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대학의 패러다임 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다! 중앙대 이찬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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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대학의 패러다임 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다! 중앙대 이찬규 교수
  • 뉴스앤잡
  • 승인 2022.06.1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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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이찬규 교수

한국 대학은 이미 지고지순한 진리를 가르치는 상아탑 시대를 지나, 지식 창출과 교육 재생산 기관으로 정착해 가고 있다. 21세기 대학은 연구를 통해 쓸모있는 지식을 창출하고 교육하여, 학생들이 사회에서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이 쓸모 있는 지식이 언제를 기준으로 쓸모 있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졸업하고 당장 쓸모 있는 지식을 가르치라고 한다. 오늘날처럼 지식의 효용 주기가 짧은 시대에 졸업 후 5년 정도 써먹을 지식을 가르친다고 하자. 그러고 난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성급한 이들은 21세기 방식은 세 번 정도 직업을 바꿔야 하고, 그 때마다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지나치게 기업의 관점만을 대변하고, 사람을 지나치게 도구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 사람이 겪어야 할 심리적 불안감, 생활의 불안정성, 수동적으로 재교육에 쏟아야 할 에너지 등을 고려한다면 그리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하기 어렵다.

 

고전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대학에서는 보다 본질적이고, 기초적인 지식을 배우고 사회에 나가서는 이를 응용해서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간은 본질적인 방식만 배운다면 그것을 활용하여 얼마든지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의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지식의 장(場)이 한정적인 때는 가능했지만 오늘날처럼 지식의 범주가 셀 수 없이 많고, 각 범주마다 지식의 양과 질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상황에서는 그런 논리가 적용되질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대학의 패러다임 전환을 고민해 볼 때가 되었다. 필자가 생각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기능 중심의 교육을 배우고, 몇 년 단위로 재교육을 받기보다는 ‘기초지식 교육 - 응용지식 교육 – 적용(창업이나 직업 인턴 등)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는 방식이다. 기초지식을 활용하는 방식, 그리고 그것을 직업과 연결시키는 방법까지 학석사 통합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모든 학문 단위를 이렇게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현재의 대학 교육 모델에 이런 방식의 학석사 연계 프로그램을 하나 더 설치하여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히자는 의미이다. 이런 방식이 도입되면 학생은 기초지식과 응용지식, 사회 적응 등 사회 활동에 필요충분한 준비가 될 것이다. 그러면 변화에 순응하기보다는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될 뿐만 아니라, 기업 등 사회의 관점에서는 충분히 준비된 사람과 일하게 되어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사회는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공지능 등 새로운 4차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그 일자리는 과거와 같이 안정적이고, 정년까지 보장되는 개념의 일자리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Gig 경제가 확산되고 있는 현상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2017년도에 이미 프리랜서 경제 규모를 약 1.4조 달러로 추산했으며, 10년후 인 2027년에는 전체 미국인의 50.9%가 프리랜서로 일할 것으로서 전망하고 있다(유흥재(2017.11) Gig 경제 시대의 온라인 프리랜서 시장 동향,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2023년에 입학할 대학생이 4년을 마치고 졸업할 시점에 이미 전세계 노동시장은 Gig 경제로 진입할 것이란 의미이다.

 

따라서 지금 대학은 이러한 시대에도 주체적으로 인간다움을 지키며 능동적으로 자신의 전문분야를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긱 경제가 인간성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 이를 연대하여 저지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불행한 사회로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사회는 개인별 참여로 업무를 수행하고 흩어지는 방식으로 일하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높이고,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방식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방향성 속에서 대학은 어떠한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이찬규 중앙대학교 교수   이찬규 교수는 한국어문교육연구회 회장, 대통령직속 국가교육위원회 디지털교육 특별위원회 위원장, 한국연구재단 이사 등으로 활약한 바 있다. 또한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 연구소 소장, 교무처장, 교학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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