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좀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컨설팅회사 구 대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거짓말이 아니더라고요.”
“좀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 젊은 분들 중 그 이야기를 안 믿는 분들이 많아서.”
내가 웃으며 말했다.
“회사가 어려울 때가 있었어요. 당장 이번 달 급여도 제대로 못 줄 것 같은. 그래서 아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서 겨우겨우 달을 넘기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마음이 얄팍해지더라고요. 이게 뭔가? 내가 사업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나? 그래서 일단 무조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다음부터는 모든 걸 돈 위주로 생각하면서 독하게 했습니다. 일도 이것저것 안 가리고요. 덕분에 조금씩 사업이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죠.”
구 대표가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어요. 돈은 점점 더 잘 벌리는데, 이상하게 직원들이 별로 신나 하질 않는 거예요. 저는 이제 한숨 돌릴 수 있어서 너무 마음이 놓이는데, 직원들 표정이 밝아지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해봐야겠다 싶어서 워크샵을 갔는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별 보람이 안 느껴진다는 거예요. 차라리 예전 힘들었을 때가 마음은 더 편했다고. 그 때는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돈만을 목적으로 일하는 것 같아서 자존감도 안 생기고 재미가 하나도 없다는 겁니다. 대단히 충격적이었죠.”
“그렇군요…….”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혼란스러웠어요. 한 번 힘들어져 보니까 사업에 있어서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닫게 되어 변화를 꾀했던 건데,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직원들이 자존감을 잃어갔던 거죠. 물론 돈도 중요하지만 의미, 가치 이런 게 더 중요하구나. 본질은 돈이 아니라 의미구나 라는 걸 느끼게 됐어요. 그래서 그날 직원들과 정말 긴 시간 동안 대화하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회사의 방향을 잡았습니다.”
“어떻게요?”
“절대 돈을 최우선으로 두지 말자. 의미와 가치를 포기하지 말자. 우리가 봤을 때 의미 있는 일, 가치 있는 일만 맡고 그걸 잘 해내는데 최선을 다하자.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이건 아니다 싶은 일은 하지 말자 등등. 몇 가지 지침을 공유했죠.”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당장 매출이 좀 줄었어요. 하하,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분위기가 회복되더라고요. 다시 사람들이 생기에 차기 시작하고, 자존감도 높아지는 것 같고. 아마 이런 식으로 쭉 노력하면 결국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구 대표의 미소에서 이제 다시는 흔들리지 않을 철학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누구나 처음엔 바른 생각, 멋진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 부딪히고 풍파를 겪다 보면 초심을 잃고, 점점 현실에 순응하기 시작한다. 세상에 맞춰 자신을 바꿔가는 것이다.
“결국 돈이 최고였어.”
“실패하면 다 소용 없어.”
“교과서는 교과서일 뿐이야.”
이런 이야기를 하며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시들게 한다. 그리고 우리가 젊었을 때 그렇게 답답해하고 바꾸고 싶어 했던 꽉 막힌 어른들과 똑같은 모습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처음의 의지를 꺾지 않아야 한다. 의미 있는 일, 가치 있는 일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의미를 선택하고 가치를 선택한다고 해서 승승장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단히 힘든 과정이 펼쳐질 것이고, 중간에 계속 좌절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지를 꺾지 않을 때, 자신의 주관을 지켜나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세상이 나를 발견하고 평가하게 된다. 남들처럼 꺾이지 않은, 초심을 유지하고 있는, 의미를 지켜나가고 있는 나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참다운 나를 유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성공이 갈리는 것 아닐까 싶다.
성공하는 남자는 의미를 포기하지 않는다.
더 많은 돈, 더 큰 명성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의미를 지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