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자리 정책의 문제점은? 김병숙 한국직업상담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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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자리 정책의 문제점은? 김병숙 한국직업상담협회 이사장
  • 서설화 기자
  • 승인 2022.03.1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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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업종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는 채용시장, 일자리 문제는 전국민의 최대 관심사다. 정부는 효과적인 고용정책을, 기업은 공정한 채용전형을, 고용센터는 양질의 서비스를, 지원자는 탁월한 직무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서로의 니즈를 충족하지 못한 채, 엇박자의 미스매칭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 일자리 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민간고용센터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현재 실업자들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무엇일가?... 이러한 궁금증에 대해서 속시원하게 답해줄 사람을 만났다.

50여년 간 '사람과 일을 잇는 일'을 하고 있는 한국직업상담협회 김병숙 이사장, 그에게 다양한 일자리 문제에 대한 해답을 들어본다. 올해 초 김병숙 이사장은 고용노동부와의 간담회에서 안경덕 장관을 만나 '민간고용센터의 양질 서비스 제공 방안'과 '직업상담사의 자격제도 개편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김병숙 이사장이 전하는 일자리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귀기울여 들어본다.

 

 정부 일자리 정책의 문제점 

Q. 정부 일자리 정책에 대한 문제점은?

A. "일자리라는 것을 '건설업에 돈을 빨리 풀어서 건설경기를 부양해서 일자리를 만든다' 이런 식의 천편일률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실제로 그런 식의 접근은 맞지 않다. 우리가 갖고 있는 직종이 굉장히 두루뭉실하다. 따라서 직종을 해체하여 세분화하고 전문화시키면 정말 새로운 직종이 탄생한다. 이런 것을 일자리로 해야 한다."

Q. 일자리를 전문화 시키는 작업을 어떻게 해야할까?

A. "직종이 복합화된 것을 더 전문화시키기 위해서, 이것을 분리시키는 작업을 연구기관에서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시키고 직종명으로 새롭게 탄생시켜야 한다. 전문화된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 늘상 얘기하곤 했지만, 이러한 접근이 일어나고 있지 않아서 안타깝다. 그래서 일자리 정책이 어떻게 보면, 산술 평면적인 정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Q. 민간고용서비스기관의 애로사항은 무엇인가?

A. "상담은 상담자의 역량에 따라서 상담이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기존 정부사업에는 획일적이고 규격화된 상담으로 진행됐다. 상담의 권한을 없애고 지침에 의해서 운영되는 상담이라는 건 있을 수 없다.

현재 국민취업지원은 직업상담사들이 내담자에게 돈을 지급해주고 증빙하는 업무를 한다. 이런 서류를 만드는 작업 등에 많은 행정력이 소요되고 있다. 돈을 지급하는 업무는 은행시스템을 들여오면 된다.

특히 민간고용서비스 업체에서는 일 년에 한 번씩 제안서를 내고 발표를 해서 사업을 수주한다. 일천여 개 기업이 연초에는 거의 그 일만 몰입한다. 인적· 물적 · 시간적 소비가 많은 일을 하니, 민간고용서비스 업체에 고통이 뒤따른다. 또한 정부에서 일은 일대로 시키면서, 단가는 올리지 않아 민간고용서비스 업체가 살아남기 어려운 상태로 만들고 있다."

Q. 양질의 고용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이유는?

A. "직업상담사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울만큼, 많은 인원의 내담자를 상담하라고 한다. 그러면 상담이 제대로 일어날까. 그러면 상담의 효과를 못 본다.

따라서 적정한 인원과 적정한 지침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침을 빈번하게 고치니까, 지침에 익숙해지는 데도 상당한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원래 ‘상담을 잘했는지 못했는지’에 대한 평가 기준은 5개 내외만 있으면 된다.

너무 많은 행정적인 처리를 중간 중간에 하면서 감사받는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

Q. 민간고용서비스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은?

A. "민간고용서비스는 정부 대행업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동등한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가 위탁을 주는 개념이기 때문에, 갑과 을의 관계로 항상 존재한다. 정부에서 민간고용서비스 업체를 서열화하여 평가하고, 평가점수가 좋지 않으면 탈락시킨다는 얘기만 줄창하고 있다.

사실 정부가 민간고용업체에 ‘잘해달라’고 부탁하는 입장이 돼야 한다. 민간고용서비스 업체가 정부 대행업을 한다는 자체를 염두에 두고 파트너십으로 관계를 가졌을 때, 고용서비스산업이 발달하리라 예상된다."

김병숙 이사장은 직업상담영역에서 수퍼바이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업상담사의 역할 

Q. 현재 직업상담사의 처우는 어떠하고, 개선방안은 어떠한가?

A. "직업상담 분야와 유사한 직종에서는 많이 받는 직종으로 돼 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저임금을 받고 있다. 왜냐하면 직업상담이 취성패(취업 성공 패키지), 패키지화한 지침에 의해 그대로 따라 하는 상담을 10여년간 진행하다 보니 노하우가 필요없게 됐다.

직업상담사의 상담기술이 숙련되면, 숙련된 값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숙련된 기술이 필요가 없게 되니, 숙련된 자는 너무 쉬워서 일을 못하겠다고 떠나기도 한다. 또 기업에서는 ‘저렇게 쉬운 일인데 돈을 많이 줘야 되나’하는 의구심을 보인다. 이런 상태가 2~3년 동안 팽배하게 됐다."

Q. 국민취업지원제도에서 직업상담사의 역할은 어떠한가?

A.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직업상담사들이 여태까지 만나보지 못한 다양한 대상들을 만나게 된다. 따라서 다양한 대상에게 심도 있는 좋은 상담을 하면서, 적절한 상담 기법을 구현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직업상담사들의 진가에 대해서 재평가하고 노동시장에서 적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 그래야 정부 위탁 사업을 하면서, 직업상담 분야에 질 좋은 인력이 유지될 수 있다.

정부 사업일 때 위탁을 받아서 하면 양질의 상담을 해줘야 하지만, 현재 직업상담사는 공무원보다도 훨씬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 부처에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예산을 증가시키기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Q. 직업상담사가 갖추어야 할 역량 3가지는?

A.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가 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이렇듯 내담자의 일생이 오기 때문에, 첫 번째 직업상담사들은 내담자가 오면 아주 귀중하게 맞이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대단히 황량한 마음을 지닌 상태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내담자의 얘기를 듣고 주제를 분석할 수 있는 역량, 예리한 그런 판단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역량이 있어야만 사실 이 사람과의 상담을 빨리 끝낼 수 있다. 상담을 빨리 끝내야 이들이 취업을 빨리 할 수 있다. 상담을 오랫동안 한다고 좋은 건 아니다.

세 번째 정확한 분석 기법에 의해서 상담을 구현해야 한다. 그들이 또다시 실업에 들어가지 않도록 예방해주는 역량을 갖춘 사람이 돼야 한다. 지식과 기술, 마인드, 세 개를 합한 것이 직업상담의 중요한 역량이다."

Q. 직업상담에서 수퍼바이저가 필요한가?

A. "직업상담을 우리나라 학부에서 가르친 곳이 없다. 여기에 진입하는 사람은 상담의 역량을 갖고 있는 사람, 직업에 대한 역량을 갖고 있는 사람, 또 법률적인 역량을 갖고 있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혼재돼 있다.

직업상담이라는 것은 그 사람에 맞게끔 그 사람의 직업적 논점에 맞는 기법으로, 상담을 해줘야 한다. 그것을 어디서 배우지 않고 직업상담사 자격증만 취득하고 상담하면, 내담자들이 어떤 호소를 하는지 모르고, 어떤 기법으로 상담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것을 수퍼바이저가 있어서 기술적인 지도, 자문, 교육 등을 제도적으로 해주어야 한다. 작년에 협회에서 수퍼바이저에 대한 수요조사를 했다. 그 결과 수퍼바이저는 상담 영역과 정보가공영역에서 필요하다고 나왔다.

협회에서 직업상담 수련감독자 1급, 2급을 민간 자격으로 등록했다. 직업상담 수련감독자 2급은 현장에 있는 상담원을 지도하고 자문하고 교육하는 사람이다. 1급은 수석 수련감독자로서 수석의 입장에서 가르치는 교수의 역할이다. 이렇게 두 가지 트랙으로 자격증을 냈기 때문에 협회에서 수퍼바이저를 양성하고자 한다.

각 기업에 가서 수련감독자가 수퍼바이저로서 역할을 한다면, 직업상담이 ‘어림 짐작의 상담’이 아닌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식견으로 직업상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김병숙 이사장은 직업상담사 1급 자격시험에 ‘전직지원’과 ‘수퍼비전’이라는 주제를 넣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직업상담사 자격증 

Q. 직업상담사 자격증은 어떻게 개편해야 할까?

A. "직업상담이 처음 도입했을 때 가졌던 논점들이 지금은 너무나 다양하게 발달되어 나타나고 있다. 지금 자격 제도를 가지고는 도저히 현재 논점을 투여해서,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시스템으로 돼 있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실업이 됐을 때, 6개월 이후부터 장기 실업자로 얘기했다. 장기 실업자가 1년쯤 지나면 우울증이 나타나며, 1년 6개월 되면 ‘자살의 경계’를 오가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것은 직업상담 초창기의 얘기다.

요즘 5년 전부터 연구를 해보니, 6개월이 아니라 장기 실업자의 특징이 3개월부터 나타난다. 또 장기 실업자가 나타나는 특징이 구조조정 전부터 나타나기도 한다. 이들은 서너 개의 증상이 융합돼서 이 사람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을 발견했다.

기존 직업상담사 자격증에는 이런 변화된 내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2020년에 직업상담의 직무 분석을 해서 NCS 학습 모듈을 만들어, 직업세계의 변화를 교과 과정에 반영했다.

현재 직업상담사 자격증 과정도 개편과 관련하여 정부에 제시했고, 이것을 받아들여 개편 중에 있다."

Q. 직업상담사 1급은 어떻게 바뀌면 좋을까?

A. "‘직업상담사 1급은 노동시장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직업상담사를 공격하는 중요한 이슈다. 취업성공패키지는 직업상담사 1급이 필요없었지만, 국민취업지원제도는 1급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

직업상담사 2급 수준을 가지고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한다는 것은 사실 ‘제대로 된 직업상담을 해줄 수 없다’라는 것과 같은 얘기다. 직업상담사 1급에 ‘전직지원’과 ‘수퍼비전’이라는 주제를 넣었다.

많은 사람들은 1급과 2급의 임금 차이가 없다며, ‘탁상공론에 의해서 1급을 만든 게 아니냐’ 이렇게 얘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민지원지원제도는 직업상담사 1급이 필요하다. 직업상담사 1급 자격제도는 분명히 존재해야 되고 더 강화해야 한다. 이것을 아주 고도의 훈련을 거친 그런 사람들이 취득하여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

뉴스앤잡 스튜디오에 김병숙 한국직업상담협회 이사장이 방문하여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실업에서 취업으로! 

Q. 장기 실업자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A. "장기 실업자는 비합리적인 신념을 갖고 있다. 거절당하지 않기 위해서, 장기 실업자는 이력서를 안 내서 취업도 안 된다. 취업한 사람은 백 통의 이력서를 쓴다면, 이들은 열 통만 쓴다. 다른 사람의 1/10의 노력을 했는데 어떻게 취업이 되겠는가.

예를 들어 50대 내담자가 ‘나이가 많아서 취업이 안 된다’고 한다. 그러면 통계청에서 50대 취업자를 보면, 50대가 많이 취업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장기 실업자는 자기 스스로 합리화를 시키는 경향이 있다."

Q. 중년층 실업자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A. "중년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게 '체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체면을 내려놓지 못한다. 이들에게 ‘체면이 밥 먹여주냐’ 물어보면 ‘밥 먹여준다’고 답하기도 한다. 이런 것을 심리학 용어로 '행동 함정'이라고 한다. 행동 함정에 있을 때는 스스로 매몰돼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이것을 깨닫게 하고 벗어나게 하는 역할을 직업상담사들이 한다. 따라서 직업상담사를 만나면, 또 다른 길이 열릴 수 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우리나라에서 실업이 장기화돼서 시기마다 사람들이 변화하고 있다. 이것을 직업상담에서 한 가지 툴로 계속 상담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참다운 직업상담이 뭔지 보여주는 사업을 한국직업상담협회에서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직업상담 분야의 학문적인 기틀을 잡아야 된다. 직업학을 많은 대학에서 가르칠 수 있도록 전파하고자 한다.

현재 '잡앤멘탈클리닉'을 통해서 미래드림사업을 하며 직업상담으로 봉사하고 있다. 중장년층 실업자들이 주로 산에 많이 가는데, 앞으로 산 앞에 텐트를 치고 그들의 취업역량을 길러줄 수 있도록 봉사하고 싶다."

 

김병숙 한국직업상담협회 이사장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교육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 석사, 건국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간 직업훈련연구소, 한국기술교육대학교,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서 40여 년간 직업에 관한 연구를 통하여 우리나라 직업상담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경기대학교에서 직업학과를 설치하고 교수로 활동하며 석사와 박사를 양성하였다.

 

[영상=박재현 기자, 사진=홍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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