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하셨어요?” [김소진의 커리어칵테일](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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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하셨어요?” [김소진의 커리어칵테일](29)
  • 뉴스앤잡
  • 승인 2024.01.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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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하셨어요?”

레스토랑에 들어서니 종업원이 묻는다.

“아, 아마 하셨을 것 같은데요. ㅇㅇㅇ 님이요.”

나는 오늘 만나기로 한 모 팀장의 이름을 말했다.

“그런 이름은 없는데요?”

잠시 예약현황을 살펴보던 종업원이 말했다.

“그래요? 그럼 김소진으로 되어있는지 한 번 봐주세요.”

“그 이름도 없습니다.”

“이런… 예약을 안 하셨나 보네. 그럼 지금 자리가 없나요?”

“네.”

“얼마나 기다려야 하죠?”

“대기자분들도 계셔서 30분은 걸릴 것 같습니다.”

종업원의 말에 당황스러움이 밀려올 때쯤,

“어? 김 대표님. 먼저 와 계셨네요? 안 들어가시고 뭐 하세요?”

등 뒤에서 모 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팀장님. 혹시 예약하셨어요? 지금 자리가 없어서 30분은 기다려야 한다는데요.”

“앗? 그래요? 아… 금요일 저녁이라 사람이 많구나… 어쩌죠? 30분 기다릴까요?”

“네?”

결국 근처 다른 허름한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금요일 저녁에도 손님이 없어서 바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맛이 없었던(그러니까 한산하겠지) 곳이었다. 덕분에 식사도 별로였고, 꼭 그 때문은 아니겠지만 이후 이어진 미팅에서도 별 소득은 거두지 못 했다.

“네. 그럼 다음 목요일 저녁 7시에 강남 쪽에서 만나시죠. 장소는 제가 알아보고 다시 말씀드릴게요.”

금융회사 오 상무가 생기 있는 목소리로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더니 10분도 안 지나서 문자가 온다.

“대표님, 초밥 좋아하신다고 하셨던 것이 기억나는데, 초밥집 괜찮으신지요?”

“네. 좋습니다.”

강남역 9번 출구로 나오셔서 첫 번째 골목에서 우회전 후 30m 직진하시면 ‘ㅇㅇㅇㅇ’라는 초밥집이 나와요. 거기서 보시죠. 제 이름으로 예약했어요.”

그리고 추가로 주소와 약도, 전화번호까지 첨부해서 보내왔다. 정말 센스가 넘친다.

그뿐만이 아니다. 당일에 만났더니 그 음식점에서 가장 맛있는 메뉴를 미리 알아보고 추천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식사가 끝나자 근처에 있는 커피맛이 독특한 집으로 바로 안내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덕분에 오 상무와의 식사는 무척 편안하고 즐거웠으며, 함께 해나갈 좋은 협력방안도 모색할 수 있었다.

사실 음식점 예약 같은 건 정말 사소한 일이다. 그런데 이 사소한 준비를 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그날의 만남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기껏 좋은 음식점을 찾아갔는데 예약을 안 해서 오래 기다리게 된다거나, 간 후에도 뭐가 맛있는지 몰라서 주문을 잘못 한다면 좋은 시간을 만들 수 없다. 그리고 그렇게 분위기가 흐트러지면, 비즈니스 역시 잘 풀리기 어렵다. 다들 프로니까 그런 본질적이지 않은 상황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팅 때는 세심한 배려로 가장 좋은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오 상무의 휴대폰 속에는 상당한 숫자의 지역별, 종류별 레스토랑 연락처와 추천메뉴 정보가 저장되어 있었다. 어디서 누굴 만나도 근사한 식사를 대접할 수 있게 준비해둔 것이다. 오 상무와 유독 비즈니스 이야기가 잘 되는 건 우연이 아니었다.

성공하는 사람은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메뉴도 미리 준비한다.

자신과 상대의 소중한 시간을 최고의 추억으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식사약속도 철저히 준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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