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귀와 ‘슬기로운 대학생활’ [박창욱의 텐.퍼.취.미](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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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귀와 ‘슬기로운 대학생활’ [박창욱의 텐.퍼.취.미](26)
  • 뉴스앤잡
  • 승인 2020.07.1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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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직장생활을 위한 대학생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가 화제였다. 시즌 2도 준비중이라고 하니 인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드라마를 다 보진 못했지만 흔하디 흔한 대립 구도인 권력욕에 눈이 먼 병원장과 후보자, 의료진을 괴롭히는 고약한 환자, 사내정치와 야망으로 파멸하는 인간군상들이 없다. 결과적으로 ‘악인이 없다’는 전개로 환타지에 가까운 드라마라는 느낌이다.

‘슬기’라는 말과 연결된 한자어는 총명(聰明), 총기(聰氣)에 해당한다. ‘총(聰)’은 ‘귀밝을’이라는 뜻이다. '슬기로운 사람은 상대의 말을 잘 알아듣고 판단하여 제대로 조치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맨 먼저 잘 알아 듣는 것이다.

전쟁터같은 병원에도 훈훈함이 존재하는 중요한 설정은 주인공 모두가 ‘99조’라 99학번 의대 친구들의 끈끈한 우정과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조직으로만 본다면 상사와 부하관계를 배제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대학 6년간 같은 분야에서 집중 공부, 그리고 15년여를 또 같은 분야에서 실전에 종사하며 만들어진 최고의 전문성이 바탕이 된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다. 말이 잘 통한다는 가장 기초적인 상황이 깔린 셈이다.
졸업하고 취업한 나의 회사에서도 이런 모습이길 원한다.

다른 장면을 하나 소개한다. 지난 달에 해외취업에 도전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보았다. 스펙을 무시한 블라인드 면접으로 말귀를 알아듣는 테스트를 했다. 10여 명이 1개조로 들어오면 몇가지 지시에 대응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다. 복합면접이라고 이름을 붙여 약 40여 분간 다양한 요소를 점검했다.
면접장에 들어오면 잠시 세워서 주목하게 한다. 30개 정도 준비된 책상을 가리키며 지시한다. “책상이 30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두 개가 한 세트입니다. 하나는 사용할 도구가 있고, 또 하나는 비어 있는 책상입니다. 비어 있는 책상 아무 것이나 하나씩 자리를 차지하여 앉으세요.”
이 간단한 지침에 30% 정도는 도구가 올려진 책상에 자리잡고 앉아있다. 그 외에도 지시를 조금만 복합적으로 내리면 또다른 결과가 나온다. 말귀를 못 알아 들은 것이다.

슬기로운 생활의 전제가 있다. 잘 알아 들어야 한다. 말귀를 헤아려야 한다. 특히 직장 생활에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 전문 용어와 온몸으로 들으며 말귀를 헤아리는 슬기이다.

첫째, 전문용어의 구사능력은 오랜 시간의 공부와 경험의 결과물이다. 의학드라마는 중간중간 자막까지 처리해야 할 정도의 어려운 전문용어를 구사한다. 99학번이니 20여년의 세월이 빚어낸 것이다. 나는 과연 20년 후에 내가 일하는 직장에서 저렇게 호흡이 척척 맞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졸업할 즈음에야 겨우 직장이라는 목표를 정하고, 취업 이후에 몇 번은 옮겨 다닌다. 그것도 전혀 다른 분야로. 전문성 쌓이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둘째, 온몸으로 듣는 능력이다. 귀로 듣는 것은 당연하지만 눈으로도 듣고, 감각으로 알아 채고, 냄새로 혀끝으로 감별하는 전문성까지 준비가 되어야 한다. 스스로 준비하고 준비된 사람과 같이 일하면 저절로 ‘슬기로운 직장생활’이 되는 것이다.

대학생활은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위한 준비과정이다. 그 자체의 의미도 있겠지만…

지금 이어지는 이 대화를 한 번 보자
“이 사이트 쉐입을 고려해서 플랜을 아주 플렉스블하게 디자인해 본거야. 집안에 중정 스페이스를 보이드하게 둠으로써 오히려 스페이스가 다이나믹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스킵 플로워를 둬서 이 레벨을 더 풍성하게 하고, 이 박쉬한 쉐입에 리듬감을 부여해서 주변의 랜드 스케입을 끌이 들일 수 있는 거지. 무슨 말인지 알겠지. 결국은 내 생각에 이게 솔루션인 것 같은 데, 스페이스를 디바이드하고….”
얼마나 알아 들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건축관련 일하는 사람은 익숙할 것이다. 한때 인기 많았던 영화 ‘건축학개론’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주인공인 건축사가 여주인공의 집을 수리하는 일을 맡아 공사계획을 브리핑하는 내용이다. 공사 발주자이자 비전공자인 여주인공은 ‘영어마을 짓나?’라고 조크를 던지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누구나 다 이런 말을 알아들을 필요는 없다. 수많은 직업군에서 건축과 관련된 사람은 다 알아들어야 한다. 취준생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생활에서 하루라도 빨리 직업 목표 설정이 시급해진다.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꿈꾼다면 슬기로운 대학생활이 우선이다. 잘 알아듣고, 실행해야 한다. 그 바탕 위에 직장생활의 즐거움이 보장이 될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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