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언서판 관리하라’ 시리즈 3 판(判) [임경민의 마인드U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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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언서판 관리하라’ 시리즈 3 판(判) [임경민의 마인드UP](4)
  • 뉴스앤잡
  • 승인 2020.04.1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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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언서판이란 중국 당나라 때 관리를 뽑을 때 기준으로 삼았던 몸[體貌]·말씨[言辯]·글씨[筆跡]·판단[文理]의 네 가지를 이르는 말이다. 신(身)이란 그 사람의 풍채, 용모를 뜻하고 언(言)이란 사람의 말, 표현력으로 볼 수 있다. 서(書)는 글씨(필적)를 말한다. 요즘은 글쓰기 필력을 포함한다. 판(判)이란 사람의 판단력을 뜻하는 말이다. 시대를 넘는 인재 등용의 기준이다. 누구나 자신의 신언서판을 관리해야 한다. 시리즈 3 탄으로 판(判)에 대해 알아보자.

얼마 전 끝난 TV 드라마 김 사부 2의 한 장면이다. 버스 전복 사고 현장에 주인공 김 사부와 의사 박민국이 있다. 심각한 외상으로 의식이 없는 산모(A)와 버스 밑에 다리가 깔린 남자(B)가 있다. 크레인을 이용해 버스에 깔린 남자를 구하면 산모가 위험하고 산모를 먼저 구하자니 남자가 위험한 상황이다. 당신이라면 누구를 구할 것인가? 촌각을 다루는 상황에서 크레인으로 버스를 들어 올리면 시간이 지체되니 남자를 포기하고 산모를 먼저 구해야 한다(남자는 죽을 수 있음)는 박민국과 누구도 포기할 수 없고 둘 다 살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김 사부가 맞선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환자들에겐 의사들의 판단력은 생사를 다루기에 너무 중요하다.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현재 상황 생존 가능성에 기준을 두고 산모를 구해야 한다는 박민국과 둘 다 구해야 한다는 김 사부와의 갈등은 주인공 김 사부의 드라마틱한 선택과 의술로 둘 다 구해낸다. 같은 상황에 두 사람의 판단을 왜 달랐을까? 드라마 내용만 보자면 경험과 가치관의 차이다. 생존 가능성 기준으로 환자를 선택한 박민국과 누구의 생명도 포기할 수 없다는 김사부의 가치관, 경험을 통한 자신감이 다른 판단을 가져오고 결국 두 사람을 살렸다. 드라마로 즐기며 보았지만 드라마 같은 상황들이 현실로 일어났다.

코로나19로 각 나라마다 팬데믹 현상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있다. 누구도 경험 보지 못한 상황에서 각국의 리더들의 판단과 대응 방안은 우리에게 리더의 역할을 다시금 눈여겨보게 한다. 자기 과신과 낙관적 확신으로 대응을 뒤늦게 한 유럽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치 사회적 상황에 매몰되어 가장 뒤늦게 코로나 확산 저지에 나선 일본은 안타깝게도 더딘 회복을 예견하게 한다. 전 세계의 코로나19 현상은 지금도 새로운 변수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앞두고 우리들의 판단과 선택을 저울질하고 있다.

우리는 인생에서 수많은 선택의 상황을 접한다. 일상생활에서 물건 구매 시 좋은 물건을 판별해내는 사소한 것부터 함께 일할 사람을 선택할 때, 직장을 선택하고, 사업에 있어 투자를 할 때도 선택에 앞서 많은 고민을 한다. 판(判)의 사전적 의미는 반을 칼로 잘라내듯이, 선(善)인지 악(惡)인지, 진(眞)인지 위(僞)인지, 가(可)인지 부(否)인지 등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선악과 진위는 가치와 기준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지만 복합하고 다변화된 현대 사회는 시시비비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급변하는 상황에 대응하고 생존해야 하는 개인과 조직은 판단 상황이 단순하지 않다. 성공 경험이 많다고 해서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은 예견된 결과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리더가 어떻게 판단하고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져오고 조직의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은 기업의 운명을 결정짓기에 매우 중요하다. 이에 현명한 판단을 위한 잘못된 판단 원인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자신의 역량을 과대평가하고 성공에 대한 낙관적 확신은 남들은 실패해도 나는 성공한다는 믿음으로 판단하게 한다. 객관적 사실과 불리한 사실을 간과하게 된다. 성공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판단에 있어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아웃 라이더’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도 경험과 나이가 많을수록 자신이 내린 판단의 정확성을 과대평가한다고 한다.

두 번째, 고정관념과 경험만으로 판단하면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될 증거만을 찾게 되어 왜곡된 논리로 판단한다. “내 말이 맞아” 결론을 정해놓고 자신의 선택을 옳다고 확신하려 한다. 판단이 맞을 수도 있지만 실제 잘못된 판단일 수도 있다. 사람은 자신의 신념, 기대, 생각을 지지해 주는 정보는 중요하게 여기고 반대 정보는 무시하거나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확증편향’이라 하다.

세 번째, 틀리다고 생각하지만 다수 의견에 동조하거나 침묵하는 집단사고나 무조건 리더에게 맞추려는 경향은 반대의 의견을 들을 수 없고 객관적 평가를 고려하지 않고 판단을 하게 된다. 권위적 리더 조직에 예스맨이 많은 이유이며 의견은 많으나 결국 리더의 결정이 정해져 있기에 반대 의견은 점점 사라진다.

네 번째, 변화를 두려워하고 현 상황을 유지하려 하는 안정 추구의 상황은 시대의 변화를 읽는 기회를 놓치고 판단의 오류를 가져온다. 우리가 잘 아는 기업 코닥은 디지털 시대가 도래함에도 필름 시장은 안전할 것이라 믿다가 파산하게 된 사례로 회자된다.

우리는 자만심에 독단적인 판단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주관적 판단을 대수의 의견이라 착각하기도 한다. 스스로 근거 없는 판단을 옳은 판단이라 여기고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행동하기도 한다. 잘못된 판단으로 실패해도 다음에 만회할 수 경우도 있지만 인생의 중요한 결정과 기업의 비즈니스 사업 판단, 결정은 흥망을 좌우하기에 신중하고 중요하다. 판단에 앞서 심사숙고해보자. 돌다리도 두들겨 본다는 말처럼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물속은 훨씬 깊을 수도 있고 보기보다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물속에 들어가 확인할 수도 있지만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할 수 도 있다. 잘못된 판단과 선택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기업 강의를 마칠 때 ‘기. 인. 열. 전.’으로 마무리를 하곤 한다. 용기, 인내, 열린 마음, 전문성을 조합한 것이다.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자. 잘못된 판단과 선택이었다면 솔직하게 말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무조건 참는 것이 인내가 아니라 목표를 이룰 때까지 노력하는 것이다. 리더 주위엔 고언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고. 달콤한 말보다 쓴 소리를 듣는 인내심을 갖자. 열린 마음, 다른 사람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특히 반대 의견을 존중해서 듣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의견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리더라면 의도적으로 열린 소통을 해야 정보 차단을 막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문성이다. 자신의 분야에 전문가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분야의 전문가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나만 전문가라는 아집은 잘못된 판단과 선택이 될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明見萬里 (명견만리)처럼 부디 정부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으로 혼란의 터널을 지나 경제 회복의 장으로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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