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무에 자극받아 대형면허 도전하다 [김상엽의 지피지기](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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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무에 자극받아 대형면허 도전하다 [김상엽의 지피지기](7)
  • 뉴스앤잡
  • 승인 2020.11.0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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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자동차를 무척 좋아했다. 깨어있는 엔진의 기계음 자체가 좋았고 지축을 울리며 신도림역을 통과하는 디젤기관차에 두근거렸다. 눈내리는 대전역에서 기적을 울리며 다가오는 열차를 지켜보던 설렘을 즐겼는데, 결국 군복무는 운전병으로 취업도 운송물류회사로 가는 운명 아닌 운명을 맞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바로 이런게 직업적 성향과 적성이 아니었나 싶다.

사람과 사물에 대한 관찰력이 남다른 편인데 강의를 하느라 고속버스로 전국을 누비던 어느날, 버스의 은근한 매력을 발견했다. 400마력 이상의 강력한 엔진파워, 10미터가 넘는 차체를 정해진 공간에 넣었다 빼는 정밀한 조작감, 강력한 에어브레이크 등을 보면서 기차는 불가능하지만 언젠가 저 녀석은 한 번 몰아봐야겠다는 마음만 먹던 중 유튜브에서 걸그룹 마마무 멤버 ‘솔라’가 대형 트레일러 면허시험을 단번에 합격하는 걸 보고 나도 해보자는 확신이 생겼다.

버스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수동운전에 익숙한 상태에서 45인승 버스로 1종 대형면허시험에 응시해야 한다. 독학으로 해보겠다고 주위에 말하니 전문학원 도움없이 꿈도 꾸지 말라고 만류했지만 해보자는 오기가 생겼다. 군에서 모든 차량을 몰아본 나 예비역 김병장, 학원따위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 어느날 면허시험장을 지나다 덜컥 원서부터 접수했다.

독학의 묘미는 비용절감에 짜릿한 성취감이 보너스로 따라온다. 합격자가 올린 유튜브를 보며 마인드콘트롤을 해 나갔다. 드디어 첫 시험날, 첫 코스를 돌다 불합격하고 말았는데 노력이 부족했다는 교훈을 얻었다. 1일 응시생 40명당 평균 합격자가 1명이라니 악명높은 시험다웠다. 몇 번 감을 익히니 요령과 자신감이 붙어 결국 다섯 번 만에 합격했다. 그게 뭐라고 갱신한 따끈따끈한 면허증을 받아드니, 너무 기쁘고 대견해 솔라처럼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많은걸 배웠다. 첫째, 대형버스를 정밀하게 조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 둘째, 시험장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 2030 공무원시험 준비생,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4050 대기업 공기업 퇴직자, 20대 여대생에서 40대 주부도 만났다. 셋째, 아직도 내게 도전하는 용기가 남아있음을 입증한 것이 뿌듯했고, 노력의 결과는 배신하지 않는다는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끝으로 세대를 막론하고 무언가에 도전하려는 이들의 간절한 눈빛을 보며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자극제가 됐다.

최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 상반기 59만명이 우울증 진료를 받았는데 그 중 20대가 9만 2천명이라고 한다. 취업은커녕 아르바이트조차 해고되는 세상, 힘들 때마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라고 취준생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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