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7년차 귀농인, 농업회사법인 우연한상상 박지웅 대표 [정하진의 창어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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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7년차 귀농인, 농업회사법인 우연한상상 박지웅 대표 [정하진의 창어알]
  • 뉴스앤잡
  • 승인 2021.06.1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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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상생’, ‘순환’이라는 세 가지의 키워드
자폐 아동과 함께 하는 체험장을 만드는 것이 꿈꾸다!

정하진의 창어알(‘창업 어디까지 알고 있니?’의 줄임말)의 정하진 대표가 평창에서 산양삼 농사를 짓는 7년차 귀농인이자 농업회사법인 우연한상상의 박지웅 대표를 만나 창업 아이템과 준비 방법,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봤다.

평창에서 산양삼을 농사짓고 있는 7년차 귀농인이다. 귀농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홍대에서 장사를 하면서 돈을 차곡차곡 모으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쌓여가는 돈과는 반대로 날이 갈수록 인생의 지향점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돈을 많이 번 것은 아니었지만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보다 조금 더 돈이 모아지다 보니 돈을 어디에 써야 될지에 대한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돈을 벌어 다시 돈 버는 일에 사용하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내 인생에서 ‘나’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돈’만 남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목적의 자리에 수단이 들어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다가 귀농을 결심하게 됐다.

사실 농사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의 도구라고 볼 수 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기여하고 싶다는 지향점을 갖고 ‘모험’, ‘상생’, ‘순환’이라는 세 가지의 키워드로 자폐 아동과 함께 하는 체험장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아직 구체적인 일들은 계획 중에 있지만 체험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콘텐츠를 농업으로 결정했다.

자폐아동과 관련된 사업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들었는데, 어떤 내용인가?

똑같은 가정이지만 행복한 가정이 있는 반면, 불행과 고난이 닥치는 가정이 있다. 왜 같은 아이인데도 어떤 아이는 행복하고, 어떤 아이는 불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내 아이가 다른 이들과 함께 행복하려면 사회 이면에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사회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줘야 겠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자폐에는 굉장히 다양한 양상과 많은 종류의 증상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하나의 케이스로 단정 짓기는 힘들다. 하지만, 자폐의 공통된 특징은 태어날 때부터 사회성이 결여된 채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일에는 ‘사회적 약속’이 내재돼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폐 인구 비율 10위 안에 들고, 아동 100명 중 3명이 자폐 아동일 만큼 자폐 인구가 많은 편인데, 국가적 차원의 복지도 사회적 약속 위에 있기 때문에 사회복지의 틀 안에서도 자폐인에 대한 케어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장애인으로서 장애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해보자면, 장애는 하고 싶은 일을 원활하게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는 상태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비장애인에 비해 자연스럽지 못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가장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행위는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하다 인간이 오래전부터 해온 농업이 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져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일인 농업을 메인 콘텐츠로 삼아, 장애가 있는 친구들과 함께 활동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지금 계획하는 일의 시작이었다.

농업은 사람이 환경을 통제하려고 하면 반드시 자연에 지게 돼있다. 잡초를 뽑기 힘들다고 농약을 치게 되면 겉으로 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작물에 크게 유익하지는 않다. 농업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고민 중에 있지만 자폐 아동들과 함께 하는 농사 체험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보다 조금 더 자연스러운 상태가 되길 바란다. 우리 사회가 자폐아를 받아들이는 방식도 아직은 부자연스러운 상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즐거워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가려는 고민보다 하루빨리 사회에 적응하고 복귀하게끔 하고 싶어 하는 열망으로 가득 차있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농업 역시 체계화된 농사를 하게 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아이들이 땅에 씨를 뿌리고, 풀뿌리를 뽑는 것도 농사의 일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통해 ‘자폐 아동이 비장애인과 자연스럽게 섞이는 것이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일’이라는 인식을 만들어내고 싶다.

자폐인들의 자립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인가?

자폐 중증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중증 자폐를 갖고 있거나 일반적인 자폐인이 사회에서 자립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장애인보다 비장애인이 살아가는 데 맞춰져 있는 이 사회에서 장애인이 자립하는 것을 바라는 것보다는 이분들이 사회에서 어우러질 수 있는 방향과 접점을 어떻게 형성해야 할지에 대한 방안을 논하고 싶다.

또한, 자폐는 스스로를 자기 자신 안에 가두는 병이기 때문에 외부에 비치는 모습을 신경 쓰지 않는 대신 자신이 가진 고유의 능력에 집중하는 성향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사회에서는 두드러진 재능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자폐인들은 우리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만의 특출한 능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만들어나갈 공간에서 그들의 능력을 고민하고 관찰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주류가 비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인의 능력을 찾아서 세상에 꺼내는 역할은 비장애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의 자립이라는 표현보다는 장애인들이 사회와 어떤 접점을 갖고 있는지, 그 지점을 찾아내 사회에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비장애인의 역할이라고 본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업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하다 보면 '젊은 친구가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었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사실은 필요한 돈 외에 돈이 조금 더 생겨서 시드머니를 만들게 됐다. 그 중에서도 3만 6천 평의 땅을 모두 개인 자본으로 해결할 수 없어서 산림청 사업이나 정책적인 지원금을 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또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을 추구하다 보니 대단한 소명감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것보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앞으로 만들어나갈 공간에서 자폐 아동들과 어떤 활동을 할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들과 긴밀한 접점을 갖고 있는 사회복지사, 미술치료사, 상담사분들을 다양하게 만나보고 싶다. 그분들을 통해 자폐인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듣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게 우선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농업회 사법인 우연한 상상이라는 그릇을 만들고 있다. 저는 상생하고, 모험하고, 순환하는 일들을 하면서 행복해하는 사람이다. 저와 비슷한 색깔을 갖고 계시거나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과 식사라도 한번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다. 언제든 편히 연락을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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