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규정상 업무협조를 거부할 때 대처하는 방법 [유경철의 자기경영](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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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규정상 업무협조를 거부할 때 대처하는 방법 [유경철의 자기경영](76)
  • 뉴스앤잡
  • 승인 2023.09.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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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점점 규정도 많아지게 됩니다. 회사를 위하거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는 필요한 일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부서 이기주의나 혹은 개인 간 마찰이 생겼을 때는 무기로 돌변하기도 합니다. 타 부서가 문서 보안 규정으로 자료 공유를 안 할 때는 과연 어떻게 협업을 끌어내야 할까요?

 

<실제 사례 연구>

고객으로 급히 제안요청을 받은 영업사원 박 매니저가 고민에 빠집니다. 회사의 제품 소개를 할 때 품질의 우수성을 보여 주고 싶어 고민한 결과, 제품 설계 과정에서 강점이 있음을 알고 이를 부각하려 합니다. 하지만 제안서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고민 끝에 제품설계 도면 위에 기술의 우위 요소를 표기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그래서 제품 설계 담당에게 설계도를 요청하게 됩니다.

“김 매니저님, 제안서를 급히 준비 중인데요. 제품 설계 도면을 활용해서 품질의 우수성을 표기하고 싶은데 설계도를 받아 볼 수 있나요?”

회사의 규정이 까다로운 것은 알지만 회사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에 기대를 하고 질문을 던집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우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실 내 도면은 외부로 공유가 어렵습니다.”라는 즉답을 받습니다. 약간 놀랐지만 급한 마음에 한 번 더 확인해 봅니다.

“외부도 아니고, 우리 팀원끼리 그것도 수주를 위해 활용하는데 그런 경우도 보안 규정에 위반되는 것인가요?”

“그러게요. 저도 공유해 드려도 큰 문제가 아니리라 생각하는데 워낙 규정이 까다로워서요.”

“김 매니저님, 그럼 다른 방안이 없나요?”

“문서 보안 규정은 예외가 없어요. 얼마 전에 보안 감사에서 우리팀에 박 매니저님이 걸려서 경위서를 썼거든요. 그래서 저도 공유해드리지 못할 것 같고 참 곤란하네요.”

“보안 규정은 왜 있는 거죠? 결국 회사에 도움이 되라고 있는 거 아닌가요? 김 매니저님.”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보안 담당 부서는 말이 안 통해요. 대신 제가 화면으로 보여 드릴 수 있어요.”

“그래요? 그럼 제가 바로 내려갈게요.”

설계실에 가서 화면을 보면서 이면지에 대략적인 스케치를 해서 다시 원본과 비슷하게 그리고 있었습니다. 이를 본 설계실장은 자료를 PDF 파일로 공유하라고 지시합니다. 그래서 PDF 파일로 자료를 받았지만, 자리로 돌아가서 PPT(파워포인트) 파일로 다시 작성합니다.

결국 도면을 얻지 못해서 밤새 다시 그린 다음 처음 아이디어대로 핵심 기술 내용을 모두 포함했습니다. 다행히 결과가 좋아서 수주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밤새 도면을 다시 그리느라 고생을 했고 시간과 비용을 낭비했다고 생각하니 화가 납니다. 그리고 제품의 개략적인 설명을 위한 설계 도면은 공유되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협조해 주지 않는 김 매니저에게 무척 서운했습니다. 업무협조가 너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불합리한 규정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부 팀원 간의 업무 협조를 방해하는 규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김 매니저에게 수주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이럴 땐 이렇게 해보세요>

협업은 사람과의 관계 문제에서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요인으로 어려운 때도 있습니다. 협업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먼저 요인을 분석해 보아야 합니다. 그것이 사람의 문제인지 환경의 문제인지 구분해 보세요. 이에 따라 대응하는 방안이 달라야 합니다.

타부서의 팀원이나 동료가 비협조적이라면 그 사람의 과거 경험(Experience)과 현재 처한 상황(Situation)을 분석해 보세요. 과거에 나와 불편한 경험이 있다면 협조를 끌어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동료가 나에게 업무 협조를 요청했을 때 나는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돌이켜 보세요. 혹시 자신이 동료에게 비협조적으로 진행한 적은 없는지 돌이켜 보고 그러한 경험이 떠오르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협조 요청을 해야 합니다.

다음은 요청받은 업무가 그 사람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 보세요. 지원해 주는 데서 아무런 의미나 보람이 없는 일이라고 판단될 때는 더욱 감사의 표현을 잘하고 특히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업무 협조 요청을 해야 합니다.

또한, 수시로 상황에 대해 점검해야 합니다. 상대방을 귀찮게 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업무 요청을 하고 마냥 기다리면서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탓하고 있으면 그건 요청을 한 사람의 성의가 부족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규정 등 환경적인 요인으로 협조가 어렵다면 다음과 같이 접근해야 합니다.

내부 규정은 효율성과 상충하는 상황이 종종 있습니다. 비효율적인 줄 알지만 지키도록 하는 규정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안전 수칙에 대해서는 불편하지만 무조건 지키도록 하는 것입니다. 문서 보안도 정보 보호의 목적과 영업의 관점에서 상충할 때가 있습니다. 이 경우 프로세스를 수정하거나 예외 조항을 구체적으로 정리하여 내부 운영 효율과 사업에 도움이 되도록 개정해야 합니다.

제도를 만들어 두고 운영할 때 불합리한 사항을 사용자가 계속 제기하지 않으면 제도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기 일쑤입니다. 다만 자신이 편하기 위한 제안이 아니라 회사에 도움이 되려는 방안을 찾아 지속해서 개선을 요청합니다.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것을 알면서 말하지 않는 것은 회사의 성장에 방해만 될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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