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에서 행위자와 피해자에 대한 오해와 이해 [박준우의 인재경영](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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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에서 행위자와 피해자에 대한 오해와 이해 [박준우의 인재경영](22)
  • 뉴스앤잡
  • 승인 2024.01.1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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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조사를 수행하거나 외부 기관이나 전문가에게 조사를 의뢰하게 된다. 필자 역시 노무사로 최근 수년간 수많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조사하거나, 고충처리위원회에서 심의를 하기도 하고, 인사위원회에서 징계 의결을 하기도 하고, 노동위원회에서 사건 대리를 하기도 했다. 직장 내 괴롭힘 상담을 포함하면 최소 백건 이상의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일에 관여되면서 다양한 사례를 접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많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가해자)와 피해자와 인터뷰 등을 수행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행위자와 피해자들의 특성들을 보게 된다.

가해자의 경우 인터뷰를 해 보면 자신들의 행위가 무엇이 문제인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자신들이 피해 근로자를 괴롭힐 수 있는 어떠한 힘이나 권한도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요즘 팀장은 옛날과 달리 오히려 부하직원의 눈치를 본다고 항변하거나, 자신은 관리자가 아니라 과장이나 차장에 불과해 피해 근로자와 같은 팀원일 뿐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일본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파워 하라스먼트(Power Harassment)라고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의 본질을 꿰뚫는 표현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조직 내 권력 관계의 작동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때 권력은 거시 권력이나 막강한 권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 미시권력, 일상권력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행위자(가해자)들은 자신들이 가진 권력이 얼마나 영향력이 있고 그러한 권력을 사용하는 데에 있어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모른다기 보다는 알았지만 권력의 안락함에 점점 익숙해져 자신에게 주어진 이러한 힘에 대해 망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같은 말이라도 팀장이나 상급자, 선배 등 권력을 가진 사람이 더진 말의 무게와 영향은 다르기 때문이다.

 

반면 피해자에 대해서 왜 부당한 일에 대해서 거부하거나 불편함을 토로하지 않았냐는 말을 하는 회사의 인사담당자나 임원 등을 접하곤 한다.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권력을 가져본 일이 없는 신입사원 등에게 있어 권력이 얼마나 두려운지 그리고 그러한 두려움으로 인해 권력의 크기와 영향력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권력에 대한 과대평가로 인한 두려움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지 못한채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고, 거부하지 못했다고, 미리 말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죄책감을 느끼게 한 경우를 볼 수 있다. 오히려 피해자가 미안해하고 죄책감을 갖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곤 한다. 하지만, 피해자는 직장 내 괴롭힘의 책임자가 아니다. 피해자의 탓은 아니라는 것이다. 죄책감을 갖고 미안해 해야 하는 것은 다름아닌 문제를 일으킨 행위자(가해자)다.

이처럼 행위자가 그럴 의도가 아니없다는 식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자가 권력에 대한 두려움으로 제대로 말을 못하여 피해자가 마치 사건의 원인을 제공하고 책임이 있는 것처럼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피해자가 조직에서 배신자나 부적응자 등 죄인같은 신세가 된 반면 가해자는 억울하다는 코스프레를 반복하여 가해자이면서도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될 것이다. 가해자는 가해자이자 행위자이면 문제를 일으킨 원인 제공자지, 결코 선의의 피해자이거나 억울한 희생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권력에 취해 그걸로 남을 베고 자신도 그 칼에 손을 베인 사람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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