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은 있고 취업사정관은 없다[김상엽의 지피지기(知彼知己)](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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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은 있고 취업사정관은 없다[김상엽의 지피지기(知彼知己)](9)
  • 뉴스앤잡
  • 승인 2021.04.0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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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모 대학 직업상담사 채용공고엔 ‘학생들과 대화 가능하신 분’이란 문구가 있었다. 한마디로 나이 많은 사람은 지원하지 말라는 점잖은 표현으로 들렸다. 요즘 대학에 설치된 대학일자리센터 컨설턴트를 보면 대부분 30대 이하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 물론 자격증이 있어 채용했겠지만 기업 조직과 직무를 아우르고 입사전형 과정을 다루는 안목이 필요한 전문직에 성별과 나이제한도 그렇고 일부는 직장 무경험자도 자격증만 취득해 일한다니 문제라고 본다.

대학 입장에선 학생들과 세대차가 적은 상담사가 눈높이 교육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물론 일리있고 동의한다. 대학가에 취업교육의 개념이 정립되고 종합인력개발원 설치를 권고할 당시가 내가 대학에 근무하던 2000년 초반 무렵이었는데 현재 가장 오랜 경력을 가진 취업교육전문가들이 그때부터 현장에서 수 많은 학생들을 다뤄봤던 40~50대 전문가들이다.

그분들을 대학에 취업심사관(취업사정관)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일부 대학에선 취업특임강사로 초빙하기도 한다. 군대로 치면 대학일자리센터는 1차적인 진단을 통해 취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훈련소 역할을 하고, 취업심사관은 서류와 면접 통과가 가능한지 전문적 안목으로 2차적인 심사를 해주면서 역량을 끌어올리는 후반기 주특기교육에 비유할 수 있다.

이런 분들이 대학일자리센터를 거쳐온 학생들을 기업의 시각으로 직무적합성과 업종별 인재상에 적합한지 한 번 더 다듬어준다면 입사확률도 높이고 이는 오롯이 취업률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취업교육은 현장 경험에서 쌓인 노하우가 핵심이다. 직업상담사를 채용할 때도 다양한 사회경험을 통해 복잡한 취업문제를 다룰 수 있는 안목을 고려함이 중요하다.

1919년 창립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항공사 KLM, 1924년 창립 델타항공, 1929년 창립 하와이안항공사 등에서는 50대 이상의 노련한 캐빈승무원이 많고 중장거리노선에 의무적으로 한 명씩은 태운다고 한다.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이 어떠한 비상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후배들에게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매뉴얼이라는 것이다. 대학이 진정으로 취업의 질을 중시한다면 취업전문가 채용에 나이와 성별보다는 경력중심으로 폭 넓게 개방해야 한다.

90년대 1세대 취업전문가들은 현재 60세가 넘어 대부분 은퇴했다. 나를 포함한 2세대도 언젠가 후배들에게 그 바통을 넘겨줘야 하지만 그동안 쌓은 실전 경험을 취업난에 고통받는 청년들을 위해 쓰고 싶다. 기업이나 은행도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신중년 시니어를 상근, 비상근 형태의 고문이나 자문역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학은 기업과 대학현장의 경험이 풍부하고 사람을 키우는 안목을 보유한 인력풀을 최대한 활용하기 바란다. 좋은 학생을 뽑는 입학사정관은 있는데 좋은 학생을 취업시키는 취업사정관도 필요하지 않을까. 취업의 궁극적인 솔루션은 숨겨진 인재를 발굴해내는 냉철한 시야에 강점을 찾아내고 약점은 커버해주는 디테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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