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선의 야전사령관’ 느낌이다. 안시성 성주처럼… [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성장통](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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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선의 야전사령관’ 느낌이다. 안시성 성주처럼… [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성장통](32)
  • 뉴스앤잡
  • 승인 2020.11.0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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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현지에 ON∙OFF 종합 판매장 구축 및 오픈 행사

동남아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세계적 명품브랜드 상품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제조하는 사업이 주류를 이룬다. 기업간 거래인 B2B 체제이고 부가가치가 낮은 편이다. 최근에는 한류바람으로 컨텐츠와 상품을 연계하여 B2C 체제 판매하는 사업에 도전하는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부가가치의 확장성에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베트남 현지 취업이후 7년차로 심한 성장통을 앓은 주인공 민성준 주임(가명)은 이런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회사인 TKM(가칭)의 베트남 현지 판매장 사업의 말단 직원이다. 민주임은 지난 2013년 10월에 글로벌청년사업가(GYBM)양성과정 3기로 연수를 마치고, 다음해 10월에 현지 한국기업에 취업한 후에 이 회사로는 2년여 전에 합류를 했다.

지난 8월의 첫 종합판매장 오픈은 TMK입장에서 2년여 동안 야심차게 준비한 결정체이다. 코로나19로 본사 전문가의 도움을 제한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고, 부하직원도 변변히 없었지만 이 일을 처리해 낸 민주임은 야전사령관이라 부르는 것이 손색이 없었던 일이다.

한국 기업의 남다른 도전과 코로나19

TMK는 2년여 전인 2018년 9월에 베트남진출 계획을 언론을 통해 알렸다. 베트남의 첫 종합매장은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로 펼쳐 나갈 전략추진의 교두보 성격도 가지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브랜드 사업으로 컨텐츠, 상품, 마케팅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더 중요한 핵심성공요인(Key Success Factor)은 고객과의 ‘약속’인 오픈 일정을 지키는 것이었다. 코로나19로 길이 막힌 상황이라 일정 약속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역설적 상황이 되었다.

본사에서 분야별 매니저급 4명이 출장와서 준비와 진행을 주관하도록 계획되어 있었는 데 코로나19는 더 기승을 부리자 직접 지원은 불가능했다. 급기야 TKM본사는 현장업무 모두를 민주임에게 맡겼다. 첫째는 현지 법인등록과 사무실과 회사의 시스템을 준비하고 둘째는 판매 매장을 위해 장소를 임대하고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설치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계획된 상품을 수입하고 판매사원을 훈련시키며 다양한 오픈 행사를 프로모션하는 것이다. 고객 집중을 피하면서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온라인, 오프라인 행사를 MIX & MATCH하는 일 등은 경력자도 쉽지 않은 일이다. 문화가 전혀 다른 지역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혼신의 힘으로 지킨 고객과의 약속

민주임은 현지직원 2명을 데리고 본사의 매니저나 직원들과 사진과 도면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챙겨 나갔다. 단순 통화나 화상 통화로 진행하지만 정작 현장 작업자는 베트남 작업자였다. 뽑아 둔 회사 직원이 직접 진행하는 경우와 현지 업체로 발주하여 위탁업체가 진행하는 경우도 모두가 베트남 사람이었다. 민주임은 꼼작없이 모든 업무의 길목에 선 매니저이자 통역사이자 야전사령관이 되었다.

작업장을 중심으로 지낸 3주간은 쉬는 날도 없고 출퇴근시간도 가늠이 안되었다. 어떤 날은 24시간을 꼬박 현장에서 뒹굴었던 날도 있었다. 그래도 D-DAY가 다가오며 하나하나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마지막에 가장 신경쓰이게 만드는 것은 일정에 맞춰 한국에서 수입되어 미리 도착한 상품들이다. 단순한 자산이상으로 매장의 얼굴이 될 것들이었다. 도난의 위험과 당일의 디스플레이를 감안하면 준비기간 동안은 무슨 ‘보석함’을 다루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오픈 기간동안 고객서비스용으로 준비한 즉석사진 촬영,인화용 포토 장비는 제3국에서 들여왔는데 내장 프로그램이 엉켜 정상화하는 데 애를 먹었다. 마지막으로 행사장 입장인원을 코로나19로 천 명으로 제한하는 데 2만여명이 신청해서 정리한 일과 행사장 운영인원을 별도로 선발해 훈련시킨 일들 하나하나 다시 생각하기 싫은 힘든 일이었다.

아픈만큼 성장해가는 나의 미래

듣고 있는 입장에서도 숨이 찼다. 통화 끝에 “정말 큰 일을 치뤘구나. 나도 40대 초반에 백화점에 입점해 판매하는 회사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다. 시즌이 바뀔 시기에 브랜드 매장을 재배치하는 날에는 거의 전쟁터 같은 느낌으로 밤을 샌 적도 있었다. 민주임도 아마 입사 전에 이런 정도의 큰 일이라고 들었다면 포기했겠지? 그래도 결과적으로 해내었네. 대단하다”

“전무님! 이해해 주시네요. 다시 기억도 하기가 싫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묘하게 재미있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저런 고민은 모두 뚫고가야 할 대상이었기에 오로지 일에만 몰입하면서 하나하나 풀렸습니다. 진도가 나가며 매장이 자리잡히는 것을 보니 뿌듯했습니다.

베트남 생활 7년여동안에 경험했던 모든 것들의 종합한 일이었습니다. 특히 현지 언어, 현지인 리더십과 책임감을 크게 와 닿았던 일이었습니다. 뿌듯했던 것은 GYBM동문의 네트웍이 힘을 발휘했던 것이었습니다. 연수, 취직으로 이어지며 직장도 옮겨 다녀보니 모든 것이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정리하다 보니 얼마 전 보았던 양만춘 안시성 성주가 생각났다. 한 분의 역사적 위인으로만 기억하고 있었지만, 2018년 개봉된 영화를 통해 여느 누구나 다름없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았다.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황에서 성주로서 전쟁만이 아닌 백성들의 의식주생활이나 질병이나 화재 등의 위기를 대비하고 두려움을 떨쳐내도록 독려하며 야전사령관으로 전쟁을 승리를 이끄는 모습을 보았다.

경제도 글로벌 전쟁이 일상이 된데다가 팬데믹으로 인해 앞날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길어지면 이 시대는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해본 경험이 드문 ‘컨텐츠 중심의 On-Off 동시 전개 현지 브랜드 사업’은 One Source, Multi Use로 이어지는 부가가치의 확장성으로 큰 사업이다. 민주임은 첫 걸음이 되는 현장의 역사를 거뜬히 만들어 내었다. 한국기업의 해외 진출 역사에 남다른 기록이 될 것이다.

전례 없는 글로벌 위기상황에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대활약에 박수로 격려하며 더 큰 미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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