의 합보다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하는 데 있다. 이것 역시 Stephen R. Covey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8가지 습관’ 중 하나(Synergize)이다. 성공은 참 가까이 있다. 중요한 것은 숨을 쉬는 한 계속하는 것이다. ‘You are what you repeatedly do. Excellence, then, is not an act, but a habit.’ 현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일갈이다. Think hard가 심사숙고의 道路다.

 

언급한 동몽선습에 ‘하늘 땅 사이에, 만물 가운데에 오직 사람이 가장 귀한 것이다. 천지지간(天地之間) 만물지중(萬物之衆)에 유인(惟人)이 최귀(最貴)라 所貴乎人者(소귀호인자)는 이기유오륜야(以其有五倫也)’라고 언급하고 있다. 격몽요결 서문에는 ‘인생사세 비학문 무이위인 (人生斯世 非學問 無以爲人). 소위학문자 역비이상별건물사야 (所謂學問者 亦非異常別件物事也’라고 언급하고 있다. 인간이 존귀한 것은 인륜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주고받는 교화, 배움이 없으면 인간다운 삶을 살 수가 없다는 것은 언어자체에 이미 내포되어 있다. 구도장원공 율곡 선생이 불혹 즈음, 은퇴하고 난 후 학동들이 찾아와 한 수 배우겠다고 간청할 때 고민한 결과이자 철인(哲人)들의 공통된 지혜이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에서처럼 우리의 인생길에서 많은 선택의 연속이다. 인향만리의 길은 어디에 있고 어떤 길이며 무엇일까.

 

격몽요결에서 「九容 (구용)」이란 아홉 가지 몸가짐 항목이 있다. 내가 가장 주목하는 기둥이 경거망동(輕擧妄動)을 경계하는 손과 발이다. 요즘 현수막과 사회적 문제는 대부분 잘못된 마음가짐과 행동거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된다. 첫째, ①足容重(족용중)으로 가볍게 행동하지 않음을 말한다. 속도보다 방향이란 말처럼 발을 가볍게 들어 행동할 일이 아니다. 둘째, ②手容恭 (수용공)이다. 그것은 손을 게을리 하지 않고 일이 없을 때는 손을 공손히 모아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수발은 나의 마음에 가장 빠르고 충실한 옥체의 일부이다. 격몽요결 10장 중 첫째 뜻을 세우는 ‘입지장’과 제3장인 지신장(持身章)은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으로 9장인 접인(接人)장(대인관계에서 공경을 다하자)와 마지막 10장인 처세장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로 학동에게 슬기로운 인생의 가로등과 같은 금과옥조이다.

 

인간이 인간다우려면 인간다운 무늬(紋)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인문학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갈등과 사고(事故)뭉치의 요즘 세태에 사고(思考)망치의 각성이 요구되는 절박한 깨달음이 매우 간절하다고 생각된다. 외국 기자의 지적처럼 무뇌력이 아니라 문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인간다운 인간이 중요하다. 1776년 국부론을 쓴 아담 스미스, 지혜를 사랑한다는 철핮자들,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갈파한 소크라테스의 철학과 통하는 이치다.

 

길(路)을 가다 인간다운 길(道)을 생각해 본다. 신사 숙녀의 심사숙고 인생길. 퇴계로, 율곡로, 다산로, 세종대로 등이 있다. 또 신사임당로, 송설대로가 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윤동주의 ‘새로운 길’도 있다. 길이 있어 길을 가고 오늘 내가 간 길이 훗날 사람들의 길이 되기도 한다. 정주영 회장은 길이 없으면 ‘내가 가면 길이 된다’고 하였다. 봉산개도(逢山開道) 우수가교(遇水架橋)라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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