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회인이 된다 생각하면 덜컥 겁부터 나요”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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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회인이 된다 생각하면 덜컥 겁부터 나요”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51)
  • 뉴스앤잡
  • 승인 2023.11.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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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쌓기를 핑계 삼아 졸업을 미루려는 명문대 재학생

명문대 4학년 2학기에 재학 중인 어떤 학생에게서 상담 이메일이 왔다. 남들은 부러워하는 대학에 다니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 것도 이룬 게 없다는 생각 때문에 대학 이름을 밝히는 것조차 부끄럽다고 한다. 그 학생은 기업들이 선호한다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학점은 4점대로 높았으며, 토익 880점, 오픽 IH 등급, 토스 최고 등급, 한자능력검정시험 등급증까지 갖고 있었다. 또 동아리 활동과 봉사 활동 100시간의 경험도 있었다. 나쁘지 않은 스펙이었다. 그런데 봉사 활동 외에는 딱히 사회 경험이 없어 이 상태로 덜컥 졸업한다는 게 두렵다고 한다. ‘이 정도면 정말 된 건가?’ 싶어 뭐라도 더 해야 할 것 같단다. 명문대 출신에 스펙상으로도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도 사회 진출을 앞두고 졸업을 해도 될지 망설이고 있었다. 이제는 대학의 문을 박차고 사회로 나가야 할 때인데, 그 문을 열어보지도 않고 지레 겁부터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경영학자 톰 피터스는 성공한 기업의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한 도서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서 ‘고든 시우의 실험’을 통해 기업이 환경 변화에 대응하며 생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험 지속, 시행착오, 리스크 감수, 임기응변, 최적화 등의 요소가 총동원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는 거다. 이는 기업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다.


나는 이 실험 내용을 다소 임의적 내 방식으로 각색하고 재해석해 강연에서 들려주곤 하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강연 때 전달하는 내용을 글로 정리해본다.

 

“여러분, 벌이 똑똑하다고 생각하세요, 파리가 똑똑하다고 생각하세요? 누구 지능이 더 높을까요? 파리라고요? 아닙니다. 벌입니다. 이걸 증명하기 위해 실험을 한번 해보죠. 고든 시우의 실험을 응용할 거 예요. 모두 한번 상상해보세요. 길이가 100m 정도 되는 아주 기다란 병에 벌과 파리를 집어넣고 병을 눕힙니다. 그리고 검정 천으로 덮습니다. 병 속은 깜깜합니다. 빛이라고는 전혀 들지 않는 가늘고 기다란 굴이라고 상상하면 되겠습니다. 이 상태에서 병 입구 쪽으로 빛을 비춥니다. 놀랍게도 벌이 빠져나옵니다. 빛이 있는 곳에 출구가 있다는 사실을 똑똑한 벌은 이미 알고 있는 거죠. 벌을 다시 병에 집어넣고, 이번에는 반대편인 병 바닥 쪽으로 조명을 비춥니다. 이번에도 벌이 먼저 병을 빠져나올까요? 글쎄요, 좀 더 지켜보죠. 벌이 입구가 아닌 바닥 쪽으로 유유히 날아갑니다. 빛이 있는 쪽에 입구가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인식하고 무조건 그쪽을 
향하네요. 한편 어리석은 파리는 병 속을 마구잡이로 날아다니면서 입구를 찾습니다. 여기저기를 온몸으로 부딪치고 있네요. 똑똑한 벌은 미친놈처럼 천방지축으로 돌아다니는 파리가 얼마나 불쌍해 보일까요. 실제로 파리는 몸에 생채기가 나기도 했을 겁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놀랍게도 파리가 먼저 병을 빠져나옵니다. 벌은 여전히 병 속에 있고요. 자, 상상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실험은 논리적인 행동이 꼭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실험입니다.

실제로 이 실험의 두 번째 상황에서 70% 이상의 파리가 병에서 빠져나왔다고 하네요. 온몸으로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겪은 파리의 승리라는 거죠. 반면 똑똑한 벌은 빛이 있는 곳에 도착해 빛만 바라보며 혼란스러워만 했답니다. ‘분명히 출구는 빛이 있는 이곳이 분명한데, 왜 출구가 안 보이는 거지?’라고 중얼거리면서 그 자리를 계속 맴도는 거죠. 학교 성적이 우수했던 사람들은 바로 이 벌과 같아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왔을 때 목적지라고 생각하고 달려온 그곳이 막상 진짜 목적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크게 절망감을 느끼고 어찌할 바를 몰라 방황합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벌처럼 행동하십니까? 아니면 파리처럼 행 동하십니까?”


변화에 대응하려면 더 나아지기 위한 실험을 지속하면서 시행착오를 무수히 겪을 각오를 해야 한다. 고든 시우는 어쩌면 이 사실을 알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상황에 따라 순간순간 임기응변 능력을 발휘하면서 자신에게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실험 속 벌처럼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우리 일상도 마찬가지다. 위기 상황에서조차 이것저것 너무 많은 것을 일일이 따지면서 출구(꿈, 비전, 목적지, 우선 가치관, 삶의 목표 등)를 찾아봐야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빛이 있는 방향, 그러니까 목적지라고 생각한 방향으로 나아갔다가도 생각한 그곳이 아니다 싶으면 다른 방향을모색해야 한다. 파리처럼 온몸으로 부딪치며 해답을 찾아보려는 무모한 시도가 때로는 필요한 것이다.


물론 인간 삶에 있어 철학적 고민들은 분명 필요하다. 도대체 공부는 왜 해야 하는지, 직장 생활을 꼭 해야 하는 건지, 사회생활에서 주어진 이 일들을 도대체 왜 내가 해야 하는지, 인간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 인생의 종착점이 어디인지, 더 나은 삶을 위해 무엇을 시도해봐야 하는지… 이런 것들 말이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는 달라져야 한다. 고민만 늘어놓고 있어서는 안 되고, 상황에 필요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 인간의 뛰어난 지적 능력이 때로 인간의 발전을 방해할 수도 있는데, 정말 그렇게 되도록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 그런 경우가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어떤 상황에서든 문제를 피하지 말고 직접 부딪쳐봐야 한다.


사실 나도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가만히 앉아 뜻을 알게 될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을 거다. 멍하니 ‘이거 할까, 저거 할까?’ ‘그 일이 될까, 안 될까?’ 망설이기만 하거나, ‘인생 뭐 있어?’라며 세월만 보내면서 개똥철학을 늘어놓지도 않을 거다. 온몸에 생채기가 나는 한이 있더라도 끊임없이 부딪치면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내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수없이 부딪쳐나갈 수 있는 용기, 그걸 가진 사람만이 멋진 인생을 살 테니까. 


청춘! 당신도 그러길 바란다. 가난한 집안, 볼품없는 대학, 조그만 중소기업, 쥐꼬리만 한 박봉,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 힘든 직업, 불편한 환경을 탓하며 투덜거리고만 있어봐야 소용없다. 물론 불평, 불만을 토로할 수는 있다. 그런 재미라도 있어야 살아갈 것이다. 소주 한잔 기울이면서 직장 상사 씹는 재미도 없으면 어찌 직장을 다니겠는가. 대신 그럴 때마다 한 번쯤 생각해보라.‘이렇게 불평만 늘어놓다가 내 인생이 다 가버리면 어떡하지?’ 

그러기엔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또 하나 안타까운 모습은 대학 성적이 우수한 일부 졸업생들이 사회인으로 나서기가 두려워 선택을 망설이면서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이다. 졸업 유예나 대학원 진학을 통해 최대한 학생 신분에 머물려 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는 온몸으로 부딪치고 배우고 익히고 경험하는 게 답이다. 특히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려는 예비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이것저것 견주며 따지는 비판력이 아니라, 온몸으로 부딪치며 배워나가겠다는 무모할 정도의 실천력이다. 그 과정에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자연스레 알 수 있다.


인생에 대해, 직장 생활에 대해, 사회생활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사회초년생들은 누군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줘도 막막하게만 느껴질 것이다.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당연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시기다. 삶은 자신의 그릇만큼만 보이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이 사실 하나만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지금은 탈출구를 찾아야 할 위기 상황이라는 것을 말이다.


일단은 온몸으로 부딪쳐보자! 
당장은 무모한 도전 같고 
생채기가 나서 아프더라도,
머지않아 그것은 
영광의 상처로 아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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