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는 것을 즐긴다 [김소진의 커리어칵테일](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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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드는 것을 즐긴다 [김소진의 커리어칵테일](27)
  • 뉴스앤잡
  • 승인 2023.12.0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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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교수님, 이런 음악도 들으시네요?”

40대 후반 이 교수의 차에 동석하게 되었는데, 최신 걸그룹 음악이 흘러나왔다.

“네. 제가 이 친구들을 좋아해서 노래 연습 중이거든요.”

“그래요?”

“노래뿐 아니라 춤도 연습중이에요.”

“그러시군요. 동안의 비결이 걸그룹 음악인가 봐요?”

춤은 조금 오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덕담을 했다.

“에휴~ 동안은요. 학생들을 상대하다 보니 눈높이는 20대인데, 몸은 늙고 있네요.”

이 교수는 씁쓸하게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아무래도 계속 오빠 소리를 들으며 살고 싶은 모양이었다. 들리는 얘기에 따르면, 그는 동안을 유지하기 위해 피부과와 성형외과에도 많은 돈을 투자하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최신만화나 게임도 늘 놓치지 않는다고 한다.

얼마 후 이 교수의 춤과 노래를 실제로 감상할 기회가 생겼다. 그가 제자들과 함께하는 모임에 초대한 것이다. 그 자리에서 직접 확인한 그의 무대는, 기대와 달리 영 아니었다. 40대 후반의 남자가 최신 댄스곡에 맞춰 추는 퍼포먼스는 그를 무척 안쓰럽고 초라하게 만들었다. 평소 빛나던 그의 동안 얼굴도 그날따라 너무 안 되게 보였다. 나이를 극복하려는 그의 몸부림은 지켜보던 우리 모두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이 교수와 정 반대되는 사례가 있다.

“제가 이 노래를 어렸을 때 처음 듣고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그 동안은 부를 수가 없었어요. 나이가 너무 어려서 어디 가서 이 노래를 부르면 다들 까불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60대 초반 신 교수가 제자들이 준비해준 회갑모임에서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그의 익살에 좌중의 웃음이 터졌다.

“그런데 이제는 어디 가서 이 노래를 불러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너무 행복해요. 인생의 아주 큰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이 노래를 부르려고 평생을 기다려왔거든요.”

그 다음 이어지는 그의 노래 <My Way>, 결코 가수처럼 잘 부른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군데군데 하얗게 센 머리칼, 이마에 인자하게 자리잡은 주름과 함께 세월을 입고 걸걸해진 목소리로 기교 없이 담백하면서도 진솔하게 부르는 그의 노래는 듣는 우리들의 마음을 묘하게 울렸다. 그래서 신 교수의 노래가 끝나자 우리 중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신 교수의 키는 작은 편이었지만, 그날 그 무대에서 그는 정말 거인으로 보였다.

“나이가 드는 건 굉장히 멋진 일입니다. 여러분은 아직 제 나이가 안 되어 봐서 잘 모를 텐데, 기다려보세요. 정말 즐거운 시간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어요. 기대해도 좋아요.”

노래가 끝난 후 이어진 신 교수의 인사말은 또 한번 우리에게 감동을 줬다. 그는 정말 멋지게 나이 들어가고 있었다.

나이 드는 것에 가장 민감한 사람은 아마 배우일 것이다. 하지만 나이 들면서 점점 멋있어지는 배우들도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세월이 지날수록 행복해져요. 그 만큼 더 깊이 있고 진심이 담긴 연기를 할 수 있게 되니까요.”

나이를 먹는 것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걸 비극으로 여기고, 나이보다 젊게 사는 것에 너무나 매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절대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럴수록 스스로만 초라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이 드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새로운 즐거움에 주목하는 것이 좋다. 겉모습만 이리저리 손을 대서 부자연스러운 젊음을 유지하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성숙미를 갖추는 게 훨씬 더 호감을 주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나이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나이에 맞는 자신감과 멋으로, 더욱 깊어진 품격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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