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점? 70점? 아니야. 당신은 '0'점이야! [박창욱의 텐.퍼.취.미](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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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점? 70점? 아니야. 당신은 '0'점이야! [박창욱의 텐.퍼.취.미](23)
  • 뉴스앤잡
  • 승인 2020.05.2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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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입사지원서와 학교 리포트의 차이

매학기마다 500여장의 대학생들 리포트를 평가하고 나면 무척 우울해진다. 가르친 것의 효과가 없어서 그렇고, 청년들의 미래가 걱정이 되어 그렇다.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OCU)라는 사이버 대학교에서 『취업준비의 정석과 차별화』라는 제목의 교과목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의 70여개 대학생이 동시에 들을 수 있고 매학기마다 14주간 강의가 진행된다. 3학점이 배정되고 정상 학점이 주어지기에 평가가 무척이나 신경이 쓰인다. 출석, 중간고사, 기말고가 그리고 리포트라는 이름의 ‘입사지원서, 자기소개서 2페이지’분량의 과제를 주고 평가를 한다.

강의 시간을 통해 작성방법, 차별화포인트 등 상세한 설명이 이어진다. 일반 문서와의 차이점도 강조한다.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내 인생 전체의 평가 성격이 있다고….
과제를 부여할 때 입사지원서, 자기소개서 서식을 나눠주며 잘못된 사례(오답노트)로 같이 보여주고 감점요소를 친절(?)하게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학생들의 지원분야, 적성 등 개인차를 고려하여 내용의 질(QUALITY)은 따지지도 않는다. 최소한의 구성요소, 포맷에 맞춰서 칸을 채우는 것만으로 평가를 한다. 즉, 학점, 토익, 자격증 등은 평가요소가 아니다.

답답하게 느껴지는 몇가지 사례를 보자.
주어진 칸을 아예 채우지도 않는다. 내용이 늘어나 칸이 바뀌어도 그대로 둔다. 앞의 칸이 뒤의 칸을 침범하여 뒤죽박죽되기도 한다. 서식을 조정하면 되는 데 그냥 그대로 둔다. 기간이나 시기를 표현하는 데에도 어느 항목은 연도만 쓰고 어느 항목은 연월, 어느 항목은 연월일을 다 쓰고 있다. 한 페이지에서 이런 들쑥날쑥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심지어는 사진을 붙이라고 하면 고등학생의 때의 사진을 붙이는 경우, 놀이공원에서 찍은 스냅사진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2,3학년 수강생은 돈들이지 말라는 의미에서 스마트폰으로 단정하게 찍어서 올려도 된다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문법도 엉망이다.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운 기본문법도 지켜지지 않는다. 무슨 말인지도 모를 문장도 많다. 대여섯 줄의 문장이 하나의 문장으로 되었는 경우도 있다. 지원하는 회사와 직무 연관성을 감안하여 기재하라는 것은 바랄 수도 없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나름대로의 결론은 제목이 과제, 숙제, 리포트라는 이름 때문일 것으로 추정을 해 본다. 여느 리포트와 같이 취급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무리 못해도 적당한 점수가 주어지는 리포트이다.
제대로 가르치는 자극을 주기 위해서는 60점미만은 ‘0’점을 주고 싶다. 일반 과목의 리포트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시험이자 문서이기 때문이다.
리포트는 교수가 무조건 읽어야 한다. 입사지원서는 최소 기준에 맞지 않으면 읽질 않는다. 리포트는 무조건 점수를 주어여 한다. 입사지원서는 최소기준 이하는 의미가 없다. 교수님은 무조건 읽어 보고 점수를 줘야 할 의무가 있다. 학생이 돈을 낸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사지원서는 그렇질 않다.
학교의 리포트라고 하지만 마음가짐과 실제 작성은 기업에 제출한다는 마음으로 하라고 수없이 언급을 한다. 연습 때 실전같이 하라고...

결론적으로 사안의 경중(輕重), 즉 가벼운 것과 중요한 것을 분간할 줄 모른다고 보인다. 이 문서 하나로 취업 관문의 1차 당락이 갈리고 나를 전체적으로 평가받는다.  70% 합격, 50%만 합격 같은 상황은 없질 않은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500여명의 학생들 점수가 100점부터 10점까지 정규분포를 이룬다. 같은 내용의 강의를 듣고도 이렇게 큰 차이가 난다.

'~라떼는 말이야'를 한 번 말한다. 1980년대 중반에 우리는 취업을 했다. 컴퓨터도 없고 그 회사에 들러야 지원서식을 받을 수 있었고 손으로 작성하던 시기였다. 단 두 페이지를 가지고 1주일을 고민한다. 그러고는 일반 용지에 연필로 키워드 중심으로 스케치를 하고 초안을 만든다. 이후에 지정서식에 만년필로 제대로 옮겨 적는다. 2페이지 옮기는 데 2시간씨 걸린 기억이 있다.
그런 노력에 대한 본전 생각으로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죽기살기로 일했다. 덕분이었는지 전직(轉職)의 목적으로 입사지원서,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여러 차례 냈으나 한 번도 실패한 적은 없었다.

한 번 제대로 배워두면 평생을 써먹는 기본 역량이니 제발 제대로 연습하고 도전하자. 입사지원서가 가진 인생의 의미를 잘 새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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