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입사지원서에는 입력 항목이 왜 이렇게 많아요?”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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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입사지원서에는 입력 항목이 왜 이렇게 많아요?”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57)
  • 뉴스앤잡
  • 승인 2024.02.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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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임원이 알려준 입사서류의 비밀

한 취업준비생이 세 차례나 자기소개서 클리닉을 요청해왔다. 지원 기업마다 자기소개서 항목이 다르다 보니 힘들다고 토로하면서. 기업당 거의 일주일씩을 입사지원서 작성에 매달리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봐도 자기소개서 질문 중 만만한 항목이 하나 없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다.


• 질문 1. 자신에게 요구된 것보다 더 높은 목표를 스스로 세워 시도했던 경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입니까? 목표 달성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이나 그때 느꼈던 자신의 한계는 무엇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했던 행동과 생각, 결과에 대해 최대한 구체적으로 작성해주십시오. (1,000자 이내)


• 질문 2. 기존과는 다른 방식을 시도하여 이전에 비해 조금이라도 개선했던 경험 중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무엇입니까? 그 방식을 시도했던 이유, 기존 방식과의 차이점, 진행 과정에서 했던 행동과 생각, 결과에 대해 최대한 구체적으로 작성해주십시오.(1,000자 이내)


이런 질문들이 쏟아지니 취업준비생들 입장에서는 입사지원서를 작성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게다. 그렇다고 한 군데 직장만 바라보고 있을 수도 없어 이곳저곳 눈치를 보며 여기저기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채용 공고를 일일이 찾아보고 지원하는 작업도 번거로운 일이지만,회사마다 자기소개서 작성 항목이 다 다른 데다 까다롭고 너무 많아서 더 힘들다. 할 수 없이 날밤을 새우며 몇 날 며칠 입사지원서 작성에 정성을 들여야 한다. 그런 만큼 탈락하면 허무함도 크다.
어른들이야 “입사지원서 작성하는 게 뭐 어려워?” 할지 모르겠지만, 요즘 대기업일수록 입사지원서 항목이 많고 요구하는 내용도 어려운 데다 글자 수 제한까지 있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들어가고 싶은 기업이라도 지원서 작성할 시간이 없어 입사 지원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항목들을 요구하는 걸까. 
어느 대기업의 인사 부서 임원이 사석에서 해준 이야기를 전해볼까 한다. 그는 채용이 확정됐는데도 입사를 하지 않는 배부른 지원자들이 많아 고민이라고 했다. 게다가 입사하자마자 퇴사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인사 담당자로서는 난감한 문제란다. 이직률이 높아 인력 운영 면에서도 그렇고 기업의 대외 이미지 측면에서도 나쁘게 보일까 봐 고민이라고 했다. 결국 그는 신입 사원들의 조기 퇴사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회의를 자주 열었고, 거기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신세대들은 주관이 뚜렷하다. 자신이 원하는 것들만 하려고 한다. 인내심이 없다. 스펙이 높은 친구들은 일단 여기저기 지원해서 붙고 본다. 그런 사람들은 채용이 되어도 더 좋은 곳으로 가려는 경향이 크다. 그런 뜨내기들이 아예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그래도 어느 세대보다 남다른 창의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입사 지원 자체를 막을 수도 없고, 어떤 사람이 우리 기업에 진정 관심이 있는지, 어떤 사람이 관심 있는 척하는지 구분하기도 어려웠다. 고민 끝에 그 인사 부서 임원은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지 세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랬더니 자기소개서의 입력 항목을 늘리자는 의견이 나왔다. 단순히 항목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원한 직무, 해당 기업의 제품과 철학 등에 대해 알지 못하고는 대답하기 어려운 항목들로 만들자는 의견이었다. 
최소한 하루 이틀 내에 작성할 수 없도록 만들자는 게 핵심이었다. 그래서 평소 지원하기로 마음을 굳게 가졌던 사람이 아니라면 도저히 귀찮아서라도 지원하지 못하도록 입사지원서 항목을 까다롭게 만들었다는 게 그 사람의 이야기였다.


어렵게 입사지원서를 작성하는 지원자들 입장에서는 이런 배경이 황당하기 그지없을 거다. 짧게는 2~3일에서 길게는 열흘 이상이나 고민하며 작성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하니 마음도 상할 만하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만 바꿔서 인사 담당자 입장으로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회사나 직무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원했다고 하자. 그런데 이들 중 별로 입사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합격한 사람이 20~30%나 된다면? 장담하건대 이들은 짧게는 2~3개월에서 길게는 1~2년 사이에 상당수 퇴직한다.


실제로 신입 사원의 첫 직장 평균 근속 기간이 1년 3개월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조기에 퇴사한다면 기업은 1인당 최소 3,000~5,000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 채용한 직원에게 지급한 연봉뿐 아니라 그 사람을 채용하느라 들어간 비용, 교육하느라 들어간 비용, 업무를 위한 제반 지원 비용, 지원 부서의 인건비 등 부대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로운 인재를 채용하려면 그만큼의 비용이 다시 발생하니 기회비용까지 잃어버리게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일부 기업들이 도저히 힘들고 귀찮아서 작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입사지원서 항목을 많이 늘리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니 입사 지원자가 며칠 고생하며 입사지원서를 작성하는 것에 대해 투덜거리고만 있을 일도 아닌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자신의 역량을 부각함과 동시에 누구보다 회사에 충성하며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인재라는 점도 자기소개서를 통해 드러내는 게 좋다. 다만 ‘시켜만 주세요!’라는 머슴 스타일의 매달림은 안 된다. 
정말로 열정도 있고, 재능도 있고, 게다가 회사에 대한 열의도 강렬함을 입증해야 한다. 그걸 입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지 ‘열심히 하겠다’는 말보다는 ‘지원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지금까지 어떤 어떤 유관 경험과 학습을 해오면서 어떤 역량을 쌓았고, 그걸 바탕으로 앞으로 어떤 부서에서 어떤 직무를 맡아 어떤 성과를 내고 싶다’는 식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의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지원자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입사지원서에 기재할 항목이 많다고 해서 불필요한 질문이 연속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자세히 읽어보면 제대로 내용을 채우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만큼 기업은 그 질문 속에서 지원자의 열정과 재능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기업 나름대로 몸부림치며 새로운 질문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넘치는 스펙 속에 숨은 인재를 찾기 위한 인사 담당자들의 노력도 그만큼 치열하다.
따라서 기업에서 요구하는 입사지원서 질문 항목을 억지로 대답해야 하는 사항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조금만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자. 그러면 인사 담당자들의 질문 속에서 자신을 탐색하며 강점을 발견하고, 과거를 통해 미래를 설계해나는 데도 도움을 얻을 것이다.

 

입사지원서 항목을 
의무감으로만 채우려 하지 마라.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인사 담당자의 마음을 읽으려 노력해보자.
더 멋진 당신을 만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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