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담은 가사 만들기 [심혜련의 한국형 정서코칭](33)
상태바
감정을 담은 가사 만들기 [심혜련의 한국형 정서코칭](33)
  • 뉴스앤잡
  • 승인 2023.09.12 08: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악 사용 팁〉
① 제시된 음악을 꼭 사용할 필요는 없으며, 치료사의 의도대로 변경할 수 있다. 치료 초반기의 대상자이므로 단조의 느린 템포의 음악보다 장조의 리드미컬한 곡으로 치료 전반에 활기와 긍정적 분위기를 유도한다.
② 치료사가 제시하는 곡이 비선호곡인 대상자가 있을 수 있는데, 다른 곡으로 바꾸기보다 그 감정을 깊이 느껴보는 것도 좋은 성찰이 될 것이라고 미리 알려준다.
③ 음악은 충분한 음량의 스피커를 통해 재생한다. 음량이 작을 경우 그 곡이 표현하는 감정을 전달하기에 부족하여 대상자가 느끼는 감정의 깊이가 얕을 우려가 있다.
④ 음악 감상 시 몸을 움직이는 데 대해 치료사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한다. 발을 까딱인다거나, 고개로 박을 맞추는 등의 움직임은 리듬 요소가 유도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므로, 몸을 움직이며 곡의 느낌을 느껴보는 것은 권장할 만하다.

 

감정을 담은 가사 만들기
음악치료에서 사용하는 작사활동은 감정경험을 음악과 함께 재경험함으로써 감정을 더욱 풍성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내가 지은 가사를 노래에 실어 부를 때, 그 감정이 선명하고 깊게 살아난다. 더불어 가사로 적혀서 언어화되어 노래로 불리는 과정을 통해 내면의 감정을 본인과 분리하여 의식화하는 것을 돕기도 한다. 자신의 감정이 ‘가사’라는 산물로 떨어져나오게 되면, 나와 감정 사이에 고착이 끊어지고 감정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심리적 거리를 가지게 된다. 이로써 자신의 이슈를 넓게 바라볼 통찰이 시작된다.
음악치료사는 이러한 작사의 다양한 목적에 맞추어 음악의 구조와 반복을 이용한다. 충분한 반복을 통해 음악에 익숙하도록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접근한다. 그리하여 내재된 박과 익숙해진 멜로디 안에서 일정한 예견성을 제공하여 대상자들에게 작사・작곡 작업을 쉽게 하도록 돕는다. 대상자가 하나의 곡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의를 집중하며 선행정보를 유지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를 ‘워킹메모리(working memory)’라 한다.

작사활동에서 대상자의 워킹메모리를 향상시키기 위한 보상은 음악 자체다. 제시된 아름다운 음악이 림빅시스템에 작용하여 정서반응을 이끌어내어 작사를 즐거운 활동으로 인식하게 한다. 즉, 인지활동으로서의 음악활동이 아니라, 자동으로 뇌와 청신경으로 확장되어나가 청각적으로 동화된다. 치료사는 대상자가 작사 같은 것은 못한다며 손사래를 치다가도 어느새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내도록 이끈다. 이를 위해 치료사는 단계적으로 대상자가 해야 할 작업을 안내하고, 적절한 동기가 될 만한 음악을 사용하여 지지한다.
소개할 다음 프로그램은 정서카드에 담긴 자신의 정서경험에 가사를 붙여 노래를 부르는 활동이다. 이를 통해 인지활동 너머의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것을 목적으로 계획되었다.

대상: 어린이~성인
목적: 감정수용을 통한 감정 조절력 향상
목표: 선택된 정서카드에 해당하는 감정 상황을 노래 가사로 만들어 함께 부른다.
방법:

① 그룹원들과 반갑게 인사한다.
② 간단한 멜로디의 노래를 다 같이 부르고 익힌다.
③ 대상자에게 정서카드를 제시하고, 정서카드의 단어들을 한 번 읽어볼 시간을 준다.
④ 현재의 정서를 표현하는 카드를 하나 고르도록 한다.
⑤ 선택한 정서카드를 발표하도록 하고, 그 정서단어가 본인에게 어떤 느낌인지, 그리고 그런 정서를 느꼈던 경험을 노래 가사로 만들도록 시간을 준다.
⑥ 직접 작사한 노래를 발표하고, 돌아가며 노래를 부른다.
⑦ 노래를 부른 뒤 자신의 감정을 다시 정서카드 세트에서 고른 후 위의 과정을 반복한다.


이 프로그램을 활용한 가족 음악치료의 예시를 들어보면, 부모님은 아이에 대한 마음으로 ‘사랑’ 카드를 선택했다. 치료사가 만든 간단한 노래의 구조 안에 빈칸을 채울 수 있도록 아이를 사랑하는 순간에 대한 작사활동을 요청했더니, 부모님은 평소에 힘들게 하는 아이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사랑한다는 가사를 만들었다.

평소 부모님이 지적하는 상황에 아이는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꼈을 텐데 그때도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울어도 사랑해’, ‘편식해도 사랑해’ 등 부모님의 노래를 통해 듣게 된다. 정서를 일으키는 상황들을 언어로 교류했을 때보다 음악이라는 채널 안에서의 감정표현이 더욱 직접적이고 정서가 촉발되기에 충분하다. 아이들은 부모님의 노래로 사랑의 표현을 들을 때, 부모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생소하면서도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꽃같은 아이에게 (잘못해도) 사랑해 (서툴러도) 사랑해
매일 말하지 못했지만 너무나 사랑해
(울어도) 사랑해 (넘어져도) 사랑해
매일 말하지 못했지만 너무나 사랑해
(빵점 맞아도) 사랑해 (사고쳐도) 사랑해
매일 말하지 못했지만 너무나 사랑해
(장난쳐도) 사랑해 (편식해도) 사랑해
매일 말하지 못했지만 너무나 사랑해

 

한편, 아이들은 부모님에 대해 ‘고마움’ 카드로 마음을 표현했다. 고마운 상황에 대해 작사를 요청했고, 간단한 구조의 곡을 반복한 덕분에 아이들도 어려움 없이 작사했다. 안아줘서, 웃어줘서, 쓰다듬어줘서, 관심 줘서 고맙다는 아이들의 노래에 부모님은 뭉클하여 눈물을 흘렸다. 노래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들은 부모님은 그 감정을 오롯이 느꼈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사랑을 공고히 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표현했다. 언어에 음악의 미적 구조가 입혀져 감정을 풍성하게 표현하는 목표와 부합했다.


우리 꽃같은 부모님께 (안아줘서) 고마워요 (관심 줘서) 고마워요
매일 말하지 못했지만 너무나 고마워요
(웃어줘서) 고마워요 (쓰다듬어줘서) 고마워요
매일 말하지 못했지만 너무나 고마워요
(칭찬해줘서) 고마워요 (레고 사줘서) 고마워요
매일 말하지 못했지만 너무나 고마워요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놀아줘서) 고마워요
매일 말하지 못했지만 너무나 고마워요


〈음악 사용 팁〉
① 음악은 익숙한 멜로디를 선곡하여 여러 번 불러 모두가 익숙하게 한다.
② 음악은 a-a-b-a′ 구조로 단순한 16마디 짧은 곡을 사용했으며, 가사 작업을 하기 쉬운 반복되는 구조를 제공했다.
③ ‘사랑’과 ‘고마움’이라는 단어를 작사하는 것이기에 템포가 빠르지 않고 음정의 차이가 급격히 나지 않는 안정적인 음악을 선정했으며, 그 외 다른 감정을 선택할 때는 그에 맞는 템포와 리듬으로 반주를 변화시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④ 작사 작업을 하는 동안 치료사가 피아노로 멜로디를 연주해주어 멜로디에 맞추어 작사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한다.
⑤ 대상자가 창작곡을 발표하여 부를 때 피아노로 멜로디를 연주하여 노래하는 것을 돕고, 필요할 경우 치료사가 함께 노래를 부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