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만 하라는 대학, 칭찬만 하라는 대학 [김상엽의 지피지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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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만 하라는 대학, 칭찬만 하라는 대학 [김상엽의 지피지기](4)
  • 뉴스앤잡
  • 승인 2020.06.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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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의 강의평가가 보편화되면서 학생과 강사 사이에도 분위기가 영 서먹해졌다. 강의평가는 대학에 속한 교원에게 기말고사 종료시점에 실시하는 만족도 평가인데 일회적으로 실시하는 취업특강에도 일반적으로 적용되고 있어 직업강사들에게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과거 모 4년제 대학에 특강을 가면, 취업팀장님께서 차를 한 잔 내오면서 이렇게 당부했다. “학생들의 강의평가는 신경쓰지 말고 소신껏 쓴소리 해주세요. 취준생들에게 필요한건 칭찬이 아니라 자극입니다” 사실 강사가 누구에게 격려나 위로를 받는 경우는 거의 드물기에 강사 입장에서 이런 한 마디가 얼마나 힘이 됐는지 모른다. 그 얘기는 ‘당신의 진정성있는 강의내용을 믿으니 학생들이 듣기 싫은 소리라도 과감하게 해서 깨우쳐주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 취업팀장님은 수업 중간에 들어와 수업내용을 수시로 메모하고 조는 학생들을 깨우면서 수업시작 10분이 지나면 무조건 결석처리하는 보기 드물게 학교에 애정을 가진 분이었다. 그러면서 “취업특강에 늦거나 조는 애들은 취업할 자격이 없고, 취업하고자 수강신청한 학생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셨다. 백 번 맞는 말씀이었다.

취업특강은 보통 저학년의 진로, 고학년의 취업으로 나뉘는데 가는 대학마다 정말 가관이 따로 없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수업시간에 과도로 사과를 깎아먹고, 시작부터 엎드려 자거나 게임은 기본에, 퍼즐을 맞추거나, 앞좌석에 다리를 올리기도 한다. 문제는 수업에 임하는 태도에 대해 지적하거나 사전에 공지를 해주는 교직원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특히 저학년이 심한데 아마도 취업보다 덜 긴박한 진로수업에서는 ‘좀 놀다가도 되겠지’라는 안일한 의식에다 대학 이전의 습관이 교정되지 않고 그대로 답습되는게 아닌가 싶었다. 더 나아가 그들의 졸업 후를 생각해보면 사회에 나가서도 저러지 않을까 이만저만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런 주문도 많다. “학생들이 많이 졸아요, 재미있게 좀 해 주세요” “우리 학생들 칭찬만 해 주세요”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진로처럼 자신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진지한 시간에 오락적 요량을 고려하고 좋은 소리만 해 달라니 과연 이곳이 대학인지 씁쓸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설령 이런식으로 강의를 한다면 학생들 반응은 딱 두 가지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서 “잘 잤다. 시간 잘 갔다” 또는 “남은 게 없다” “뻔한 소리나 하고 간다” “성의가 없다”며 강의의 질과는 전혀 동떨어진 만족과 불평을 늘어놓는게 현실이다.

강사와 학생의 신뢰관계는 중요하다. 제대로 전달할 의무와 제대로 받아들일 책임이 있다. 나는 직업강사로 활동한지 1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기성 대학교수와 다름없는 자세로 임하려고 매사에 노력하는 편이다. 사회경험이 없는 대학생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변화를 통해 성공하도록 도우면서 내 말 한마디와 경력에 믿음이 가는 그런 강사로 기억되고 싶다. 앞으로도 강사와 학생이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 서로 신뢰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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