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꿈을 포기하고 취업 준비나 해야 할까요?”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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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꿈을 포기하고 취업 준비나 해야 할까요?” [정철상의 따뜻한 독설](49)
  • 뉴스앤잡
  • 승인 2023.11.01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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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고시 문턱이 높아 돌아서려는 청춘

수도권 대학 생명과학과 3학년인 학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달려왔으나, 학과에 PEET(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 바람이 불고 있어 이참에 자기도 동참해야 하는 건 아닌지 갈등된다고 한다. 그 시험을 통과하면 약학대에 진학할 수 있다고 한다. 원래 계획은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거였지만, 임용고시 합격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괜히 꿈만 크게 품고 있는 건 아닌지, 혹시 이쯤에서 주변 친구들처럼 스펙을 쌓으며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건 아닌지 내게 물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눈 딱 감고 임용고시에 도전해볼까도 생각했는데, 실패할 경우 나이만 먹고 더 큰 타격을 입을까 염려된다고 한다.

 

이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잠시 우울해졌다. 시도조차 포기한 채 꿈을 접어야만 할 정도로 우리 현실이 그렇게 냉혹한 것인가 싶어서. 사실 취업만큼이나 임용고시 역시 피 튀기는 혈전이 난무하는 전쟁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학생에게 원래 계획처럼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방향으로 조언해줬다. 교사라는 직업은 그가 오랫동안 가져온 꿈이고, 그는 이제 겨우 20대 초반. 꿈의 미래를 지레 짐작해 그것을 이루기 위한 도전의 기회조차 포기하기엔 너무 이른 나이니까 말이다.


위의 학생처럼 진로 문제를 놓고 어떤 선택을 해야 좋을지 내게 문의해오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직업 관련 상담은 그 어떤 상담보다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엄밀히 따지면 커리어코칭은 일반 상담과 또 다르다. 일반 상담이 상담 의뢰자에게 지지와 격려만 잘해주면 되는 것이라면, 커리어코칭은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따뜻한 위로만으로 그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담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방향만 제시해야 한다고 말하는 커리어코치들도 있다. 어느 쪽이든 진로 상담을 의뢰한 사람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현명한 답변을 해준다는 건 대단히 어렵고도 조심스러운 일이다.


나는 진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사람이 자기의 결정을 스스로 책임지려는 자세를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을 때 상담이 더욱 의미 있어진다고 생각한다. 또 어떤 선택을 하든 실행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전문가가 제시하는 해답이라는 것도 결국 당사자가 실행할지 말지를 먼저 결정해야 하고, 실행 방법 역시 각자의 스타일에 달렸기 때문이다. 상담 후 일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자신의 자세부터 되짚어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나는 각종 고시나 토익, 자격증 등을 통한 스펙 쌓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주변 학생들에게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길에 도전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편이다. 그런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개척해나가는 청춘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소망도 갖고 있다. 그래선지 일반적으로 알려진 하나의 목표 달성 방법에만 무조건 매달리는 청춘들을 볼 때마다 특히 더 안타깝다.


예를 들면 교사가 되고 싶다는 청춘들이 임용고시만 생각하고 준비하는 경우가 그렇다. 앞의 사례에 등장한 학생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 학생에게도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줬다. 꿈과 직·간접적 관련 있는 일에 다양하게 접근하라. 

우선 임용고시에 통과해야만 누군가를 가르칠 자격이 주어지는 건 아니다. 반드시 학교에서 교편을 잡아야 하는 게 아니라면 그 외 다양한 방법으로 가르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 학원에 들어갈 수도 있고, 교육 업체에 들어갈 수도 있고, 기업에서 교육 업무를 맡을 수도 있다. 아니면 나처럼 전문 강사가 되어 독립적 교육 활동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좀 더 실제적인 방법을 통해 가르치는 경험을 미리 해보는 건 어떨까. 
직업인으로서 그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에 자신의 적성도 점검해 볼 겸 직·간접적 경험을 다양하게 쌓는 거다. 그 방법 중 하나로 무료 봉사를 추천한다. 가르칠 수 있는 대상은 어린이부터 청소년, 성인, 노인까지 다양하다. 마음이 가장 끌리는 쪽으로 대상을 선택하면 된다. 무료 봉사가 싫다면 과외 경험도 좋다. 이 경우 개인 과외보다는 학원에서 파트타임으로라도 강단에 서보는 게 아무래도 유리하다. 직접 강의를 해본다는 건 무엇보다 큰 경험이 될 것이다.

 

실제로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교수는 젊은 날 오로지 행정고시를 통과해 공직에 나서는 길만 목표로 뒀다고 한다. 그렇게 몇 년 간 준비했으나 계속 탈락했다. 그러다 우연히 지도교수를 대신해 방송 통신대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경험을 짧게 했는데, 가르치는 일이 자신의 천직임을 그때 깨달았다고 한다.


또 젊은 날의 내게 영어를 가르쳤던 한 강사는 대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로 학원 강사를 했다고 한다. 졸업 후에는 아예 영어학원 강사로 취업해 본격적으로 강의를 했다. 그리고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아 자신의 이름을 건 건물을 세울 정도로 성공했다. 이쯤 되면 나태해질 법도 한데, 그는 그렇지 않다. 성공한 후에도 일주일에 3~4일은 책상에서 엎드려 잘 정도로 여전히 공부에 몰두한다. 그래서일까. 키 작은 그도 강단에 서서 강의를 할 때면 거인처럼 보인다. 그만큼 존경스럽다는 뜻이다. 


이 외에도 이런 사람들을 나는 여럿 만났다. 그러니 당신도 살아 있는 경험을 먼저 해보길 바란다. 처음에는 무료 강의로 시작해서 차츰 유용한 유료 교육 과정으로 발을 넓히면 더욱 재미도 있고 도움도 될 것이다.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또 있다. 다른 사람의 강의를 부지런히 많이 찾아 들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처럼 수동적으로 수업을 듣기만 해서는 안 된다. 강의하는 사람의 강의 내용뿐 아니라 강의 방식, 그들의 장단점, 보완할 점, 자기만의 강점 활용 방안 등을 생각하면서 들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왜 잘 가르친다고 생각하는지, 그렇다면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지, 어떤 사람은 왜 못 가르친다고 생각하는지, 그렇다면 무엇을 보완하면 좋을지 등을 체크하면서 각각의 교육 스타일을 스스로 분석해봐야 한다. 그러면 자기만의 교습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나 역시 10년 넘게 이런 방법을 실천해왔다. 한 달 평균 10회 정도 다른 사람들의 강연을 들으며 노력했더니, 지금처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가르치는 일에 실제로 큰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큰 수확은 가르치는 일이 나의 천직이 됐다는 거다.
사실 교사가 되려는 사람은 내적 콘텐트가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한 달에 10권, 최소 4~5권의 책은 꾸준히 읽어야 한다. 더불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무작정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각 분야 전문가들을 만날 기회를 가지면 더 좋다.


경우에 따라서는 꼭 교육 관련 일이 아니더라도 곧장 취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단 취업해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에 좀 더 차근 차근 준비해보는 것이다. ‘교사가 되겠다!’라는 목표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 꿈을 꼭 이루겠다는 집념만 있다면 반드시 될 수 있다. 그런 청춘들에게 영화 <패치 아담스>, <블랙>, <죽은 시인의 사회>, <세 얼간이>를 추천하고 싶다. 더불어 EBS에서 방송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엮은 책 《최고의 교수》와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도 추천한다.

 

지금까지 얘기한 방법들은 비단 교사 되는 길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꿈꾸는 다른 직업을 위해서도 응용할 수 있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레 짐작으로 꿈을 포기하지 말고, 일단은 도전해보겠다는 마음가짐과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거다.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던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어떡하느냐고 미리 겁먹을 필요 없다.

최소한 그 꿈에 대한 미련은 남지 않을 테니 그것대로 괜찮다. 그때부터 백지 상태로 새로운 시작을 도모할 수 있으니 오히려 가뿐할지도 모른다. 혹시 아는가. 생각지도 않은 전혀 색다른 진로를 개척해 더 크게 성공하고 더 많이 행복해질지.

 

한순간의 역전을 기대하지 마라.
꿈을 이루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오직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전진해나가라. 
조금 늦더라도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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