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 중 1명을 보는 차이, 기업과 대학 [박창욱의 텐.퍼.취.미](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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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 중 1명을 보는 차이, 기업과 대학 [박창욱의 텐.퍼.취.미](47)
  • 뉴스앤잡
  • 승인 2021.05.0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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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와 입시의 차이, 거기에 희망이 있다.

“느그들, 회사와 학교의 차이를 알어?”

필자가 대학을 다닌 지 벌써 40년이 넘었다. 78학번이니 입학기준으로 44년이 되었다. 입학 다음 해인 1979년, 2학년 때 10.26사태, 계엄령과 휴교령, 이듬 해인 1980년 ‘서울의 봄’을 겪었고 데모대로 서울역 앞에 모여 ‘민주 쟁취, 독재 타도’를 외쳤다. 그런 역사적인 사건을 뒤로 하고 1982년에 졸업을 하며 장교로 군입대를 했다. 그리고, 1985년에 전역하며 서울역 앞에 있는 대우에 입사를 했다. 누군가와 말끝에 짚어본 옛날이었다.

대학은 사범대를 다녀서 무조건 교직을 생각하던 중에 졸업 시즌이 되면 일반 기업에 취업한 경영대학이나 공과대학 출신의 선배들이 기숙사를 찾아와 후배들에게 기염을 토하던 말이 있었다.

“느그들, 회사와 학교의 차이를 알어? 학교는 돈내고 다니지. 회사는 돈받고 다녀. 우리 과장은 SKY 출신 아니야. 일할 때 학벌 아무 필요 없어. 그런데, 학생 때는 선배가 술사주면 무조건 좋았잖아. 그런데, 이제는 아니야. 술 사준다면 무조건 싫어. 술이 지긋지긋해지더라” 재학중인 후배들에게 술을 사주며 폼도 잡는다. 자랑인지 푸념인지 모를 듯한 말을 지켜보는 후배들은 부러운 눈길로 ‘아줌마, 여기 500cc 하나 더 주세요’라며 외쳤다.

입사와 입시의 차이…

직장과 학교의 차이를 알고 그 조직에 진입하는 입사와 입시의 차이를 알면, 준비가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당시는 그런 식견이 많이 모자랐다.

먼저, 진입하고 나면 지내는 기간이 다르다. 학교는 기본이 2년, 혹은 4년이다. 회사는 평생을 다닐 것이다. 입사는 결혼 생활과 아주 비슷하다. 연애 대상자를 뽑듯이 하는 것이다.

둘째, 다니는 동안의 평가 포인트가 다르다. 회사는 전방위 평가를 한다. 뭘 잘 외우고 있어 금방금방 답을 내는 것은 특별히 의미있는 역량은 아니다. 오히려 인사 잘 하고 밝고 싹싹한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 주변의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는 상당히 다른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다. 전공과 다른 분야의 일을 해서 그러기도 하지만 학교 지식은 검증되고 정리된 지식이지만 회사는 그런 정보를 뛰어 넘는 도전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공부’를 주로 하던 학과 중심의 활동보다는 프로젝트, 관심분야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동아리 활동과 유사성이 크다.

셋째는 학교는 다단계의 평가를 한다. A+, A0,…., C0, C-,..F로 매기는 점수다. 아무리 쓰레기 같은 답안지나 레포트도 교수는 무조건 꼼꼼히 읽고 다단계 평가를 해야한다. 내가 돈을 내었고 교수는 대가를 받으니 평가를 해줘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은 그렇치 않다. 한눈에 훅 가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본인의 존재감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 속의 존재감이다. ‘나’라는 개인은 학교에서 1/N, 여러 명 중의 한 명이 된다. 그러나, 회사는 1/1이자 N/N, 모든 것인 존재가 된다. 한 명만 없어도 전체 일이 돌아가질 않는 구조이다. 분업의 구조이고 어느 한 개인과 같은 업무를 맡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100명 모두가 다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자존감과 자신감을 필요로 한다.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정말 안타까운 경우가 있다. 도저히 대책이 없을 정도로 엉망인 학생도 많이 본다. 태도나 지식, 노력 등은 고사하고 쉽게 포기하고 문제투성이인 경우다.

그런데 그런 청년들이 회사 일을 하면서 변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제대로 된 상사나 선배를 만나서 말이다. 어엿한 직장인으로 성장한다. 그 비결은 강단에 자주 서는 입장에서 최고의 관심사였다.

결론은, ‘조직 속의 존재감’이라 생각한다. 사회를 지탱하는 분업이다. 분업이 주는 책임감과 기대감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다는 존재감을 주기 때문이다. .

그래서 ‘라떼’의 회사에서는 조금 결격요소가 있는 사람도 함부로 내보내지 않고, 마지막까지 붙들고 적응하도록 노력을 했었다. 대개의 한국 기업이 모두 그랬다. 적어도 신입사원한테는….

그런데 요즘은 그렇질 않은 경우를 자주 본다.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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