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라피를 입은 의태어 이야기' 『꿈틀꿈틀 마음 여행』 장선숙 저자 인터뷰
상태바
'캘리그라피를 입은 의태어 이야기' 『꿈틀꿈틀 마음 여행』 장선숙 저자 인터뷰
  • 홍예원 기자
  • 승인 2021.06.18 13: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장 낮은 곳에 가장 평등하게 사는 사람들과 30년을 함께한 의정부교도소 장선숙 교감의 그림 에세이 『꿈틀꿈틀 마음 여행』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갑작스레 덮친 큰 재앙으로 우울하고 불안한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예쁜 말과 그림으로 위안이 되고, 힘이 되어주면 좋겠다는 생각과 그 가운데 작은 마음 하나 사부랑삽작 일어나 성장의 거름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책에 담았다.

전작 『왜 하필 교도관이야?』를 통해서 소외된 사람들을 잘 안다고 이야기했었지만, 전대미문의 코로나 상황에 내던져진 이웃을 볼 때 그 생각 자체가 착각이었음을 깨달은 저자는 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과 평안을 주기 위해 권기연 작가와 함께 ‘꿈틀꿈틀’ 마음을 움직였다. 저자의 깊은 서랍 속 묵은 일기장에 숨어있던 작은 이야기 한 토막으로 추억을 되새기고, 첫사랑처럼 설레고, 도란도란 함께 걸으며, 다복다복 나누는 삶을 꿈꾸며, 이 이야기들을 예쁘고, 귀엽고, 다정한 의태어들에 담아보았다.

첫 책 『왜 하필 교도관이야?』가 스테디셀러가 됐다. 이번 『꿈틀꿈틀 마음 여행』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는가?

오랜 시간 담장 안과 밖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며 ‘생각한 것들을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제 관점, 연구자의 관점이 아니라, 그들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입장으로 느껴보는 것이었다. 책으로 위로받고 힘을 내야 할 이들이 쉽게 책을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움 대신, 이들이 편하게 책을 만나고 읽고 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 책에서 위로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을 떼어 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데서 시작하게 됐다.

계절별로 본문을 구분하고, 봄이 아닌 겨울을 먼저 시작했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자연을 통해 쉼과 힘을 얻고 있다. 자연의 변화가 곧 계절의 변화이며 이는 우리의 성장 과정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겨울이 우선인 이유는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우선 위로와 공감, 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추운 시기에 아랫목처럼 보듬어주고, 기운을 차리면서 자기를 탐색해보는 시간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성장을 위해서는 자기 탐색을 통한 자기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건강한 밭을 만들어, 봄에 씨앗을 뿌려 희망이라는 싹을 틔우고, 여름엔 성장통과 사랑을 겪고, 가을엔 노력의 결실을 맺으며 나이 들어가는 것이다. 겨울, 봄, 여름, 가을이 개인의 성장 과정이라면 환절기를 통해서는 ‘더불어 삶’ 곧 사회로의 확장을 전달하고 싶었다.

‘의태어‘를 글의 소재로 선정한 특별한 있는가? 단어 선정 과정에서 독자들에게 소개할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바란다.

의태어는 일단 쉽고,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순우리말이다. 그 안에 느낌과 모양을 공감하고 시각화 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불안하고 힘든 시기에 필요한 감성과 위로를 전하는데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생각나는 의태어를 하나씩 수집하다가, 더 많은 의태어를 찾기 위해 국어사전을 두 번 정독했다. 찾다 보니 예문조차 없는 낯선 의태어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 의태어들을 찾아 목록을 작성하고, 뜻과 예문을 정리했다. 그렇게 작성한 의태어들을 제가 전하고 싶었던 글들에 전체 느낌과 핵심 문장들을 전달할 수 있는 단어를 찾아 소제목으로 붙였다. 오랫동안 의태어를 생각하다 보니 의태어가 놀이가 된 듯하다. 대화하거나 다른 글을 쓸 때 저도 모르게 의태어가 튀어나오고, 상대방들도 의태어 바이러스에 전염되어가는 듯하다.

『꿈틀꿈틀 마음 여행』을 보다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여느 책보다 쉼표가 좀 많은 편이다. 지면이 넉넉하다면 문단으로 나누고 싶었는데, 한 페이지로 제한하다 보니 더 넉넉한 여백을 주지 못해 문단 내에서 쉼표를 주었다. 급히 한꺼번에 읽기보다 그날 마음 가는 삽화, 책장을 넘기다 가슴으로 들어오는 한 문장, 목록을 보다 찾아보고 싶은 의태어를 찾아 한 장씩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다.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읽고, 친구들과 어울려 공감 가는 부분을 소리 내어 함께 읽고 느낌을 나누면 좋을 것 같다. 자녀들을 재우면서, 잠 못 드는 친구나 애인을 위해 상대방이 그날그날 읽고 싶은 부분을 읽어주고, 그 자장가를 들으며 잠들 수 있길 바란다.

캘리그래퍼 권기연 작가와의 협업은 어떤 인연으로 시작했는가?

첫 책 『왜 하필 교도관이야?』를 출간하고, 저자 사인을 위해 캘리그라피를 배우기 시작했다. 후배 직원을 통해 선생님을 소개받고 개인 교습을 받으며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선생님의 다양한 경험과 호기심, 예술 감각을 보고 배우며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언니 동생처럼 가깝게 지내게 됐다. 그러다 제 첫 책 출판기념회에도 선생님이 제 책 내용 등으로 엽서와 한지 등을 만들어 자리를 빛내주셨고, 청소년의 집에서 실습을 마치던 날도 종일 함께 캘리 엽서를 직접 그려 나눠 주셨다. 그런 행사와 일상을 자주 나누다 보니 이번 책을 구상하게 됐다. 혼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는데 권 선생님이 계셨기에 시작할 수 있었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

16종의 그림엽서를 준비한 이유는 무엇인가?

책갈피가 되고, 편지 엽서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초임 때, 직장 적응에 힘들었던 시기에 책갈피에 기차표를 넣고 그 기대감으로 이겨낸 적이 있다. 책 사이에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예쁜 엽서가 기차표 같은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또 하나는 첫 책 출간 후 엽서를 제작해서 수용자들에게 답장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됐었다. 그래서 이번 책도 누군가를 위해 위로와 사랑의 한마디를 전해주는 메신저 같은 역할을 기대하며 101개 삽화 중 16개를 선정해서 별도 제작했다.

‘나태주 시인’ 이 특별한 추천시를 『꿈틀꿈틀 마음 여행』에 선사했다. 시인과 저자와의 인연을 소개한다면?

제가 서울동부구치소 전신인 성동구치소에 근무 중일 때, 수용자 인성교육을 위해 시인들을 초빙해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매월 한 분의 시인을 모셨는데 전월 참여했던 시인님을 통해 그다음 달 시인님을 추천 받는 방식이었다. 그때 박영하 시인님께서 나태주 시인님을 추천해 주셔서 모시게 됐다. 그런데 하필 나태주 시인님이 강연하시던 날이 영하 15도가 넘는 날이어서 먼 길을 대중교통으로 오시는 시인님께 너무 죄송하고 감사했다. 그날 수용자들의 자작시를 보시고 감동하셨던 시인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후에 문학관에 찾아뵀다.

그런 과정에서 저를 특별히 아껴주시고 제 마음속에 있는 문심(文心)을 깨워 책을 쓸 수 있도록 해주셨다.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책을 써야 한다. 그런데 장 교감은 반드시 써야 한다”라고 하셨다. 그 후 우연처럼 제 모교인 비금중학교에 특강을 해주시기도 했고, 그 인연으로 저도 후배들을 위해 특강을 할 수 있었다. 나태주 시인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제 두 권의 책은 아마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두 번의 추천사를 받았는데 그때마다 울컥거리는 마음을 달래기 어려울 정도다.

*장선숙 작가

아름답고 건강한 1004의 섬 신안 비금도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교도관이 된 지 30년이 넘었다. 세상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때론 호랑이 선생님이, 때로는 따뜻한 엄마가 되기도 하고, 다양한 곳에서 만난 좋은 분들로부터 받은 에너지를 담장 안팎에 나눠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있다. 교도관, 수용자, 출소자, 그리고 비행청소년의 행복한 진로 연구 경험으로 직업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사회복지, 코칭, 글쓰기 등을 공부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