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거래의 신뢰와 트로이 공주의 배신 [박창욱의 텐.퍼.취.미](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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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거래의 신뢰와 트로이 공주의 배신 [박창욱의 텐.퍼.취.미](31)
  • 뉴스앤잡
  • 승인 2020.09.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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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배신하다보면, 사회가 나를 배신한다

퀴즈를 하나 내어보니 도전해 보기 바란다.

“콜라 한 병에 1,000원이라고 한다. 내 수중에 10,000원이 있다면 몇 병 먹을 수 있을까? 10병이다. 그런데, 빈 병을 2개 돌려주면 새로 한 병을 먹을 수 있다고 하자. 몇 병 먹을 수 있을까?” 미리 말하지만 넌센스 퀴즈가 아니다. 배가 불러서 많이 못 먹는다는 식의 답은 제외한다.

쉽지 않은 문제이다. 15병, 17병, 18병하다가 결론은 19병으로 끝난다. 그러면, “더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하며 억지로 문제풀기를 시킨다. 그러며 힌트를 준다. “빈 병이 하나 있다”

그러면 정말 드물게 “외상으로 한 병 먹습니다. 남은 빈 병과 합쳐 한 병을 만들어 팔아서 갚으면 됩니다”고 답하는 사람이 있다. 답은 20병이다.

평소에 경험하지 못한 일, 글로벌에서는 비일비재하다.

‘외상’은 현재 상거래에서 존재하는 정상적인 거래다. 돈주고 콜라를 받는 것이 아니라. 콜라를 먼저 받고 나중에 갚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뇌리에 사라져버린 거래다. 지금 신용카드가 대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가 쉽게 외상을 주겠는가? 누굴 보고 줬겠는가? 내 부모님을 보고 준 것이었다. 나의 신용이 아니었다. 어릴 때 가끔 외상 심부름을 가면 가난해서 그런 줄로 생각하고 부끄러워 싫었다. 그렇지만 크면서 동네 가게에서 가끔 외상으로 먹기도 했다. 덕분에 막연하게나마 신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외상거래의 필요도 알게 되었다.

요즘 대학생을 보면 많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고 경험할 곳이 없다. 돈을 만드는 곳인 기업, 기업간 거래에는 아직도 외상은 존재한다. 국제간 거래에는 외상거래가 월등히 많다. 통계를 보면 은행을 끼고 거래하는 신용장방식의 거래는 10%전후밖에 되질 않는다. 90%수준이 외상거래이다. 세상의 모든 물건은 거래가 되어야 가치가 생긴다. 그러기에 부끄러운 것 이전에 신용, 신뢰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신뢰를 얻지 못하는 두려움도 알아야 한다.

신뢰를 만드는 것을 배워야 하고 몸에 익혀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가정교육이나 학교교육에서 다루질 않는다. 1970년대, 80년대에는 학생 신분에도 외상을 주었다.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값나가는 물건이나 시계, 귀중품 등을 맡겼다. 심지어는 학생증, 가방 등을 맡기며 외상을 했다. 뻔뻔하게도 잊거나 알고도 떼어먹은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는 안되지만….

트로이 카산드라 공주의 배신과 저주

그리스 신화의 트로이 전쟁에 트로이의 카산드라 공주 이야기가 나온다. 아폴론이 공주의 미모에 반하여 미래를 보는 예지력을 주며 하루 밤을 유혹했다. 그런데, 받기만 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자 거꾸로 그녀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게 하는 저주를 내렸다. 전쟁이 난다는 예언, 목마에 적이 숨어있다는 것을 예지력으로 미리 알았다. 그런데, 알려주어도 아무도 믿질 않았다. 큰 재앙이 되어 전쟁도 패하고 본인도 결국 죽음에 이른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가, 배신의 결과에 대한 교훈이다. 천하를 얻는 지혜를 가지더라도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세상이 어렵거나 내 스펙이 모자라 힘들고, 집안이 흙수저라 하더라도 성실함을 바탕으로 하는 믿음만 있으면 어떤 형태로든 일어날 수 있고 회복이 가능하다. 기업활동을 위한 취업이나 국제간 거래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생의 신뢰 만들기 훈련

학창시절에 신뢰를 만들어 가는 훈련이 최우선이다.

시간 지키고, 제 때 과제 제출하고, 강의장은 온전히 집중하여야 한다. 입학하는 순간, 수강 신청을 하는 순간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걸 가볍게 여기고 자주 반복하니 나쁜 습관이 만들어진다. 사회 생활에서도 이어진다.

조금 지나면 조직, 회사, 사회에서 아무도 나를 믿지 않는 저주의 구렁텅이에 내팽개쳐진 나를 발견하게 된다.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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