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하던 제품, 가격 5%만 깎자”고 한다 [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성장통](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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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하던 제품, 가격 5%만 깎자”고 한다 [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성장통](53)
  • 뉴스앤잡
  • 승인 2021.08.3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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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선진국과 신흥국을 아우르는 외통수 원가 학습 훈련장

“사장님! 그러면 회사 영업, 마케팅은 누가 하나요?”라고 몇 일전 베트남 주제로 강의하신 분에게 질문을 드렸다. “네, 주로 제가 다합니다. 까다로운 부분이 있어 직접 챙길 수밖에 없습니다.” 라는 의외의 답이 왔다. 이 분은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만이 아니라, 중국과 중남미에도 생산기반을 가지고 주문자상표제작방식(OEM)의 제조사업을 하는 사장의 말이었다. 까다로운 일을 일부라도 맡길 후배가 없다고 한다. 좀 믿을 만하면 회사를 떠나기 때문이다. 마케팅을 맡기려면 4-5년 이상 참고 견디며 배워야 한다고 한다. 제품과 원가의 구조를 알고 그 흐름을 알게 되면서, 제대로 된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단순 지식에 더하여 많은 경험이 필요한 영역이다. 특히 이런 지식들은 경쟁사와 치열한 수주 경쟁을 하면서 실무적으로 가장 많이 배우게 된다.

제품의 원가를 안다는 것의 의미와 파워

가끔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본다. “수주 혹은 가격협상을 위해 유럽으로 출장을 갔다. 상대가 나에게 납품 가격을 5%만 낮추자고 제안을 한다.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본사에 의논하려고 전화하려니 현지시간이 오전 9시이고, 한국은 새벽 2시로 난감한 상황이다. 어떻게 하겠는가?”

이런 제안에 적합한 발상을 해내는지를 보는 것이다.

“네,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가격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반대급부적인 제안을 해보겠습니다. 예를 들면 30%만 선금을 달라고 하겠습니다. 과거 여러 차례 거래에서 한 번도 차질이 없었으니까요. 특히 환율이 오르고 있는 추세라 선금을 받아오면 상쇄가 되는 계산이 나오니 역제안을 하겠습니다. 또 그 회사의 재무 상태가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거나 그 나라의 이자율이 낮다는 정보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안을 했다는 것만으로 거래의사는 분명히 있다고 보고 또다른 제안을 추가하여 회사의 이익을 키우도록 해보겠습니다. 납기일자를 1개월만 늦춰달라고 하겠습니다. 가장 비중이 큰 원자재가 해마다 이 시즌이 되면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입니다. 조금 기다렸다가 자재를 구매해 제작에 들어가면 충분히 커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물량을 20%만 늘려 달라고도 제안할 것입니다. 공장 가동이 여유가 있을 때라 100% 돌리기만 해도 인건비를 절감하고 전체적으로는 10% 가격을 낮출 요인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소설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제품과 원가 구조를 이해하면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창의적 발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남아에선 반드시 외통수로 배울 수밖에 없는 직무역량

그러나, 이런 속내용은 한국 직장에서 배울 가능성이 현격히 줄어든다. 많은 업무들이 전산화, 자동화, 컴퓨터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담당 업무가 세분화되어 옆 부서의 업무 이해가 부족하고 크고 작은 원가성 비용을 회계차원에서 처리할 때 컴퓨터의 입력 화면만 주어지니 단순하게 기계적으로 입력만 하게 되는 것도 그 이유이다.

그나마 중소기업에 입사하면 이런 세세한 업무를 접할 기회가 많다. 필자가 5년정도 근무해 본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아도 중소기업 기피현상이 많은 데 조금이라도 머리 아픈 계산과 전후좌우를 따지면 그냥 회사를 관두고 튀쳐 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주로 상급자와 회계 전담부서 사이에서만 언급되는 경향이 많은 업무가 원가를 따지며 회사의 경영요소를 짚어보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갈수록 심해진다. “회사 방침이… 사장님이...”라는 식으로 더 이상의 대화를 피하며 정해진 것 이상으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특히, 동남아 국가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업무들은 대개가 B2B(Business to Business) 즉, 기업간 수주를 기반으로 거래하는 유형이 많다. 그렇다면 직원들은 모두가 이런 유형의 업무를 해낼 준비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두 번이라도 헤매거나 이해가 어려워지면 트라우마에 걸리기 십상이다. 당한 핑계로 다른 직장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지금 한국에서도 언급되는 신입직원의 높은 조기 퇴사율은 이런 식으로 주어지는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큰 요인이 된다.

학교나 사회교육과 기업 업무 현실의 괴리가 더 커지고 있다. 취업한 회사가 절대적으로 우월한 제품을 파는 경우면 몰라도 대개가 치열한 가격 경쟁의 소용돌이에서 영업을 해 나가야만 한다. 상대 발주처와 조금이라도 경쟁력있는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은 일정 기간 치열한 원가계산을 하는 업무를 통해서 학습되어지는 것이다.

직장의 골치아픈 업무는 다음 승진을 위한 학습기회

이것을 동남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끈기’라고 표현한다. 이런 일이 다반사이다. 제품의 영업 패턴과 업무의 추진 방식이 그래야만 한다. 담당하는 인원이 매우 적은 회사의 직원 입장에서는 ‘외통수’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필히 울면서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면서 배워 나가며 성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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